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 무인셀프계산대. 김정남 기자
서울 서대문구의 한 대형마트. 오랜만에 대형마트에서 장을 본 대학생 최모(24)씨는 자연스럽게 셀프 계산대로 향했다. 채소와 과일, 냉동식품 등 구매한 제품이 몇 가지로 소량이라 자신이 직접 계산하는 게 더 빠르다는 생각이었다.
"별로 산 게 없어서 제가 빨리 계산하려고요. 계산할 때 이어폰 빼고 계산하는 직원분이랑 이야기 하는 것도 좀 번거로워서…"
그는 구매한 복숭아와 채소의 바코드를 찍고는 가방에 담아 마트를 나섰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생소했던 셀프 계산대는 이제 익숙한 풍경이 됐다.
소량 상품을 줄서지 않고 빠르게 계산하기 위해 유통가는 지난 2005년부터 셀프 계산대를 도입해 왔다.
대형마트 1위 이마트는 유통가에서는 가장 늦게 셀프 계산대를 도입했다. 이마트는 지난 2018년 성수점과 왕십리점, 죽전점에 셀프 계산대를 적용했다.
시작은 늦었지만, 확산 속도는 가장 빠르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마트산업노조에 따르면, 셀프 계산대 도입 3년만인 지난해 1월 기준 이마트 127개 점에 모두 840개가 설치된 것으로 조사됐다.
3개 점포에서 시작된 셀프 계산대는 올해 6월 현재 기준 이마트 147개점(트레이더스 포함) 1000여대 이상 설치 운영돼 있다.
이마트 제공
고객이 '셀프'로 계산하는 계산대가 많아지면서 캐셔 파트 인력은 눈에 띄게 줄었다.
노조가 확인한 이마트 121개 점 캐셔 파트는 지난 2018년 5천 828명에서 올해 4천755명으로 1천 73명이 줄었다.
"확인하지 못한 37개점을 포함하면 인력감축은 1천명 보다 더 많을 겁니다."
마트노조 이마트지부 전수찬위원장의 지적이다.
현장에서 일하는 직원들은 '캐셔'의 감소를 온몸으로 체감하고 있다.
이마트 은평점에서 근무중인 21년차 캐셔 이명순 씨는 "셀프 계산대가 들어서고 80명에 달했던 캐셔 사원이 46명으로 줄어들었다"고 전했다.
지난 5월, 이마트 본사는 전국 19개 점을 샘플로 선정해 평균 34%의 셀프 계산대 처리율을 50% 까지 높일 것을 지시하는 문건을 각 점포에 전달했다.
무인 계산대 확대를 지시하는 이마트 본사 내부 문건. 마트노조 제공평균 100건 이하 일반계산대를 이른바 '비효율 POS'로 규정하고, 일반 계산대 문을 닫고 셀프계산대로 유도하는 방식을 시행중이다.
노조는 "일반계산대에 긴 줄이 생겨도 본사가 이를 추가로 개방하지 않고 의도적으로 줄을 세워 셀프 계산대로 유인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무인 계산대가 늘면 반대로 인건비는 줄어든다. 노조는 본사가 무인 계산대를 인력 감축과 인건비 절감을 위한 도구로 이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마트산업노조 정민정 위원장은 "고객들이 기다림과 불편함을 감수하고 셀프 계산대를 이용하는 건 계산원 사원을 감축하고 노동강도를 높이는 것 뿐"이라며 "고객에게 돌아가는 이익은 아무것도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이마트측은 "1~2인 가구 증가 등 가족 구성원 벼화로 소량 구매 고객이 증가하고 있고 비대면 소비를 원하는 고객이 늘어나 고객 편의성 차원에서 셀프 계산대를 늘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계산원 인원 감축에 대해서는 "이마트 인원 감소는 정년 퇴직으로 인한 자연 감소로 인위적인 인력 감축은 없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최저임금이 계속 상승하는 상황에서 '무인'은 거스를 수 없는 '대안'이자 '대세'라는 지적도 나온다.
최저임금 인상에 편의점과 마트 등 유통가는 직원이 필요하지 않는 '무인 점포'를 대안으로 삼고 있다.
실제로 CU와 GS25,세븐일레븐, 이마트 24등 편의점 업계가 운영하는 무인 점포는 전국 2천 709여개가 넘는다. 지난해 2천 78개에 비해 33% 증가했다.
서울 시내 한 무인 편의점. 연합뉴스
GS25의 무인점포는 지난해 말 기준 536점으로 전년도 180개보다 355개 늘었다. 야간 무인 운영 점포의 심야 매출 역시 전년 동기 대비 52% 신장했다.
SPC 역시 지난해 말 모든 서비스를 완전 비대면으로 제공하는 무인매장 '플로우(fiow)'를 인천 위례신도시에 오픈한 바 있다.
최저임금 인상에 일부 편의점 업주가 심야 제품 가격 인상을 주장할 정도로 인건비에 대한 부담은 상당하다.
한 유통가 관계자는 "곡물가격이나 유류비만 오른 게 아니라 인건비도 상당히 많이 올라 부담이 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생산성을 끌어올리거나 투자 비용을 줄이는 등 효율성을 높이는 작업을 자체적으로 굉장히 많이 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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