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로 인한 시민 고통'이 화훼 시장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특히 졸업 시즌을 맞아 꽃 수요는 크게 늘고 있지만 급등한 가격에 선뜻 손이 가지 않는다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꽃집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들도 부담을 느끼기는 마찬가지다. 일부는 대목인 졸업 시즌임에도 높아진 꽃 도매가격에 장사를 포기하는 사례까지 나오고 있다.
8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장미 1단의 경매 평균가(aT화훼공판장 기준)는 2년 새 2배가 넘게 올랐다. 실제 지난 2021년 1월 첫 주 기준 8875원이던 장미 1단은 올해 1월 첫 주 1만7408원에 거래됐다. 도매가가 오르자 소매가도 2배 이상 오른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코로나19 유행 기간 화훼 수입량이 감소해 공급이 줄어든 동시에 고물가 여파로 생산 비용이 높아진 점이 가격을 끌어올렸다고 분석한다. 더구나 지난해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로 졸업식 등이 다시 대면으로 열리면서 꽃 수요를 자극하는 등 당분간 꽃값이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천정부지로 오른 꽃값에 당황스러운 것은 시민들이다. 그동안 가벼운 마음으로 하던 꽃 선물 또는 꽃 관련 취미 생활이 최근에는 고비용·고부담 선물 또는 취미가 됐기 때문이다.
최근 자녀가 유치원을 졸업한 최모씨(39)는 "기념으로 아이에게 꽃다발을 주려고 꽃집을 찾았는데 과거에 3만원 정도하던 것이 6만~7만원으로 올랐다"며 "주변에 꽃을 빌리고 돌려쓴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이유를 알겠다"고 말했다.
실제 온라인 중고거래 사이트에는 선물로 들어온 꽃다발을 거래하겠다는 글이 올라오기도 한다. 중고시장에서는 시중에 5만~6만원 정도 하는 꽃다발이 2만~3만원에 거래된다.
플랜테리어(식물을 이용한 실내 인테리어)를 취미로 하는 직장인 한모씨(39)는 "지난해 가을부터 체감상 꽃 가격이 절정에 오른 것 같다"며 "조금이라도 저렴하게 구매하기 위해 발품을 팔고 있다"고 언급했다. 꽃 가격 상승으로 취미 생활에 드는 비용이 2년 전에 비해 약 50% 증가했다는 것이 한씨의 설명이다.
양재동에 거주하는 50대 직장인 김모씨는 "자주 꽃을 사는 편인데 요새가 제일 비싼 것 같아 부담된다"고 전했다.
급등한 꽃 가격에 부담을 느끼는 것은 자영업자들도 마찬가지다. 도매가격이 올라서 판매가격을 높일 수밖에 없는데 상승한 분 모두를 반영할 경우 판매가 어려워진다. 그렇다고 판매 가격을 낮추면 남는 게 없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25년간 꽃집을 운영한 60대 A씨는 "손님들 발길이 뜸해졌다"며 "아직 손님들은 2~3만원 대의 꽃다발을 원하는데, 이제 5만원에도 예쁜 꽃다발 만들기가 정말 힘들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졸업 대목 장사를 포기했다는 상인도 있었다. 40대 상인 김모씨는 "졸업 꽃다발 예약을 따로 받고 있지는 않다"며 "꽃값은 올랐는데 적은 가격대에 맞추느라 스트레스를 받느니 안 하고 말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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