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장 주문 후 연락두절 손님 증가
하루 뒤 음식 폐기했다고 ‘리뷰테러’ 협박
자영업자들 “노쇼 방지책 마련 절실”
“예약금이나 포장 수령 시간 제한이 필요해”
“배달비 때문인지 포장 주문을 하는 손님들이 많아졌어요. 덩달아 ‘노쇼(No Show·예약 부도)’도 늘었죠. 손실이 이만저만이 아니라 포장 주문은 받지 말아야 하나 고민 중입니다.”(서울 마포구의 한 치킨 가게 점주)
11일 서울 마포구의 한 도넛 가게. 사람들이 도넛을 포장한 뒤 가게를 나왔다. /김가연 기자
고물가에 외식비를 줄이고자 포장 주문을 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 가운데 자영업자들이 포장 ‘노쇼’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다.
전화로 물건을 주문해 놓고 당일 가게가 문을 닫을 때까지 오지 않다가 다음 날 나타나서 음식을 요구하는 소비자들까지 생겼다. 이들의 요구를 거절하자니 자영업자들은 네이버나 배달 애플리케이션에 올라올 악성 리뷰가 두려워 ‘울며 겨자먹기’로 이들의 요구에 응하고 있다.
17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최근 배달비가 아까워 직접 포장 방식으로 주문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배달 애플리케이션 배달의민족을 이용하는 점주 중 80%는 작년말 기준 ‘직접 포장 서비스’로 물건을 팔아본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20년초와 비교하면 3년새 3배가 늘어난 것이다.
요기요의 포장 주문 건수도 늘었다. 지난 9월 포장 주문으로 접수된 건수는 연초 대비 68%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요기요 관계자는 “야외 활동이 증가해 미리 시켜놓고 직접 가져가려는 소비자가 늘었고 물가상승으로 소비자가 높은 배달비에 부담을 느끼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직접 포장 주문이 늘면서 ‘노쇼’ 소비자로 인한 피해 사례도 덩달아 늘고 있다. 자영업자들이 모여있는 인터넷 커뮤니티인 네이버 카페 ‘아프니까 사장이다’에는 이번 달에만 관련 글이 이틀에 한 번 꼴로 올라오고 있다.
지난 8일엔 한 치킨집 사장이 포장 주문한 뒤 음식을 찾으러 오지 않은 손님에 대한 글을 올렸다. 이 글에 따르면 지난 6일 오후 7시 30분쯤 한 손님이 배달의민족을 통해 치킨을 포장 주문했다. 업주는 가게 문을 닫을 때까지 손님에게 수차례 연락을 취했지만 연락이 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결국 이 업주는 이날 자정까지 음식을 보관한 뒤 폐기처분을 했는데 다음날 오후 4시쯤 해당 손님으로부터 치킨을 찾아가겠다는 연락을 받았다고 했다.
해당 업주는 “(음식이 상할까봐 폐기했다고 말하고 다시 만들어주진 않았는데) 욕이 담긴 문자와 배민 리뷰를 안 좋게 쓰겠다는 협박을 받았다”며 “손해보고 다시 치킨을 튀겨줄 걸 후회한다”고 썼다.
자영업자들 사이에서는 자구책을 내놓고 있다. 매장에 직접 전화로 걸려오는 포장 배달 주문은 아예 받지 않는 것이 대표적이다. 전화로 소비자가 직접 주문을 할 경우 배달 플랫폼처럼 미리 결제를 하지 않기 때문에 ‘노쇼’ 피해가 더 빈번한 편이다.
서울에서 마라탕 가게를 운영하는 윤모(37)씨는 “전화로 오는 포장 주문은 아예 받지 않는다”면서 “전화로 주문을 하면 선결제가 불가능해 노쇼에 대한 불안함이 있어서 전화로 포장 주문을 하겠다는 손님들에게 앱으로 주문해달라고 다시 안내한다”고 했다.
하지만 이는 반쪽짜리 자구책이다. 배달 애플리케이션을 활용한다고 하더라도 다음 날 나타나 조리음식을 달라는 소비자들이 있어서다. 조리음식을 내어주지 않으면 악성 리뷰를 올린다는 협박이 뒤따라오는 것이 통상적이다.
이에 대한 배달 플랫폼(배달의민족·요기요·쿠팡이츠)의 대응도 소극적인 편이다. 아직 배달 앱들이 ‘노쇼’ 고객의 앱 이용을 제한하는 등 노쇼에 대한 패널티 규정은 마련하지 않은 상태다. 배달 플랫폼 3사 모두 포장을 찾아가라는 리마인드 알림을 고객에게 계속해서 보내줄 뿐이다.
이는 포장 주문이 늘자 갖가지 행사(프로모션)를 펼치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최근 배달의민족과 쿠팡이츠는 무료 중개수수료(통상 12.5%) 혜택을 주고 있다. 통상 배달 애플리케이션은 주문이 들어오면 중개수수료를 받지만 자영업자들의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올해 3월까지였던 포장 주문의 무료 중개수수료 기간을 1년 연장했다.
배달 플랫폼 관계자는 “점주가 고객센터를 통해 악성 리뷰임을 신고하면 최대 30일 동안 해당 리뷰가 앱에 노출되지 않도록 조치를 취한다”라면서 “리뷰가 가려지는 기간 동안 고객이 스스로 리뷰를 내릴 수 있도록 업주와 고객 사이를 적극적으로 중재한다”고 말했다.
자영업자들은 늘어나는 피해 대비 대책이 부족하다는 입장이다. 경기 부천시의 중식당 업주는 “30일 동안 리뷰를 가릴 수 있다 해도 결국 리뷰를 삭제할 수 있는 건 손님이기 때문에 억울하더라도 동네 장사를 하려면 손님을 열심히 설득하고 마음을 돌려야 한다”며 “그래서 차라리 진상 손님을 만나면 손해를 보더라 요구를 들어주는 편”이라고 하소연했다.
또 전화 포장 주문에 대해선 예약금 도입을 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요식업계 한 관계자는 “음식점 방문 예약처럼 포장 주문을 할 때도 예약금을 받는 것이 노쇼를 막는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며 “다만 연세가 있는 분 중에는 여전히 온라인 결제나 계좌이체에 어려움을 느끼는 경우가 있어 예약금을 받기 어려울 수도 있어 정착엔 시간이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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