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때 정말 힘들었지요. 한 해 수익의 네 배를 날렸으니까요. 그래서 4년 만에 찾아온 ‘카네이션 대목’에 기대가 큽니다.”
지난달 28일 오후 경기도 고양시 원당동에 있는 미래농원. 농장주 황기선(34)씨는 가로 40m, 세로 80m짜리 대형 온실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다. 온실 안은 지난해 11월 스페인에서 수입해 6개월간 키운 카네이션 화분 7만5000분이 가득했다.
카네이션 피크 시즌은 연중 약 엿새다. 어버이날을 일주일여 앞두고 황씨는 요즘 새벽 5시 출근, 밤 12시 퇴근이 일상이다. 하루 3시간을 잘 때도 잦다. 꽃이 적은 부분엔 등을 비춰줘 상품성을 키운다. 반면 꽃이 너무 피었다 싶으면 등을 꺼준다. 이렇게 7만5000분의 꽃을 일일이 ‘돌봐줘야’ 한다.
“서로 비슷해 보이지만, 카네이션에도 ‘품질’이 있어요. 꽃대는 대여섯 개, 선명한 붉은 꽃송이가 두세 개 핀 것을 최상품으로 칩니다. 꽃을 피우기는 쉽지만, 예쁜 꽃을 피우기는 어려워요. 재배 기술에 따라 붉은색이 탁해지기도 합니다.”
황씨는 올해로 13년차 원예농이다. 부모님 권유로 대학에서 원예학을 전공하고, 22살부터 꽃 농사를 시작했다. 하지만 최근 3년간 ‘코로나 악몽’을 겪어야 했다. 꽃 수요는 졸업·입학 같은 특정 이벤트 때 수요가 몰리는데 사회적 거리두기 여파로 대면 행사가 급감한 탓이다.
실제로 농림축산식품부 통계에 따르면 전국 화훼 공판장 판매량은 2019년 6143만 송이(화분 포함)에서 2020년 5794만 송이로, 거래 금액은 같은 기간 2175억→1969억원으로 각각 5.7%, 9.4% 감소했다.
하지만 이번엔 분위기가 다르다. 마스크 해제 후 맞는 첫 가정의 달인 데다, 어린이날·어버이날이 주말을 끼고 있어 대면 행사나 가족 모임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이다. 보통 2월 졸업·입학 시즌을 시작으로, 공기정화 식물(3월)→꽃 화분(4월)→카네이션(5월)으로 꽃 농가의 봄 수요가 마무리된다. 봄 매출이 한 해 매출의 70~80%를 차지한다.
그래도 시름거리는 있다. 다락같이 오른 공공요금·인건비·자재비 때문이다. 이날 황씨네 카네이션 온실은 25~27℃를 유지 중이었다. 출하를 사나흘 앞두고 꽃을 활짝 피우기 위해서다. 황씨는 “5000㎡(약 1500평) 기준 월 1000만원의 난방전기요금이 나온다”며 “코로나19가 폭풍이었다면, 전기요금 인상은 (화훼농가에) 폭탄 격”이라고 덧붙였다.
미래농원에서 키운 7만5000분의 카네이션 중 절반 이상은 홈플러스로 공급된다. 홈플러스는 지난해 전국 9개점에 ‘가드닝&데코’ 특화 매장을 만들었다. 장을 보면서 싱싱한 꽃을 살 수 있도록 대부분 식품 매장 근처에 위치시킨 게 특징이다.
황씨는 무엇보다 직접 소비자를 만난다는 점에서 기대감이 크다. “어릴 때부터 부모님 곁에서 식물이 출하되는 것을 보아왔지만, 꽃과 화분이 어떻게 소비자에게 전달되는지는 정확히 몰랐어요. 마트에 전시도 되고, 소비자 평가도 받으니 기분이 전혀 다르지요. 고객이 원하는 상품에 귀 기울일 수밖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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