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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억여원을 횡령한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고 있는 경기도 여주시의 한 지역농협 직원이 고객의 예금뿐 아니라 거래처와 동료 직원 등을 이용해 자금을 빼돌린 것으로 드러났다.
문제의 직원은 2017년부터 최근까지 6년여간 대범한 범행을 이어갔지만, 지역농협과 농협중앙회는 고객이 문제를 제기할 때까지 관련 내용을 몰랐던 것으로 확인돼 내부 관리·감독에 구멍이 뚫렸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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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농협중앙회 등에 따르면 여주시의 한 지역농협에서 쌀 포장지 생산 업무를 담당하던 A씨는 지난 2018년 5월 거래처로부터 포장지 재료를 구매한 것처럼 서류를 꾸며 754만원을 보낸 뒤 거래처에는 "대금 정산을 잘못했으니 돌려 달라"며 지인 명의 계좌로 돈을 돌려받았다.
A씨는 해당 업무를 맡은 2017년 7월부터 올해 3월까지 이같은 수법으로 119차례에 걸쳐 5억 457만원을 빼돌렸다.
또 일부 포장지 판매 내역을 매출기표에 적지 않고, 제조경비를 부풀려 3억 4749만원을 횡령했다.
A씨는 범행에 동료 직원을 이용하기도 했다.
그는 2019년 5년 직장동료 급여계좌에 연차수당 392만원을 입금한 뒤 '연월차정정'을 이유로 다시 출금해 지인 계좌로 입금한 뒤 이를 자신의 계좌로 옮겼다.
A씨는 2018년 3월 주식투자에 실패해 자금 압박에 시달리던 중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이후에는 범행 자금으로 개인 사치품을 사거나 암호 화폐에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농협중앙회. 농협 제공
올해 4월 포장지 생산 업무 대신 예금 업무를 맡게 된 A씨는 고객의 돈에 손을 댔다가 덜미를 잡혔다.
A씨는 올해 10월 정기예탁금 6억원 중 1억원을 임의로 중도 해지해 5백만원을 현금으로 찾고 나머지는 지인 명의 통장으로 옮겼다.
이같은 사실을 알게 된 고객은 해당 지역농협에 문제를 제기했고, A씨는 며칠 뒤 1억원을 다시 고객에게 돌려줬다.
지역농협은 피해 고객이 문제를 제기하기 전까지 A씨의 범행을 전혀 알지 못했다. 쌀 포장지 생산 업무를 담당하면서 회삿돈을 횡령한 사실도 최근 들어서야 파악했다.
농협중앙회 관계자는 "피해 고객의 문제 제기를 계기로 감사를 벌여 A씨의 횡령 사실을 파악하게 됐다"며 "A씨를 대기발령 조처하고 추후 조합감사위원회에 부의해 엄중 조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를 두고 농협의 관리·감독 기능에 구멍이 뚫린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윤준병(정읍·고창) 의원은 "지역농협은 농협중앙회와 별도의 법인이라 직접 통제를 받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농협중앙회가 실효성 있는 감사를 해야 하는데 형식적 감사에 그치고 있다"며 "직원의 횡령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감사뿐 아니라 내부 통제 시스템도 잘 작동될 수 있도록 제도를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지역농협은 A씨를 업무상 횡령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사건을 맡은 여주경찰서는 조만간 A씨를 불러 자세한 범행 수법 등을 조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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