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애널리스트들이 삼성전기 부산 사업장에 일제히 모였다. 부산 공장은 MLCC(적층세라믹캐패시터)와 FC-BGA(플립칩-볼그리드어레이)기판 등 삼성전기의 주력 사업이 모여있는 핵심 거점이다. 이 가운데서 삼성전기는 이날 '전장((자동차 전기·전자장비)용' MLCC를 콕 집어 소개했다. 전장 MLCC의 미래 성장 가능성을 내다 본 동시에 글로벌 시장을 주도하겠다는 자신감을 드러낸 셈이다.
1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기가 전장용 MLCC를 미래 성장동력으로 삼고 집중 투자 중이다. 부산 사업장에 이어 중국 천진, 필리핀 라구나 사업장에서 MLCC 생산능력(CAPA, 캐파)을 전장용 중심으로 증설한다는 방침이다. 천진과 라구나는 각각 부산 사업장의 3배, 2배 규모다.
삼성전기는 EV(전기차)와 티어-1(자동차 부품사) 위주의 점유율을 높이면서 전장용 MLCC 매출 비중을 꾸준히 늘려왔다. 업계는 삼성전기의 전장용 MLCC 매출을 2021년 3800억원, 지난해 5900억원으로 보고 올해 8600억원, 내년엔 1조원을 넘길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의 경우 IT(정보기술)용과 산업용을 더한 전체 MLCC 매출 가운데서도 24% 가량이 전장용일 것이란 관측이다.
매출이 늘면서 올해 글로벌 시장 점유율도 20%에 근접할 것으로 보인다. 20% 고지를 넘으면 주요 경쟁사인 일본의 무라타, TDK와 3강 구도를 구축하게 된다. 삼성전기는 "경쟁사와 직접 비교하긴 어렵지만, 자사는 소형·고용량 MLCC에 강점이 있다"고 밝혔다. 세라믹 파우더와 메탈(니켈, 구리) 파우더 등 핵심 원료의 내재화율이 경쟁사보다 높은 것도 강점이다. 삼성전기는 핵심 연료 내재화율을 50%까지 끌어올려 원가 절감과 성능 향상을 추구하겠다고 밝혔다.
삼성전기가 전장용 MLCC에 주력하는 이유는 단연 높은 성장성 때문이다. 완성차 트렌드가 전기차와 자율주행차로 옮겨가면서 한 대당 MLCC 탑재 개수도 급격히 늘어난다. MLCC 탑재량은 스마트폰 한 대당 800~1000개, 내연기관 차는 4000개, 전기차는 내연기관 차의 4배에 가까운 1만5000개가 필요하다. 자율주행 레벨2를 구현하는 차종 기준으로 테슬라 모델3는 1만3000개, 현대자동차의 아이오닉5에는 1만1600개의 MLCC가 탑재될 것이라고 업계는 추정한다.
업계는 MLCC 글로벌 시장 규모가 올해 130억 달러17조 3095억 원), 5년 후인 2028년엔 176억 달러(23조 4344억원)로 연평균 6% 성장률을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가운데 전장용 MLCC의 경우 가장 가파른 연평균 10% 성장률을 보일 것이란 예측이다.
삼성전기 관계자는 "전기차는 내연기관 차와 비교해 3배 수준의 MLCC가 채용된다'며 "매년 시장 성장을 상회하는 매출 성장을 달성해 현재 전장용 MLCC 매출 비중은 2021년과 비교해 2배 이상 증가했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는 작년보다 30% 이상 판매 증가가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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