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합계출산율은 2021년 0.81명에서 지난해 0.78명으로 떨어졌는데,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전세계 217개국(특별행정구 등 포함) 중에서 홍콩을 제외하고 꼴찌였다. 게티이미지뱅크
한국 출산율이 지금 추세를 유지한다면 2050년부터는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할 가능성이 높다는 경고가 나왔다. 유례없는 속도로 추락하는 출산율을 정부가 끌어올리지 못하면 역성장이 머지않았다는 뜻이다. 한국은행은 이런 시나리오를 피하려면 수도권 집중을 완화하고 정부 예산지원을 늘려 주거·고용·양육 등 3대 불안을 시급히 해결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한국은행은 이런 내용을 담은 보고서 ‘초저출산 및 초고령사회-극단적 인구구조의 원인, 영향, 대책’을 3일 발간했다. 한국 합계출산율은 2021년 0.81명에서 지난해 0.78명으로 떨어졌는데,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전세계 217개국(특별행정구 등 포함) 중에서 홍콩을 제외하고 꼴찌였다.
출산율이 지금 추세대로 간다면 2070년에는 98%의 확률로 총인구가 4천만명 밑으로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효과적인 저출산 정책 대응이 없다는 가정 아래 연구진이 추정한 출산율 경로를 토대로 분석한 결과다. 이 경우 2050년대에 한국 경제의 실질 추세성장률이 0%를 밑돌 가능성은 68%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추세성장률은 단기적 경기변동으로 인한 영향을 제거하고 본 성장률이다. 초저출산의 영향으로 인구가 급감하면서 경제 규모도 뒷걸음질한다는 얘기다.
한국 출산율이 추락하는 이유로 연구진은 먼저 청년층이 느끼는 경쟁압력을 꼽았다. 연구진이 지난해 25~39살 청년 2천명에게 물어봤더니, 경쟁압력 체감도가 높은 집단(0.73명)보다 낮은 집단(0.87명)의 희망 자녀 수가 유의미하게 많았다. 주거·고용·양육 등 3가지 측면에서 느끼는 불안도 원인으로 꼽혔다. 청년층의 낮은 고용률과 노동시장의 이중구조, 높은 집값과 양육비용이 출산율을 끌어내리고 있다는 얘기다. 앞선 설문조사에서 취업자 전체(49.4%)는 비취업자(38.4%)에 비해 결혼 의향이 많은 반면, 비정규직 취업자(36.6%)는 오히려 비취업자보다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이들 원인을 정면 겨냥하는 ‘구조정책’이 이뤄지면 0.7명대인 합계출산율이 1.5명을 넘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경쟁압력을 키우는 수도권 집중을 완화하는 동시에 집값과 가계부채를 안정화하고,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도 개선해야 한다는 것이다. 양육 불안을 덜어주기 위해 정부의 예산지원을 늘려야 한다고도 했다.
실제로 연구진이 2019년 데이터를 기준으로 분석한 결과, 한국의 도시인구집중도(431.9)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95.3)으로 떨어지면 합계출산율이 0.414명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혼외 출산 비중(0.159명)과 청년층 고용률(0.119명), 육아휴직 실질 이용 기간(0.096명), 가족 관련 정부지출(0.055명) 등도 모두 오이시디 평균에 이를 경우 출산율을 유의미하게 끌어올릴 것으로 분석됐다. 실질주택가격지수는 2015년 수준으로 떨어질 경우 출산율을 0.002명 밀어올리는 데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코로나19 이후 집값 급등이 반영되지 않은 결과로 풀이된다.
한국의 추락하는 출산율은 전세계적으로도 경계심을 자아내고 있다. 뉴욕타임스(NYT) 칼럼니스트 로스 다우섯은 2일(현지시각) ‘한국은 소멸하는가’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한국 수준의 출산율을 유지하는 국가에서는 한 세대의 200명이 다음 세대에서는 70명으로 줄어들게 된다”며 “이는 14세기 흑사병이 유럽에 몰고 온 인구감소를 능가하는 것”이라고 적었다. 그는 2067년 한국 인구가 3500만명 밑으로 떨어질 수 있다는 통계청 인구추계(저위 추계 시나리오 기준)를 인용하며 “이것만으로도 한국 사회는 위기로 내몰릴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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