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달 말 가족과 함께 제주도로 여름휴가를 떠날 계획을 세운 40대 직장인 김철민씨는 예상보다 비싼 항공권 가격 때문에 고민 중이다. 김씨네 네 가족의 왕복 항공권값만 80만원가량 된다. 숙소와 렌터카 비용 등을 더하면 4박 5일 간의 제주 여행에 300만원은 들 것이란 계산이다. 아껴뒀던 마일리지를 쓰려고 해도, 마일리지 항공권은 이미 한참 전에 매진이다. 김씨는 “모처럼 가족 여행을 가는 것인데, 예상 밖 비용 부담 때문에 당황스럽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26일 항공 업계에 따르면 코로나19 엔데믹 이후 여객 운송 시장은 빠르게 정상화하고 있지만 항공권 가격 회복은 더딘 것으로 나타났다. 다음 달 기준 김포~제주 노선의 경우 편도 9만원 선에서 시작한다. 코로나19 이전에는 편도 5만원 이하의 티켓도 많았다. 대부분의 항공사에서 이미 마일리지 티켓은 구하기 어렵다.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일본 노선 티켓 가격도 사정은 비슷하다. 저비용 항공사(LCC)를 이용하더라도 성인 1인당 최소 왕복 30만원가량 든다.
항공권 가격이 이렇게 ‘고공행진’하는 건 무엇보다 늘어난 수요에 비해 공급이 턱없이 부족해서다. 주요 노선의 운항편(공급)은 코로나19 이전을 회복하지 못한 상태다. 지난달 기준 인천국제공항의 전체 운항 횟수는 2만8155편으로 코로나19 발생 이전인 2019년 5월(3만4205편)보다 17.7% 줄었다. 노선별로는 ▶중국 7724→4448편(-42.4%) ▶동북아 3088→2081편(-32.6%), ▶일본 6817→6393편(-6.2%)으로 각각 줄었다. 특히 러시아 방면 노선은 같은 기간 1005→205편으로 79.6%가 감소했다.
김포국제공항도 사정은 비슷하다. 한국공항공사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김포~제주 노선의 운항 편수는 7698편(여객 수 143만여 명)이다. 이는 2019년 5월보다 63편 줄어든 수치다. 국내 주요 노선 중 2019년보다 운항 편수가 늘어난 건 김포~김해 노선(1782→2017편) 정도다.
항공사들 입장에서도 공급을 늘리기 위해 안간힘이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물론, 제주항공 등 LCC들 역시 여름 성수기를 맞아 잇달아 증편 계획을 내놓고 있다. 에어부산은 지난달 22편이던 부정기편 수를 다음 달에는 93편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하지만, 이는 늘어난 수요를 채우기에는 역부족일 것이란 전망이다.
사정은 조만간 나아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공항공사는 올해 6~8월 김포공항 국제선의 전체 운항 편수가 4784건에 그칠 것으로 봤다. 2019년 6~8월 국제선 운항 편수(5126편)보다 6.7%가 적다. 같은 기간 인천공항의 여객 운항 편수는 7만8449편으로 2019년 6~8월(9만5468건)보다 17.8%가 적을 전망이다.
항공사들이 공급을 빠르게 늘리지 못하는 이유도 있다. 코로나19를 거치면서 보유 항공기와 직원 규모를 줄여 놓은 영향이다. 대한항공의 경우 2019년 말 기준 169대였던 보유 항공기 수가 지난해 말 기준 156대로 줄었다. 같은 기간 직원 수는 1만8518→1만7746명으로 감소했다. 상대적으로 자금력이 부족한 LCC들은 보유 항공기 대수를 20% 이상 줄여 놓았다.
익명을 원한 항공 업계 관계자는 “최근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등을 중심으로 이르면 올해 말 글로벌 항공 운송이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정상화할 것이라는 기대 섞인 전망이 나오고는 있지만, 실제 소비자가 회복세를 체감하려면 시간이 더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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