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로운 이야기
[자유] 며느리와 시어머니(1부)
  • 좋은꽃들 실버 파트너스회원
  • 2022.04.26 11:31 조회 138

며느리와 시어머니

 

 

 

 

내 나이 11살에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내 아래론 여동생이 하나 있다.

전업 주부였던 엄마는

그때부터 생계를 책임지셔야 했다.

못 먹고, 못 입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여유롭진 않았다.

 

대학졸업 후,

입사 2년만에 결혼을 하였다.

처음부터 시어머니가 좋았다.

시어머님도 처음부터 날 아주 마음에 들어하셨다.

 

10년 전,

결혼 만 1년 만에 친정엄마가 암선고를 받으셨다.

 

난 엄마 건강도 걱정이었지만,

수술비와 입원비 걱정부터 해야 했다.

남편에게 얘기했다.

남편은 걱정말라고 내일 돈을 융통해 볼 터이니

오늘은 푹 자라고 얘기해 주었다.

 

다음 날,

친정엄마 입원을 시키려 친정에 갔지만,

엄마도 선뜻 나서질 못하셨다.

마무리 지어야 할 일이 몇 개 있으니

4일 후에 입원하자 하셨다.

집에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하염없이 눈물이 났다.

 

그 때, 시어머님께서 전화가 왔다.

"지은아. 너 울어?

울지말고 ..... 내일 3시간만 시간 내 다오"

 

다음 날 시어머님과의 약속장소에 나갔다.

시어머님이 무작정 한의원으로 날 데려가셨다.

미리 전화예약 하셨는지 원장님께서 말씀하셨다.

"간병하셔야 한다고요?"

맥 짚어보시고 몸에 좋은 약을 한 재 지어주셨다.

 

그리고 백화점에 데려가셨다.

솔직히 속으론 좀 답답했다.

죄송한 마음이었던 것 같다.

트레이닝복과 간편복 4벌을 사주셨다.

선식도 사주셨다.

함께 집으로 왔다.

 

어머니께서 그제서야 말씀하시기 시작했다.

 

"환자보다 간병하는 사람이 더 힘들어.

병원에만 있다고 아무렇게나 먹지 말고,

아무렇게나 입고 있지 말고.."

말씀하시며 봉투를 내미셨다.

 

"엄마 병원비 보태써라~.

네가 시집온 지 얼마나 됐다고 돈이 있겠어...

그리고 이건 죽을 때까지 너랑 나랑 비밀로 하자.

네 남편이 병원비 구해오면 그것도 보태써...

내 아들이지만,

남자들 유치하고 애같은 구석이 있어서

부부싸움 할 때 꼭 친정으로 돈 들어간 거

한 번씩은 얘기하게 되있어.

그니까 우리 둘만 알자."

 

마다했지만 끝끝내 내 손에 꼭 쥐어주셨다.

나도 모르게 무릎을 꿇고 시어머님께 기대어

엉엉 울고 있었다.

2천만원이였다...

 

친정엄마는 그 도움으로 수술하시고 치료받으셨지만,

이듬 해 봄...

엄마는 돌아가셨다.

 

병원에서 오늘이 고비라고 하였다.

눈물이 났다.

남편에게 전화했고,

갑자기 시어머님 생각이 났다.

나도 모르게 울면서 어머니께 전화를 드렸다.

 

시어머님은 한 걸음에 늦은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남편보다 더 빨리 병원에 도착하셨다.

 

엄마는 의식이 없으셨다.

엄마 귀에 대고 말씀드렸다.

 

"엄마... 우리 어머니 오셨어요...

엄마......

작년에 엄마 수술비 어머님이 해주셨어.

엄마 얼굴 하루라도 더 볼 수 있으라고..."

 

엄마는 미동도 없으셨다.

당연한 결과였다.

 

시어머님께서 지갑에서 주섬주섬 무얼 꺼내서

엄마 손에 쥐어주셨다.

우리의 결혼사진이었다.

 

"사부인... 저예요.. 지은이 걱정말고.

사돈처녀 정은이도 걱정말아요.

지은이는 이미 제 딸이고요....

사돈처녀도 내가 혼수 잘해서 시집 보내줄께요..

걱정 마시고 편히 가세요..."

 

그때 거짓말처럼

친정엄마가 의식 없는 채로 눈물을 흘리셨다.

엄마는 듣고 계신 거였다.

 

가족들이 다 왔고

엄마는 2시간을 넘기지 못하신 채 그대로 눈을 감으셨다.

망연자실 눈물만 흘리고 있는 날 붙잡고

시어머니께서 함께 울어주셨다.

 

시어머님은 가시라는 데도 3일 내내

빈소를 함께 지켜주셨다.

우린 친척도 없다.

사는 게 벅차서 엄마도 따로 연락 주고받는

친구도 없었다.

 

하지만 엄마의 빈소는 시어머님 덕분에

3일 내내 시끄러웠다.

"빈소가 썰렁하면 가시는 길이 외로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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