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립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보기 위한 실험 참여 차 스페인 지하동굴에서 홀로 생활한 여성 산악인이 500일 만에 바깥세상으로 나왔다.
2021년 11월 20일부터 500일간 홀로 스페인 그라나다 지하 동굴에서 생활한 산악인 베아트리스 플라미니(50)[이미지출처=로이터 연합뉴스]
14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 및 스페인 현지 매체 등에 따르면 이날 스페인 출신 산악인 베아트리스 플라미니(50)는 스페인 남부 그라다다 모트릴 인근 동굴을 벗어나 지상으로 나왔다. 그는 2021년 11월20일 지하 70m 동굴로 내려갔다. 동굴에 들어갈 당시 플라미니는 헬멧 라이트 등 약간의 빛과 책, 종이와 연필, 뜨개질감만을 챙겼다.
스페인 알메리아, 그라나다, 무르시아 대학 소속 과학자로 구성된 연구팀이 극도의 고립 속에 인간 신체와 정신이 어떤 영향을 받는지 알아보기 위해 그를 지속해서 모니터링했지만, 500일 동안 대화나 접촉은 일절 없었다. 음식은 동굴 내 지정 장소로 주기적으로 배달했다. 또 비상 상황을 대비한 '패닉 버튼'이 제공됐지만 플라미니는 이를 누르지 않고 약속한 기간을 채웠다.
14일(현지시간) 베아트리스 플라미니가 500일 만에 지하 동굴 밖으로 나오고 있다[이미지출처=AFP 연합뉴스]
동굴에서 나온 뒤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플라미니는 "나는 나 자신과 아주 잘 지냈다"면서 "힘든 순간이 있었던 건 사실이지만 매우 아름다운 순간 또한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동굴에서 책 60권을 읽었으며, 글 쓰고 그림 그리고 뜨개질도 하는 등 계획적으로 시간을 보냈다고. 그는 "지금 닥친 그 순간을 사는 게 비결이었다"면서 "잡생각 하지 않고 한 가지 행위에 몰두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플라미니는 65일째부터는 시간의 흐름에 대한 감각을 잃었다며, 동굴 밖으로 나왔을 때 160∼170일 정도 지났을 것으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사람들이 내려와 이제 동굴을 떠나야 한다고 했을 때 밖에 무슨 일이 일어나 그런 줄 알았다"고 했다. 이어 500일이 지났다는 얘기를 듣자 '벌써? 말도 안 돼. 아직 책을 끝내지 못했는데'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그는 "사실은 (동굴을) 떠나고 싶지 않았다"는 고백까지 했다.
플라미니에게 닥친 최대 위기는 동굴에 파리가 들어왔던 것이었다. 그는 "파리가 들어와서 애벌레를 낳았는데 그냥 내버려 뒀더니 파리가 내 온몸을 뒤덮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동굴에서 지내는 동안 샤워도 할 수 없었다. 플라미니는 "아직도 샤워를 못 했다. 하지만 나는 익스트림 스포츠 선수이므로 500일은 더 버틸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현지 매체들은 플라미니가 세운 기록은 인간이 홀로 동굴에서 보낸 최장 기록인 것으로 보이지만, 기네스 세계기록에 이 같은 종목이 있는지는 확실하지 않다고 보도했다. 그의 도전은 향후 다큐멘터리로 제작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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