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금속노조 산하 포스코 노조가 70%에 가까운 조합원 지지에도 민노총 탈퇴 시도가 결국 무산될 가능성이 커졌다. 금속노조가 산하 기업 노조들의 의사와 상관없이 탈퇴를 무력으로 막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22일 재계와 노동계 등에 따르면 금속노조 포항지부는 23일 오후 6시 포스코지회의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을 위한 회의를 개최하기로 했다. 포스코지회는 최근 지회장을 포함한 임원 3명과 대의원 4명이 금속노조로부터 제명을 당했다. 다른 대의원 4명은 스스로 그만뒀다. 포스코지회의 한 노조원은 “금속노조 주도로 비대위를 구성하면 결국 다시 민노총 판이 될 게 뻔하다”고 했다.
포스코지회는 지난달 두 차례나 ‘신규 노조 설립’을 위한 조합원 총회(찬반 투표)를 열어 각각 65.15%, 69.93%의 찬성을 얻었다. 하지만 고용노동부 포항지청은 1차 때는 노동조합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19조에 따라 회의 개최일 7일 전까지 공고를 올리지 않았다는 이유로, 2차 때는 제18조에 근거해 총회 소집권자(대표자, 위원장 등) 없이 진행됐다는 이유로 노조 설립 신고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문제는 금속노조가 포스코지회의 탈퇴 시도를 막으려고 1차 투표 공고 직후 총회 소집권자인 지부 회장을 제명해 버렸다는 점이다. 절차상 문제 발견으로 2차 투표를 다시 주도한 대의원들은 금속노조 내부 규약 제75조의 조합 질서 문란을 이유로 다시 제명해 버렸다. 총회 소집 자체를 어렵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포스코지회의 전 임원과 대의원들은 22일 성명서를 내고 “금속노조의 슬로건은 ‘모든 노동자 해고 금지’다. 노동자의 뜻을 반영해 조직형태 변경을 했다는 사유로 노동조합에서 해고한다는 것은 민노총 금속노조가 노동단체가 아님을 증명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도부 제명으로 동력이 사라진 포스코지회에서는 개별 탈퇴 움직임이 감지된다. 한 노조원은 “이미 노조 탈퇴를 신청한 이들이 꽤 된다”며 “투표에서 민노총 탈퇴 반대표를 던진 40여 명을 제외하고는 대다수가 노조를 떠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민노총이 조합원 200여 명에 불과한 포스코지회를 ‘어린애 손목 비틀 듯이’ 주저앉히는 것은 세력 약화에 대한 위기감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2020년 5월 현대중공업에서 분리된 현대로보틱스에서는 기존 민노총 계열 노조에 속했던 직원들이 새 노조를 설립해 대표노조 지위를 확보했다. 이 회사의 민노총 계열 순수 노조원은 10명 미만인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관계자는 “지난해 GS건설과 쌍용건설이 민노총에서 탈퇴하고 올해는 대우조선해양에서도 탈퇴 시도가 나오자 민노총에서도 더욱 강경하게 나오는 모양새”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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