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합 재배농가가 일본 수출에 직격탄을 맞았다. 최근 원-엔 환율이 8년 만에 최저치인 900원대 초반에 머물면서 수출물량과 수출액이 큰 폭으로 떨어졌다. 본격적인 백합 수확철을 맞은 농가는 수출 시기를 미루거나 수출을 아예 포기하고 있어 정부 차원에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진다.
◆"수출날만 기다려왔는데 엔저 현상 야속"= 3일 오전 찾은 강원 원주시 신림면 금창리. 이곳에서 3305㎡(1000평) 규모로 백합을 재배하는 변기섭씨(53)는 “화훼류 가운데 일본 수출 비중이 큰 게 백합이라 자식처럼 애지중지 키우며 수출할 날만 기다려 왔는데 최근 엔화 가치가 크게 떨어져 답답하다"며 “백합 한본당 우리 돈으로 800원 이상은 받아야 하는데 환율이 떨어진 탓에 손에 쥐는 게 고작 500~600원 수준이 됐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치악산 자락에 있는 신림면 일대에선 준고랭지라는 자연환경을 살려 10농가가 치악산화훼작목반을 구성해 3㏊ 규모로 백합은 물론 과꽃·글라디올러스와 같은 다양한 화훼류를 재배하고 있다.
변씨는 “비싼 종구값에 작업비, 수출 물류비까지 고려하면 출하할수록 생산비 회수는 고사하고 오히려 손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상황”이라며 ”눈코 뜰 새 없이 바쁠 때지만 최대한 인건비라도 줄여볼까 싶어 아내와 지인까지 동원해 선별·포장 작업을 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경기 과천의 백합 수출업체인 농업회사법인 우리화훼종묘㈜ 그동안 일본으로 백합을 연중 수출했으나 올해는 7월부터 시작했다. 하반기에도 일본의 백합수요가 많은 9월까지만 수출하고 크리스마스 시즌이 들어있는 12월에 재개하는 일정으로 지난해와 견줘 연간 수출 기간을 4개월로 축소할 방침이다. 우리화훼종묘 관계자는 “올들어 엔저가 심해지면서 수출 채산성이 악화해 수출 기간만 아니라 물량도 지난해보다 30% 줄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특히 경기지역에서는 최근 몇 년새 일본 수출이 크게 줄면서 수확을 포기한 농가도 눈에 띄게 늘었다. 최근까지 백합수출단지가 있었던 경기 이천과 화성지역에서는 현재 수출용 백합 재배농가를 찾을 수 없다. 구자철 한국화훼협회 경기지회장은 “한·일 관계가 악화하고 코로나19로 한때 일본으로의 항공편이 막혔던 데다 엔저흐름까지 겹쳐 백합 수출을 포기한 농가가 줄을 잇는다"고 분석했다.
이상근 경기 광명시 화훼수출협의회장은 “경기지역에서 봄 작기에 백합을 수출하는 농가는 남아있지 않고 대부분 9월에 정식한 후 12월 크리스마스를 겨냥해 일본에 수출하고 있다”며 “이제 9월 백합 농사를 준비해야 하는데 엔화 가치가 자꾸 떨어져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라고 했다.
◆내수시장 가격도 연쇄 하락세=일본 수출길이 막히자 그 물량이 대거 내수시장으로 몰리는 데다 졸업·입학·결혼식을 비롯한 굵직한 행사가 없어 국내 백합 가격도 하락세를 면치 못한다.
실제 한국농식품유통공사 등에 따르면 올해 6월 백합 도매가격은 1묶음(5본 또는 10본)당 평균 3841원으로 5월 평균가격 6034원보다 34%나 낮게 형성됐다. 백합 가격 하락세는 7월에도 멈출 줄을 모른다. 여름철 비수기에는 값이 낮아지는 경향이 있긴 하지만 올해는 낮아도 너무 낮다는 얘기가 나온다.
변씨는 “서울 서초구 양재동 aT(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화훼공판장 등지로 경매 물량을 부지런히 올려도 제값을 못 받는 게 부지기수”라며 “이달 20일경까지는 다른 꽃을 후작으로 심어야 10월께 수확에 나설 수 있어 이대로라면 조만간 백합밭을 전부 갈아엎어야 할 판”이라며 고개를 떨궜다.
정문권 한국백합생산자중앙연합회 사무국장은 “백합 수출을 둘러싼 여건이 매우 열악해진 상황에서 2024년부터 정부가 지원해온 수출물류비마저 중단을 앞두고 있다”며 “백합 농가가 줄도산하기 전에 정부가 피부에 와닿는 실질적인 지원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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