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6일(현지시간) 태국 농부아람푸주 나끌랑 지역의 한 어린이집에서 총기 난사 사건을 벌인 빤야 캄랍
1년 전인 2022년 10월 6일. 태국의 한 마을 어린이집에 들이닥친 남성이 무차별적으로 총기를 난사했다. 달콤한 낮잠을 자고 있던 아이들은 무방비 상태로 총탄을 맞고 세상을 떠났다.
범인은 어린이집에 다니는 한 남자아이의 아버지였다. 범행 이후 집으로 달아난 그는 가족까지 모두 살해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약 40명의 목숨을 앗아간 이 사건을 계기로 태국 정부는 총기 규제를 강화하기로 했다.
낮잠 자던 아이들 향해 무차별 난사…범행 후 아내·아들까지 살해
지난해 10월 6일(현지시간) 태국 농부아람푸주 나끌랑 지역의 한 어린이집에서 총기 난사 사건이 발생해 어린이 24명 등 최소 38명이 숨졌다./사진=AFP=뉴스1총격범 빤야 캄랍(당시 34세)은 목요일이었던 사건 당일 오후 12시30분쯤 자신의 3세 의붓아들을 데리러 가기 위해 농부아람푸주 나끌랑 지역의 한 어린이집으로 향했다.
그러나 아들은 없었다. 캄랍은 발걸음을 돌리는 대신 총기를 들고 어린이집에 난입해 무차별적으로 총을 쏘기 시작했다. 직원이 곧바로 문을 잠갔지만, 캄랍은 문을 부수고 들어가 아이들에게 닥치는 대로 흉기를 휘둘렀다.
당시 어린이집에서는 2~5세 아이들이 점심 먹고 낮잠을 자고 있어 피해가 컸다. 어린이집에는 90여명의 아이들이 다니고 있었지만, 당일 내린 폭우와 통원버스 고장 때문에 집에 머문 아이들이 많아 평소보다는 적은 인원이었다.
어린이집 관계자는 "범인이 갑자기 나타나 건물 밖에서 점심을 먹고 있는 직원 중 4명을 총으로 쐈다"며 "이후 문을 부수고 안으로 들어와 칼로 아이들의 머리를 내리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10월 6일(현지시간) 태국 농부아람푸주 나끌랑 지역의 한 어린이집에서 총기 난사 사건이 발생, 희생자들의 시신이 담긴 관이 바닥에 놓여 있다./사진=로이터=뉴스1 어린이 24명 등 최소 38명이 숨졌다./사진=AFP=뉴스1캄랍의 범행으로 교사와 어린이 24명 등 최소 38명이 숨졌고 10여명이 다쳤다. 희생자 중에는 2세 아이들과 임신 8개월 차 교사도 있었다.
생존한 교사는 "살려달라고 빌었지만 멈추지 않았다. 탄창에 총알이 떨어졌을 때 겨우 달아났다"며 "여러 방에서 자고 있던 아이들을 모두 구할 수 없었다"고 안타까워했다.
한 목격자는 "총격에 숨진 교사가 한 아이를 품에 안고 있었다"며 "범인이 그 아이까지 죽일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주저 없이 총을 쐈다"고 말했다.
캄랍은 범행 직후 차를 타고 집으로 도주하면서도 행인들에게 총기를 난사했다. 집에 도착한 그는 차에 불을 지르고, 아내와 아들에게도 총을 쏴 살해한 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지난해 10월 6일(현지시간) 태국 농부아람푸주 나끌랑 지역의 한 어린이집에서 총기 난사 사건이 발생한 가운데 아이들 중 유일하게 생존한 애미(3)./사진=로이터=뉴스1사건 현장에서 살아남은 아이는 3세 여아뿐이었다. 아이는 친구들의 시신 옆에 담요를 덮고 웅크린 채로 있다가 발견돼 구조됐다.
자녀 시신을 확인한 부모들은 오열하며 쓰러졌다. 현지 구조대원은 "아무도 보고 싶어 하지 않는 참혹한 현장이었다"며 "수많은 시신을 보는 데 익숙하지만, 이번 사건은 그 어떤 것보다 더 참혹했다"고 말했다.
총기난사범, 마약 복용 혐의로 해임된 '전직 경찰'이었다
캄랍은 마약 복용 혐의로 사건 4개월 전 해임된 전직 경찰관이었다. 그는 범행 당일 오전에도 법원에 출석했다가 아들을 데리러 어린이집에 간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캄랍이 마약에 취한 상태에서 범행한 것으로 판단했지만, 부검 결과 사건 72시간 전까지 마약을 복용한 흔적은 나오지 않았다.
캄랍의 어머니는 영상 메시지를 남겨 희생자 가족들에게 사과했다. 그는 영상에서 "아들의 행동에 대해 모든 분에게 사과드리고 싶다"며 "희생자들의 장례식에 참석하지 못해 죄송하다. 조만간 모든 유족에게 직접 찾아가 사과하고 싶다"고 밝혔다.
지난해 10월 6일(현지시간) 태국 농부아람푸주 나끌랑 지역의 한 어린이집에서 총기 난사 사건이 발생, 유가족들과 시민들이 사고 현장 인근에서 희생자들을 애도하고 있다./사진=AFP=뉴스1충격에 빠진 태국에서는 마약과 총기의 허술한 관리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다. 태국에서는 허가만 받으면 총기를 보유할 수 있다. 다른 아시아 국가들보다 총기 소지 비율이 높아 관련 범죄가 종종 발생한다.
태국 정부는 해당 사건을 계기로 총기 면허 발급과 휴대 등에 관한 관리를 강화하기로 하고, 총기와 탄약 등록을 의무화하는 총기법 초안을 승인한 상태다. 허가받으려면 정신적 이상이 없고, 사회에 해로운 행동을 하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하는 문서를 받아 제출해야 한다. 마약을 복용하거나 정신적 문제가 발견되면 허가가 취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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