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코믹 월드 2023 SUMMER'에서 경찰관들이 한 관람객이 소유한 모형 소총을 살펴보고 있다. 뉴시스
4일 경찰은 흉기난동과 살인예고 등 끊이지 않는 흉악범죄에 강력 대응하겠다며 여러 대책을 내놨다. 협박 게시물이 좀체 줄지 않아 경찰의 강경책을 지지하는 여론이 높은 건 사실이다. 하지만 대책 중 하나인 ‘불심검문’만큼은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범죄를 발본색원하려면 이 정도 불편은 감수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는 반면, 사생활 침해를 이유로 과잉 대응이라는 반발도 만만찮다. 일선 경찰 사이에서도 “없는 성과를 만들어내라는 것이냐”며 실적을 닦달하는 윗선의 압박에 볼멘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7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따르면, 경찰은 4일 특별치안활동 선포 후 총 442건의 불심검문을 진행했다. 위험 의심 장소에 경찰관 2만2,000여 명을 배치해 ‘선별적 검문검색’을 강화한 데 따른 결과다.
효과는 분명했다. 경찰은 사흘간 흉기 소지자 등 14명을 붙잡아 총포화약법 위반 혐의로 입건했다. 경범죄처벌법을 위반한 7명에게는 통고처분했고, 99명은 경고 및 훈방조치했다. 5일 서울 마포구에서 10㎝ 길이 흉기를 소지하고 있던 남성, 같은 날 목사를 살해하겠다며 경기 용인 일대 노상을 배회하던 남성이 검문에 걸려 입건된 사례다.
부작용도 있었다. 같은 날 경기 의정부에서 한 중학생이 “검은색 후드를 쓴 사람이 흉기를 들고 있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의 불심검문을 오해해 달아나다 체포 과정에서 다친 것이다. 경찰 매뉴얼에 따르면, 경찰관은 불심검문 전 소속과 신분을 밝혀야 하지만 피해자 부모 측은 미란다 원칙조차 고지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과실을 인정하고 해당 중학생의 치료 및 심리치료 비용을 지원하기로 했다.
공과(功過)가 뚜렷한 불심검문을 바라보는 시민들의 반응은 복합적이다. 대학생 유동근(22)씨는 “매뉴얼만 지킨다면 시민 안전을 위해 기꺼이 불편을 감수하겠다”고 말했다. 사회 분위기가 워낙 흉흉하다 보니 더 큰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지금은 대수롭지 않는 일도 허투루 지나칠 수 없다는 의미다. 반면 직장인 원모(31)씨는 “군사정권 시절도 아니고 도를 넘어도 한참 넘었다”면서 “원인을 제공하지 않았는데, 경찰이 검문을 요구하면 신분증 사진을 찍어 민원을 넣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현장 경찰관도 그들대로 계속되는 실적 압박에 고충이 크다. 경찰청은 특별치안활동 기간 중 일선에 경찰서별로 검문 횟수, 검거 등 주요사례를 보고하라고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의 한 파출소에 근무하는 경찰관은 “매뉴얼에는 검문 대상이 거부하면 경찰이 강제력을 행사할 근거가 없다”며 “실적을 계속 강요할 경우 결국 무리수를 둘 수밖에 없다”고 푸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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