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모씨가 지난 31일 배송받은 신발 사진. 최씨 제공
온라인쇼핑몰 G마켓에서 새 운동화를 주문한 고객에게 누군가 신던 낡은 신발이 배송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최모(44)씨는 지난달 28일 G마켓에서 중학교에 입학하는 딸에게 선물할 운동화 두 켤레를 주문했다. 모두 스포츠 브랜드 휠라(FILA) 제품으로, G마켓 상품 설명란엔 정상가 5만9000원에서 51% 할인된 2만8630원에 판매 중이라고 돼 있다.
운동화는 지난달 31일 최씨 자택으로 배송됐다. 엄마가 사준 새 신발을 신을 기대감에 부풀었던 최씨의 딸은 택배 상자를 뜯어본 순간 깜짝 놀랐다. 한 켤레는 깨끗한 새 운동화였지만 다른 한 켤레는 한눈에 봐도 누군가 오랜 기간 신었던 것으로 보이는 낡아빠진 신발이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이 신발은 최씨가 주문한 것과 전혀 다른 모델이었다.
최모씨가 지난 31일 배송받은 신발 사진. 최씨 제공
최씨가 국민일보에 제보한 사진을 보면 문제의 신발은 밑창이 닳았고 갑피(발등을 덮는 섬유 부분)와 중창(밑창과 갑피 사이 부분)에도 때가 낀 모습이다.
최씨는 “백화점 상품인 데다 평소 온라인쇼핑몰을 자주 이용했던 만큼 이런 신발이 오리라곤 전혀 생각지 못했다”며 “중학교 입학 기념으로 딸에게 줄 선물이었는데 이런 신발을 받게 해 너무 속상하다”고 말했다.
최모씨와 13세 딸의 카카오톡 대화 내용. 최씨 제공
오픈마켓의 특성상 최씨의 주문은 G마켓→갤러리아백화점→휠라 물류센터로 들어갔다. 최씨는 운동화 제품 이상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여러 곳에 수차례 전화하는 번거로움을 겪어야 했다.
우선 G마켓 측은 오픈마켓 플랫폼으로서 판매 대리를 하고 있으며, G마켓이 직접 구매자에게 보상하는 구조는 아니라고 설명했다. G마켓 관계자는 “믿고 구매하신 고객분께 불편을 끼쳐 죄송하다”며 “플랫폼만 열어두고 업체가 자유롭게 입점해 판매하는 구조라 문제가 발생했을 경우 일단 판매자에게 연락해 빠르게 해결될 수 있도록 중재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고객과 판매자 간 분쟁이 길어지거나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면 적극적으로 개입한다. 판매처에 귀책 사유가 발견되면 페널티를 부과해 재발을 막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씨가 구매한 운동화의 판매처는 갤러리아백화점 대전 타임월드점. 소비자가 G마켓을 통해 주문하면 백화점 매장에서 소비자에게 상품을 배송한다. 다만 휠라 상품은 예외적으로 계약 관계에 따라 휠라 물류센터에서 소비자에게 직접 배송했다고 백화점 측은 해명했다.
갤러리아백화점 관계자는 “온라인 주문이 들어오면 백화점에서 휠라에 다시 주문을 넣는다. 휠라 물류센터에서 고객에게 직접 배송하는 구조”라며 “백화점이 관여하지 않았더라도 브랜드 이름을 걸고 판매하는 만큼 도의적 책임을 느낀다. 해당 고객에게 죄송한 마음”이라고 했다.
최모씨가 지난 31일 배송받은 신발 사진. 최씨 제공
결과적으로 낡은 신발이 소비자에게 배송된 데에는 휠라 측 실수가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휠라 측은 6일 “내부 진상조사 결과 반품된 제품이 배송 라인에 섞여 들어간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휠라는 소비자에게 배송되는 상품은 출고 직전 ‘전량 검수’를 원칙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신학기를 앞두고 물량이 많이 몰린 탓에 예외적으로 ‘무작위 검수’ 방식을 취했고 그 과정에서 이번 같은 배송 사고가 발생했다는 얘기다.
최씨의 G마켓 주문 내역.
휠라 관계자는 “대표이사 이하 전 임직원이 이번 건을 매우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다. 무엇보다 소비자께 진심으로 죄송한 마음”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배송 착오를 인지한 직후 총괄본부장 등 휠라 경영진이 소비자인 최씨를 찾아가 직접 사과의 뜻을 전했다. 최씨는 “제조사 측에서 바로 실수를 인정하고 잘 수습해줬다”며 “진심 어린 사과를 받고 마음이 풀렸다”고 말했다.
휠라 측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전체적인 물류 관리 시스템과 검수·검품 체계를 재검토하겠다며 재발 방지 대책을 6일 내놨다. 구체적으로 ‘전량 검수’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인력을 추가로 증원할 예정이다. 또 협력사 등으로 분배돼 있던 소비자상담센터의 본사 통합도 검토하기로 했다.
김지헌 휠라코리아 대표이사는 직접 임원들을 소집해 이번 사태의 엄중성을 강조한 뒤 내부 교육도 진행했다. 물류센터 등 협력업체와 매장에도 이와 관련한 교육을 시행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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