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역과 뇌 사이의 상호 작용을 이해함으로써 신경장애나 우울증 등 다양한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글로리아 최 MIT 교수는 면역 기능이 자폐스펙트럼장애(ASD)의 원인이 될 수 있음을 보인 연구로 주목받는 뇌신경과학자이다. 부산에서 열린 한국뇌신경과학회 연례 학술대회에 참석한 그는 7일 "면역 시스템이 작동할 때 일어나는 부작용, 뇌로 전달되는 신호, 수용체, 발현하는 유전자 등 뇌-면역 정보 흐름에 대한 정보를 모아 지도를 만드는 작업을 하고 있다"라며 "이를 통해 면역에 의한 행동의 변화를 설명할 수 있는지 알고자 한다"라고 말했다.
글로리아 최 MIT 교수가 7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한국뇌신경학회 학술대회에서 기조강연하고 있다. (사진=한국뇌신경학회)
최 교수는 면역과 자폐 사이의 관계를 밝힌 연구를 출발로 면역과 뇌 사이의 관계를 탐구하고 있다. 그는 임신 중 병에 감염시켜 면역 작용을 일으킨 '모체 면역 활성화(MIA)' 쥐에서 태어난 새끼가 사회적 행동에 문제를 보인다는 사실을 밝힌 바 있다. 어미 쥐 면역세포 TH17에서 나오는 면역단백질 '인터루킨(IL)-17a'가 태아의 뇌세포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이 면역세포는 특정한 종류의 장내미생물로 인해 만들어졌다. 또 뇌 대뇌피질 중 'S1DZ'라는 영역이 영향을 받는 부위라는 점도 밝혔다. 이는 2017년 학술지 '네이처'에 두 편의 논문으로 실렸다.
하지만 면역 작용은 자폐 증상을 완화하기도 한다. 병에 걸려 열이 나면 자폐 증상이 줄어드는 사례는 임상에서 많이 알려져 있다. 최 교수는 면역물질 IL-17a가 뇌의 S1DZ 영역에 직접 영향을 미쳐 사회성에 문제가 있는 쥐의 행동을 개선한다는 점을 밝혔다.
S1DZ는 체성 감각을 관장하는 부위이다. 눈을 감아도 자기 팔이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있는 것 같은 피부나 체내 각종 조직의 작용을 말한다. 주변 사물의 움직임을 예측해 움직임이 끝나기 전에 미리 그 결과에 맞춰 행동을 결정하는 것도 이 영역에서 일어난다. 최 교수는 "이러한 예측 능력에 문제가 생기면 사회적 행동이 악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라며 "체성 감각이 왜 중요한지, 사회적 행동 문제와 어떤 관계가 있는지 찾는 연구를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는 코로나19 후유증으로 냄새를 못 맡거나 식욕을 잃거나 우울증을 앓는 등의 다양한 증상의 원인을 찾는 실마리가 될 수도 있으리란 기대다. 최 교수는 "과거엔 면역과 뇌 사이에 소통 채널이 있다는 생각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 중 실제 이런 문제를 겪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이같은 연관 관계를 설명하기 편해졌다"라며 "자폐스펙트럼장애뿐 아니라 다양한 종류의 신경장애나 뇌 문제에도 같은 원리가 적용되는 것으로 본다"라고 말했다.
최 교수는 중학교 때 미국으로 이민 간 교포 1.5세대 연구자로, 하버드대 의대에서 면역을 연구하는 허준렬 교수와 함께 면역신경학 분야를 개척하고 있다. 그는 "면역학을 연구하는 남편과 공동 연구 덕분에 면역과 뇌신경학이 결합된 연구를 할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허 교수는 자페증과 우울증 등을 면역 분야에서 접근해 치료하는 신약을 만드는 인테론을 지난해 창업했다.
한국과의 공동 연구 가능성에도 기대를 드러냈다. 최 교수는 "한국의 병원들은 다양하고 방대한 데이터를 갖고 있다"라며 "이같은 데이터를 바탕으로 동물 실험을 넘어 사람에 적용할 수 있는 연구를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면역 시스템과 뇌 사이의 정보가 흐르는 메커니즘을 규명, 면역에 기반해 우울증 등 다양한 질병을 고치는 연구를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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