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저녁, 제가 퇴근길에 복권 판매점에 들러 로또 복권을 1장 산다면, 이 복권이 1등에 당첨될 확률은 얼마나 될까요? 45개 번호 가운데 6개를 정확히 맞힐 확률. 대략 814만 5천 분의 1 정도 된다고 합니다. 여러장을 사면 확률이 조금 더 올라가겠지만, 사실 814만 분의 1의 확률이라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숫자로 느껴집니다.
그런데 이렇게 일생에 한 번 올까 말까. 아니 주변 친척, 친구, 지인의 지인까지 다 뒤져봐도 당첨된 사람을 안다는 얘기조차 듣기 어려워 보이는 이 희박한 확률. 이 불가능에 가까운 행운을 거머쥐고도 정작 당첨금을 찾아가지 않은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것도 생각보다 많이.
KBS가 기획재정부 산하 복권위원회와 복권 판매 사업자인 동행복권에 문의해, 최근 10년 치 로또 당첨금 미수령분 데이터를 분석해봤습니다.
그랬더니, 1등에 당첨되고도 당첨금을 찾아가지 않은 사람. 한두 명이 아닌, 무려 29명에 달했습니다. 액수로는 609억 원. 1인당 평균 21억 원에 달하는 거액의 당첨금을 고스란히 날리게 된 겁니다. 복권 당첨금의 소멸 시효는 당첨금 지급 개시일로부터 1년이기 때문에, 이 기간에 찾아가지 않은 돈은 복권 기금으로 귀속됩니다. 말 그대로 '없던 일'이 되는 겁니다.
2등은 어떨까요? 2등은 더 많습니다. 5개 행운 번호에 1개 보너스 번호를 맞히는 게 절대 쉽지 않은 일인데, 최근 10년 사이 287명이나 당첨금을 찾아가지 않아 기금에 귀속됐습니다. 금액으로는 156억 원에 이릅니다.
그렇다면, 이분들은 왜 벼락에 맞을 확률보다 낮다는 로또에 당첨되고도 당첨금을 찾아가지 않은 것일까요? 사실 이유를 알기는 쉽지 않습니다. 일단 누가 안 찾아갔는지 알 수가 없으니 물어볼 수도 없으니까요. 다만 동행복권 관계자는 복권을 구매한 뒤 무심코 이를 잊고 지냈거나, 선물을 받고 버려둔 경우, 주머니 등에 넣어둔 복권을 분실한 경우 등등을 추정해 볼 수 있다고 답했습니다. 정말 안타까운 일이지만, 정작 당사자는 내가 안타까운 일을 겪었는지 자체를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일 듯 합니다.
최근 10년 사이 전체 로또 미수령금 귀속분은 모두 합쳐 4,498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됩니다. 미수령 금액이 가장 많은 건 역시 5등, 즉 당첨금 5천 원인데요. 전체의 65.6%를 차지했습니다. 당첨금 액수가 크지 않다보니, 차일 피일 수령을 미루다가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보입니다.
이 기사를 읽고 계신 독자분들. 혹시나 책상 서랍이나 승용차 보관함, 외투 주머니에 잊고 방치해 둔 로또 복권이 없는지, 한번 찾아 보시길 권해 드립니다. 아직 소멸 시효가 지나지 않아, 얼마든지 찾아갈 수 있는 미수령 당첨금이 1,305억 원에 이른다는게 동행복권의 '귀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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