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하성(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이 타석에 들어서자 고척 스카이돔이 들썩였다. 이내 김하성은 헬멧을 벗고 고척돔을 찾은 팬들에게 인사한 뒤, 구심 및 포수와 살짝 이야기를 나누고 타석에 임했다.
사실 이는 타이밍상 불가능한 일이었다. 미국 메이저리그(MLB)는 피치 클록을 실시한다. MLB 투수들은 주자가 없을 때 15초 안에 공을 던져야 한다. 8초가 남은 시점에는 타자도 타격 준비를 마쳐야 한다. 헬멧을 벗고 인사를 할 시간이 없다.
이날 일본 대표팀 동료 다르빗슈 유(샌디에이고)와 첫 맞대결을 펼친 오타니 쇼헤이(LA 다저스)도 경기 후 "타석에서 다르빗슈에게 인사를 하려고 했지만, 피치 클록 시간 때문에 그러지 못했다"라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김하성은 여유 있게 팬들에게 소화했다. 이 뒤에는 심판의 배려가 있었다. 이날 구심인 랜스 박스데일 심판위원은 김하성이 타석에 들어서자 '일부러' 홈 플레이트를 닦아냈다.
주심이 움직이면 인플레이 상황이 아니라 피치 클록도 작동하지 않는다. 시간을 '일부러' 지연시키면서 김하성에게 팬들에게 인사할 기회를 준 것이다. 김하성은 "한국에서 경기하는 거라 심판께서 배려해주셨다"라고 말했다.
특별한 상황, 뭉클한 배려. 그렇게 김하성은 21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LA 다저스와의 2024 미국 MLB 월드 투어 서울 시리즈 개막전 첫 경기를 잘 마쳤다.
이날 5번타자·유격수로 선발 출전한 김하성은 3타수 무안타 볼넷 1개로 침묵했으나, 오랜만에 국내 팬들 앞에서 경기를 치르는 뜻깊은 경험을 했다. 1만6000여 명의 응원 속에 안타를 때려내지는 못했지만, 지난해 골드글러브 수상자다운 탄탄한 수비로 팬들을 열광하게 했다.
경기 후 김하성은 "정말 기분 좋았고, 감사했다. 색다른 느낌이었다. 고척에서 이렇게 MLB 정식 경기를 한다는 게 기뻤다"고 말했다. 팀이 2-5로 역전패하면서 빛이 바래긴 했지만, 김하성은 결과가 아쉽긴 한데 내일도 경기가 있다. 앞으로도 쭉 경기가 있으니 준비 잘하겠다"라고 말하며 마음을 다잡았다.
고척=윤승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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