당신
김용택
마음이 가면
봄갈이 해논 밭흙같이
보드랍고 따스한 몸이 오는 그대
그대 사랑은 한없이 크고
끝도 갓도 없이 넓어서
내가 그대 앞에 서서
이만큼 저만큼
이, 이, 이만큼 보다 더 크게
내 아무리 두팔이 찢어지게
다 벌려
저 하늘
이 땅만큼
그대 사랑한다해도
그대는
내가 사는
저 하늘 이 땅 같아
나는 그대 사랑안에 있고
그대 사랑은
내 손 내맘 닿는데까지
피어나는 꽃처럼
일어서는 봄산처럼
세상을 환하게 열어줍니다
가난하고 쓸쓸했던 내세상
봄이 오는 들길을 따라
불쌍한 우리 보리피리 불며
산설고 물설은 산중 땅
찾아온 그대
내가 저문 산처럼 배고파 누우면
그대는 내곁에
저문 강으로 따라누워
당신의 강으로 따라누워
당신의 피와 살을 주어 채워적시고
내가 새벽 산처럼 어둡게 서있으면
그대는 훤한 앞산으로
해 받아 일어서서
내 이마에 이마를 대어
산문을 열어줍니다
사랑하는 당신
아직은 그대앞에 두손 다 편히 내려놓고
그대 바라볼 수 없이
흔들리는 우리 땅
우리들의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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