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국적의 로맨스 스캠 피해자 얀 안드레 아발로(왼쪽 사진)가 사기범을 유인하기 위해 현금 1억3000만원을 찾아쇼핑백에 넣어 촬영한 모습. /아발로씨 제공
“제가 당한 것이 로맨스 스캠(피싱)이었다는 것을 인정하고 변호사에게 연락하기까지, 속아 넘어간 저 자신이 부끄러워 많은 용기가 필요했습니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도 똑같은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생각에 용기를 냈습니다.”
스위스인 얀 안드레 아발로(27)는 최근 한국 사람으로부터 로맨스 스캠을 당했다. 아버지 사망 보험금으로 받은 25만 달러(약 3억3000만원) 중 14만9000달러(2억원)를 일면식도 없는 한국인에게 송금했다. 이 돈을 찾기 위해 그는 직접 한국에 왔고, 범인을 잡았다. 그는 본지에 “범인 검거가 길어져 대학 학기 시작도 놓치고, 아르바이트도 빠지게 됐다”며 “하지만 범인이 붙잡혀 감옥에 있어서 정의가 실현됐다는 사실에 기분이 좋다”고 했다.
스위스 아르가우주(州) 아르부르그시의 대학생 아발로는 작년 12월 자신을 20대 한국인 여성이라고 밝힌 A씨로부터 인스타그램 메시지를 받았다. 둘은 메시지를 주고받으며 여러 이야기를 나눴다. 그러던 중 A씨는 아발로에게 “4만 달러(5300만원)를 주면 내 사진을 보내주고, 비행기를 타고 스위스로 가겠다”고 했다. A씨를 인연으로 생각한 아발로는 4만 달러를 보냈다. 그는 지난 2022년 아버지가 뇌종양으로 세상을 떠난 뒤 우울증을 앓아 왔다. 그런 아발로에게 A씨는 “나도 아버지가 돌아가셨는데, 빚 때문에 채권자가 매일 찾아와 제대로 살 수 없다”고 했다고 한다. 빚을 갚아주면 스위스에 찾아가 결혼하겠다는 얘기도 했다. A씨는 전세보증금 등을 명목으로 계속 돈을 요구했고 아발로는 총 14만9000달러를 송금했다.
A씨의 거듭된 돈 요구에 아발로는 그제야 자신이 로맨스 스캠에 당했음을 알았다고 한다. 그리고 A씨를 잡기 위해 지난달 2일 한국에 입국했다. 한국에서 변호인을 구했고, 지난달 8일 서울 마포경찰서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서울까지 온 아발로에게 A씨는 현금을 요구했다고 한다. 고소 사실은 알지 못한 상태였다. 서울 지하철 공덕역 물품보관함에 10만 달러(1억3000만원)의 현금을 넣어두라고 했다. 아발로는 이에 응하는 척 가짜 돈뭉치를 준비해 변호인·경찰과 지하철 역에 잠복했다. 사흘에 걸친 잠복 끝에 10만 달러를 챙겨 지하철역을 나서던 남성 A씨를 검거할 수 있었다.
지난달 15일 아발로씨에게 사기를 친 혐의로 A씨가 마포경찰서 강력계 수사관들에 의해 검거된 모습. 사흘에 걸친 잠복 끝에 10만 달러를 챙겨 지하철역을 나서던 남성 A씨를 검거했다. /이도경 변호사 제공
경찰 조사 결과, 검거된 A씨는 여자 친구의 사진을 이용해 아발로에게 접근했다. 여자 친구에게 아발로의 이름이 적힌 종이를 들고 사진을 찍게 하는 수법을 사용했다고 한다. 서울서부지검은 A씨를 지난달 29일 사기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A씨의 여자 친구도 사기방조 혐의로 기소됐다. A씨는 “아버지 사망 보험금인 줄 몰랐다, 너무 미안하다”는 내용의 반성문을 매일 재판부에 낸다고 한다.
스위스로 돌아간 아발로는 학업과 회계 사무소 아르바이트를 병행하고 있다. 그는 “가장 나쁜 것은 아무것도 안 하는 것”이라며 “사기 범죄를 저지르면 꼭 붙잡힌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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