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상가 터줏대감인 '맛나분식'의 폐업 소식에 수백명이 몰려 가게가 분주해진 모습. /사진=김영리 기자
서울시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상가에서 30년 넘게 운영된 '만나분식'이 오는 8일 폐업한다. 이 떡볶이집은 강남에서 나고 자란 이른바 '강남 키즈'들에게 '추억의 공간'으로 불리는 곳이다. 하지만 사장 부부가 건강상의 이유로 더 이상 장사를 하기 어렵다며 폐업을 결정했고, 이 소식을 들은 사람들이 매일 수백명씩 찾아오고 있다. 이런 분위기 속 '강남 떡볶이 3 대장'으로 불리는 곳들까지 한 번에 재조명받고 있다.
국민 간식인 떡볶이는 강남에도 전문점은 많지만, 이 중에서도 '3대장'으로 불리는 곳은 대치동 '만나분식', 방배동 '애플하우스', 압구정동 '신사시장 떡볶이집(쌍둥이네)'다. 수십년간 같은 자리에서 사랑받으며 '추억의 맛집'으로 통한다. 여기에 '떡볶이 마니아'를 자처하는 연예인들도 자주 찾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더욱 입소문이 났다.
만나분식 주변에 긴 대기줄이 형성된 모습. 이날 100~150명의 인파가 한번에 몰렸다. /사진=김영리 기자
4일 정오께 찾은 만나분식 내부는 이미 만석으로, 그 앞에는 손님 100여명이 대기 줄을 서 있었다. 줄이 사방으로 뻗어있는 탓에 어수선한 분위기도 연출됐다. "기다린 지 1시간이 넘었다"는 손님은 물론, "내일 다시 오자"며 발걸음을 돌린 이도 있었다. 오는 8일까지만 가게를 영업한다는 소식이 알려진 탓에 유독 손님들이 몰린 것.
만나분식을 운영하는 사장 부부과 이들의 딸은 몰려드는 손님들에 분주히 음식을 만들고 응대하기 바빴다. 이 가게 사장 박갑수 씨(67)는 "몸이 아파서 가게를 관두는데, 손님들이 인터넷에 폐업 소식을 알리는 바람에 손님이 엄청나게 몰렸다"고 혀를 내둘렀다.
딸과 함께 이곳을 찾은 50대 여성 박모 씨는 "고등학교 때부터 오던 곳"이라며 "폐업 소식 때문인지 평소보다 줄이 너무 길지만, 추억이 있어서 꼭 먹어야 한다"고 말했다. 인근 주민 40대 이모 씨는 "만나분식은 10년 전부터 오가던 곳이라 익숙한데, 폐업한다는 소식을 듣고 1시간 이상 대기할 것을 각오하고 먹기로 했다"고 말했다.
만나분식의 폐업 소식을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있는 모습. /사진=김영리 기자
'강남 떡볶이 3대장'으로 꼽히는 서울 방배동 이수역 인근의 '애플하우스'에서 식사 중인 손님들. /사진=김세린 기자
만나분식의 폐업 소식과 함께 주목받은 또 다른 가게는 바로 애플하우스. 온라인상에는 "다른 추억의 맛집들도 언제 사라질지 모르니 얼른 가서 먹어둬야 한다"는 반응이 쏟아진 바 있다. 39년째 운영되고 있는 애플하우스는 반포주공아파트 1단지 상가에 있다가, 해당 아파트의 재건축이 시작된 2년 전 방배동 이수역으로 가게를 옮겼다.
이날 찾은 애플하우스 벽면에는 수십 년 전부터 기록된 낙서가 빼곡하게 자리해 '추억의 장소'를 연상시켰다. 100평이 넘는 내부 공간은 점심시간을 맞아 일찌감치 가게를 찾은 손님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39년째 가게를 운영 중인 애플하우스 사장 이은혜 씨(65)는 "초등학교 때 먹던 추억의 맛이라고 좋아하는 30~40대 손님들이 많이 찾고 있다"며 "학생이었던 손님이 결혼해서 배우자, 아이들과 함께 찾기도 한다"고 웃음 지었다.
애플하우스의 인기 메뉴로 꼽히는 '무침 만두'. /사진=김세린 기자
이곳은 즉석떡볶이를 판매 중인데, 주력 메뉴로 내세운 '무침 만두'의 인기가 높은 곳이기도 하다. 지난해 9월 가수 성시경은 자신이 진행하는 맛집 유튜브 콘텐츠 '먹을텐데'에서 "무침 군만두가 제일 맛있는 곳은 애플하우스"라고 소개하기도 했다. 이씨는 "대량 생산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공장에 맡길까 했으나, 그렇게 되면 반죽에서 차이가 날 것 같아 고유의 손맛을 유지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씨는 어린 시절 부모님 손을 잡고 가게를 찾던 손님들이 성인이 돼서도 찾아와주고 있는 것에 대해 감사함을 전했다. 그는 "학창 시절에 늘 학교 끝나자마자 달려와서 먹던 손님들이 결혼 후 임신하고 추억의 음식이 생각났다며 다시 찾아오는 경우가 많다"며 "타지역으로 이사한 단골 중에서는 이 가게 떡볶이를 너무 먹고 싶어 서러워서 울었다는 말을 듣고 안타까우면서도, 추억을 간직하고 있는 손님들이 많다는 것에 감사함을 느꼈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신사시장 떡볶이집(쌍둥이네)'에서 분주히 요리 중인 사장. /사진=김영리 기자
이런 분위기 속 42년째 장사를 이어가고 있는 압구정동의 쌍둥이네도 사람들의 눈길이 몰린 곳 중 하나였다. 가게를 17년간 운영한 1대 주인에 이어, 현재 주인인 60대 장모 씨와 그의 아들 위성춘 씨(39) 모자가 25년째 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쌍둥이네를 찾는 손님은 8할 이상이 단골로, 이곳 역시 초등학생 때부터 찾던 단골들이 성인이 돼 찾아오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탓에 사장 역시 손님에 대해 모르는 게 없는 듯했다. 가게 측은 한 손님에겐 강아지용으로 간이 안 된 삶은 돼지의 간을 조금 잘라 함께 포장해주는가 하면, 또 다른 손님에겐 익숙한 듯 '1.5인분 떡볶이'를 건네기도 했다. 또 위 씨는 한 초등학생 손님에게 포장한 음식을 건네며, "엄마가 이번에도 계좌로 보내주시는 거지? 1만6000원이라고 전해줘"라면서 돈을 따로 받지 않고 손님을 보냈다.
인근 주민 임모 씨(28)는 "중학생부터 13년 넘게 찾는 분식집이자, 학창 시절부터 부모님과 함께 오던 곳"이라며 "몇 번 들렀는지는 셀 수 없을 정도인데, 이제 신사상가에 자주 올 일은 없지만, 이 맛이 종종 생각나 일부러 찾아온다"고 전했다. 떡볶이와 순대를 시켜 먹던 20대 김모 씨는 "초등학생 때부터 자주 먹었다"며 "떡볶이를 가장 좋아하고, 순대 내장에선 냄새가 안 나 맛있다"고 말했다.
가게 측은 강남 3 대장으로 불리는 떡볶이집들이 수십년간 똑같은 맛을 유지하며 인기를 이어가는 것과 관련, 그 배경엔 '성실함'이 있다고 봤다. 위 씨는 "우리 가게만 해도 매일 아침 5시 30분에 일어나 나 6시에 장을 본다. 당일 만들 음식의 재료는 무조건 당일에 사 와 모든 재료를 손질해 조리한다"며 "늘 같은 재료를 써 동일한 맛을 내기 위해 노력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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