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24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을 개시한 지 100여일이 지났다. 러시아가 4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의 수도 키이우에 대한 공습을 재개하면서 이 전쟁이 장기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양측의 인명 피해도 늘어나고 있다. 서방 언론과 군사 전문가들은 개전이후 현재까지 러시아의 전사자가 2만5000명~3만명에 육박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러시아가 엄청난 전사자를 내면서도 그들이 자랑해왔던 ‘무인 로봇 탱크’(Uran-9. 사진)가 실전에 투입되지 않는 이유에 대해 일부 해외 군사전문 매체들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로봇 탱크와 같은 무인 지상차량(UGV, Unmanned Ground Vehicles)을 개발하는 중요한 목적중 하나가 전투원의 인명 손실을 막기위한 차원이었다는 것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앞서 러시아군은 전쟁 5개월 전인 지난해 9월, 동맹국인 벨로루시와 함께 4년에 한번씩 열리는 ‘사파드(Zapad)-2021’ 합동 군사훈련을 했다. 러시아는 이 훈련에서 ‘Uran-9’을 일반 부대와 편제해 참가시켰기 때문에 실전 투입 가능성은 여전히 열려있다.
당시 훈련에서 ‘Uran-9’은 유도 미사일로 가상의 적 장갑차를 공격했다. ‘Uran-9’에는 30밀리(mm)자동 대포, 대전차 유도미사일, 화염방사기 등 중화기가 장착돼 있다.
외신들을 종합해 보면, ‘Uran-9’이 실전에 투입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역시 기존에 제기됐었던 여러 문제점이 아직 개선되지 못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과거 러시아는 이전 버전인 ‘Uran-6’을 이용해 중동 및 중앙아시아 분쟁에서 지뢰 또는 급조된 폭발물(IED)을 제거하는 작전에 투입했고, 이후 이를 정찰 및 전투용으로 개량한 것이 바로 ‘Uran-9’이다.
이후 ‘Uran-9’은 지난 2018년 시리아 내전에 처음 실전에 투입된 바 있다.
그러나 실제 운용결과, 로봇 탱크를 통해 지휘소에 전달되는 영상화면만으로는 적군과 아군을 구별하지 못하는 ‘피아 식별’ 오류 문제가 발생했다. 또한 최대 4대가 동시에 움직이는 로봇 탱크와 지휘소(지휘차량)간의 통신 네트워크가 불안정해 정상적인 기동 작전이 어려운 문제점도 노출됐다.
‘피아 식별’불능 문제는 열(熱)감지 및 전자 광학 센서 기술이 미흡하기 때문으로 전문가들은 추정하고 있다. 현재의 ‘Uran-9’의 통신운용 체계로는 작전시 1.25마일, 즉 2km 밖에 있는 적을 탐지할 수 없다는 것이다. 물론 ‘Uran-9’이 사물을 정확하게 인식한다고 해도 문제다. 인공지능(AI)이 아니기 때문에, 때로는 작전상 필요에 의해 적군으로 위장한 아군을 지휘소가 오인해 공격 명력을 내릴 수도 있다.
그 뿐만 아니다. 만약 로봇 탱크와 지휘소간의 통신이 적에게 노출될 경우에는 곧바로 지휘소가 원점 타격이 될 수 있고, 그럴 경우 4대로 편제된 로봇 탱크 부대 전체의 기능도 정지된다.
시리아 내전처럼 재래식 무기로 무장한 반군은 이같은 통신 감청 기술을 보유하지 못해서 ‘Uran-9’에 큰 위협이 되지 않았겠지만 사실상 미국의 군사위성 등 최첨단 정보전략 자산이 총동원되고 있는 우크라이나에서는 상황이 완전히 다를 수 있다.
지난 5월14일, 러시아 흑해 함대의 기함인 모스크바호가 우크라이나의 넵튠 지대함 미사일 2발을 맞고 침몰했는데, 이 당시 공격 좌표에 대한 정보를 미국이 제공한 것으로 알려져 주목을 끌었다.
이밖에 ‘Uran-9’이 일반 소총 등 경화기의 공격에는 어느 정도 방어력을 유지하지만 RPG(휴대형 대전차 로켓포)나 중기관총과 같은 일반 중화기에는 방어력이 취약해 만약 실전에 투입되더라도 큰 활약을 기대할 수 없을 것이란 분석이다.
한편 러시아 뿐만 아니라 미국, 중국 등도 무인 로봇과 같은 ‘무인 전투 로봇’을 지속적으로 개발하고 있다. 출생률 감소로 군입대 자원이 부족해지는 우리 나라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러시아의 로봇 탱크 사례를 보면, 아무리 ‘최첨단’의 ICT 기술로 무장한 전투 로봇이라도 실전에선 여전히 무용지물에 불과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또한 컴퓨터 성능이 발전할수록 해킹 기술도 동시에 발전하듯, 최첨단 전투 로봇을 순식간에 무력화시킬 수 있는 방어 기술 또한 동시에 발전하고 있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어느새 40년이 다 돼가는 영화 ‘터미네이터’(1984년작), 당시 이 영화를 본 사람들은 사람 대신 싸워주는 ‘로봇 병기’들이 머지않아 가능할 것으로 보았다. 하지만 아직 '터미네이터'는 영화적 상상력에 머물러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