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철 디자인기자 /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
삼성전자가 3분기 실적 발표를 앞두고 기대와 달리 부진한 실적을 낼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면서 주가가 약세를 나타냈다. 반면 SK하이닉스는 AI(인공지능) 반도체 호조로 인한 실적 기대감이 커지면서 12만원선을 회복했다.
5일 삼성전자는 전일대비 800원(1.19%) 떨어진 6만6700원을 기록했다. 전날 시장이 급락하면서 오전 중에는 되돌림 장세가 나타났는데, 시종일관 약세를 보였다.
SK하이닉스는 이날 4800원(4.16%) 뛴 12만200원에 마감했다. SK하이닉스 주가를 끌어올린 것은 외국인이다. 외국인들은 이날 SK하이닉스 한 종목만 1970억원 어치 사들였다. 이날 외국인 순매수 1위 종목이 SK하이닉스다. 이날 외국인은 코스피 시장 전체에서 2700억원어치 팔았는데, SK하이닉스에 대해서만큼은 러브콜을 보냈다. 외국인들은 전날 코스피 시장에서 4000억원 넘게 팔아치울 때도 SK하이닉스만큼은 순매수해 이틀 간 총 2490억원 규모 사들였다.
증권업계는 반도체 산업 업황이 상반기 바닥을 찍고 하반기부터 개선될 것이라며 '상저하고' 전망을 유지하고 있다. 업황 회복 기대감에도 불구하고 반도체 빅2인 두 기업 주가가 엇갈리는 것은 실적 눈높이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대장주인만큼 3분기 반도체 업황 회복에 따른 실적 기대감이 컸다. 그러나 정작 실적 발표일이 가까워질 수록 시장의 눈높이는 낮춰지고 있다.
이날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사들이 추정한 삼성전자의 3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67조6790억원, 2조2080억원이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2%, 76% 줄어드는 수치다.
한달 전만 해도 삼성전자의 3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는 2조9670억원이었다. 그러던 것이 연휴 직전 2조8260억원, 일주일 전에는 2조5320억원, 이날은 2조2080억원까지 주저앉았다. 한달새 영업이익 추정치가 7000억원 가량 축소된 것이다.
전날 발간된 SK증권 리포트는 삼성전자의 3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를 아예 1조5000억원으로 내려 잡았다. 매출액도 66조원으로, 당초 시장 예상치보다 1조원 이상 낮췄다.
한동희 연구원은 "메모리 가격 반등을 모색하기 위한 2차 감산, 출하보다는 가격 방어에 집중하는 '수익성 우선 정책'으로 3분기 실적이 시장 컨센서스를 하회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삼성전자는 실적 발표 전에 시장의 기대치가 너무 높을 경우 미리 시그널을 보내 시장 충격을 완화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3분기 실적은 오는 11일 발표될 예정이다.
반면 SK하이닉스는 AI 반도체로 통하는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을 선점하면서 남다른 평가를 받고 있다. SK하이닉스는 3분기 영업적자가 불가피할 것으로 관측되지만, 적자 폭이 나날이 축소되고 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이날 기준 SK하이닉스의 3분기 매출액 예상치는 7조9690억원, 영업적자는 1조6820억원이다. 한달 전 컨센서스가 각각 7조7410억원, 1조7510억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매출액은 증가하고, 영업적자는 1000억원 가량 축소됐다.
이날 상상인증권은 SK하이닉스의 영업적자가 1조4954억원으로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까지 내놨다. 시장 컨센서스보다 더 낙관적이다.
정민규 연구원은 "가격 프리미엄이 높은 HBM3(HBM 4세대)를 단독 공급하면서 실적 개선 폭이 가파를 것"이라며 "HBM3e(HBM 5세대) 생산이 본격화될 내년 하반기에는 가격 프리미엄이 HBM3에서 HBM3e로 전이될 것이고, 기술 리더십을 가진 SK하이닉스의 공급물량이 꾸준히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삼성전자가 3분기를 저점으로 회복할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김동원 KB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삼성전자의 3분기 잠정 실적 발표가 투자자들에게 실적 바닥을 인지하는 계기가 되면서 주가 반등의 전환점이 될 것"이라며 "D램은 올해 4분기부터, 낸드는 내년 2분기부터 흑자전환이 추정돼 삼성전자의 반도체 부문도 내년 10조원 이상 영업이익 달성이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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