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유소 기름값이 오는 4월 말 이후 1800원대 이상으로 급등할 수 있다는 전망이 조심스레 나오고 있다. 정부가 유류세 인하 조치를 한 번 더 연장하면서 치솟은 기름값을 붙잡고 있지만, 유류세 인하 조치가 종료되는 5월부터는 깎아줬던 유류세가 고스란히 기름값에 반영되기 때문이다. 지난 2021년 11월 이후 29개월 동안 8차례에 걸쳐 유류세 인하를 지속 연장해왔던 탓에 서민들이 피부로 느끼는 주유소 기름값 인상율은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6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달 말 종료될 예정이었던 유류세 인하 조치를 2개월 추가로 연장했다. 지난 2021년 11월 첫 도입 이후 8번째 연장한 것으로, 중동정세 불안 등에 따라 국내외 유류 가격 불확실성이 여전한 만큼 유류비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취지다.
현재 휘발유 유류세는 리터(ℓ)당 615원으로 탄력세율 적용 전(820원)과 비교하면 리터당 205원 낮다. 연비가 리터당 10㎞인 차량으로 하루 40㎞를 주행할 경우 월 유류비는 2만5000원가량 줄어든다.
정부는 지난 2022년 하반기 휘발유 유류세를 역대 최대폭인 37%(리터당 516원)까지 내린 뒤 작년 1월부터 인하율을 25%로 일부 환원했다. 인하 종료 시한 연장은 이번까지 총 8번째다. 경유와 LPG 부탄에 대해서는 37% 인하율이 유지된다. 경유는 리터당 369원(212원 인하), LPG 부탄은 리터당 130원(73원 인하)의 유류세가 2개월 더 연장된다. 중동발 지정학 리스크의 장기화에 따른 국제유가 상승 흐름 등을 고려해 기존 인하 조치를 연장하는 방안을 택했다.
하지만, 유류세 인하가 오는 4월 말 종료되면 현재 리터당 1635.79원인 주유소 휘발유값(전국 평균)은 1800원대로 올라갈 수 있다. 심지어 국제유가가 100달러를 넘어서면 국내 휘발유값도 2000원을 넘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실제, 지난 2022년 6월 두바이유가 117.50달러까지 치솟았을 당시 주유소 휘발유값은 리터당 2084원까지 급등했다.
이와 관련 씨티그룹은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비(非)OPEC 산유국들의 협의체인 OPEC 플러스(OPEC+) 산유국의 감산 연장 탓에 “주요 산유국 공급 차질 등이 발생할 경우 국제유가가 100달러를 기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문제는 석유류는 물가 집계 시 품목 전반에 미치는 영향력이 가장 크다는 점이다. 통계청은 지난해 12월 휘발유(20.8→24.1)와 경유(13.0→16.3)의 가중치를 대폭 높이는 방향으로 소비자물가 집계 방식을 개편했다. 유가가 오름세인 점을 감안하면 앞으로도 상당기간 고물가 상황이 지속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에너지 가격은 산유국의 감산 결정 등 중동 정세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며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결정으로 통제할 수 없는 요인”이라고 말했다. 유가 상승으로 인한 물가를 떨어뜨릴 뾰족한 방법이 없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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