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임철휘 기자 = 새해를 이틀 앞둔 29일 오후 서울 서초구 양재꽃시장을 찾은 시민들이 꽃을 살펴보고 있다. 2022.12.29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된 후 첫 연말연시를 맞아 서울 도심 꽃시장도 활기를 띠고 있다. 코로나 감염 사태가 완화되고 상당수 학교 졸업식이 2월에서 12월로 당겨지면서 때 이른 성수기가 찾아온 것으로 보인다. 다만 물가 상승과 강추위가 지속되면서 상인들은 바빠진 것에 비해 수익은 나지 않는다며 한숨을 쉬고 있다.
지난 29일 찾은 서울 서초구 양재동꽃시장은 이른 아침부터 꽃을 사려는 손님들로 붐볐다.
시장 내부로 들어서자 꽃을 배달하는 '삼촌'의 "길 터달라"는 소리와 가격이 얼마냐는 문의가 끊이지 않았다. 손님들은 신문지에 싸인 꽃을 품에 안고 좁은 통로를 비집고 다녔고, 상인들은 꽃을 포장하느라 분주했다.
3년째 이곳에서 꽃 가게를 하는 정모씨(43)는 "오늘은 경매가 있는 월·수·금요일에 비하면 손님이 없는 수준이다. 그때는 이렇게 말할 시간도 없다"며 "요즘 성수기를 체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같은 상가에서 꽃을 파는 김모씨(28)도 "요즘 손님도 많고 주문도 많아서 얘기할 틈 없이 바쁘다"고 전했다.
코로나 때 중단된 행사들이 재개되는가 하면, 전통적으로 2월에 하던 학교 졸업식이 12월로 당겨진 점도 한몫했다.
30일 경기도교육청에 따르면 이달 졸업식을 하는 경기도 내 초등학교는 전체 1320교 중 절반이 넘는 662교다. 중학교는 653교 중 30교, 고등학교는 486교 중 65교가 2월이 아닌 12월에 졸업식을 한다. 겨울방학과 봄방학 사이 수업이 비효율적으로 운영된다는 의견과 학생들의 겨울방학을 늘려주자는 의견이 받아들여져 졸업식을 앞당긴 학교가 늘어난 영향이다.
분당에서 초등학교 6학년 아이를 키고 있는 정모씨(38)는 "아이 졸업식 때 쓰려고 (꽃을) 샀다"며 "아이 졸업식에도 쓰고 선생님에게도 주려고 한다"고 말했다. 동탄에서 두 아이를 키우는 오은영(36)씨도 신문지로 감싼 꽃 네 묶음을 들고 상가를 나서며 "아이 졸업식 때문에 왔다. 주변에도 좀 나눠주고 집에 둬도 돼서 많이 샀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스승의날을 이틀 앞둔 13일 오후 서울 중구 남대문꽃시장을 찾은 시민들이 꽃을 살펴보고 있다. 2022.05.13. jhope@newsis.com
상가가 활기를 띠고 손님도 코로나19 이전보다 회복했지만, 상인들은 답답함을 토로했다. 추운 날씨로 꽃의 공급가가 오르는 한편, 전기료와 기름값 등도 올라 유지비가 증가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순익에는 큰 영향이 없다는 것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화훼유통정보를 보면 지난 19~25일 장미의 평균 단가는 1만3404원으로, 2년 전 같은 기간 8995원에 비해 1.5배가량 올랐다.
양재동 꽃도매시장에서 만난 이모씨(74)는 "꽃이 안 얼게 하려면 기름을 때야 하는데 기름값이 올라서 꽃값이 두 배로 뛰었다. 손님들은 늘었는데 꽃값이 비싸서 (장사가) 안 되는 건 매한가지다"라고 토로했다.
서초구에서 꽃 가게를 하는 오모씨(58)도 "일시적으로 손님이 늘어나긴 했어도 순익은 코로나 한창 때보다 더 안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화훼유통정보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마지막 주 월요일(26일)에 3만2687단이 들어왔던 장미가 올해 같은 시기에는 2만2247단이 들어오는 데 그쳐 1만여단 이상 덜 들어왔다.
양재 화훼공판장 절화부관계자는 "작년부터 12월에 학교 졸업식을 하는 게 붐이 일어 수요가 많이 늘었다. 그런데 최근 눈이 많이 오고 날씨가 추워져서 공급량이 부족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전기세도 30% 이상 오르면서 농가에서도 가온(加溫)을 쉽사리 할 수 없었다. 그러다 보니 꽃이 나와야 하는 시기에 덜 나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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