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준호 대검찰청 마약조직범죄기획관. 최현규 기자
-검경 수사권 조정안이 국내 마약 대응역량에 영향을 줬다는 뜻인지.
“마약 사범이 급증하는 상황에서 검찰의 직접 수사 총량을 줄여야 한다는 정치권 논리가 급부상했다. 늘어난 마약만큼 수사 인력이 보강돼야 하는데 오히려 마약 청정국일 때보다 지금 더 줄었다. 2018년 7월 마약수사를 전담하는 대검 강력부서가 반부패부 산하로 통폐합됐고, 2021년 검찰의 수사 개시범위가 대폭 축소됐다. 마약수사 역량이 결집해 있던 일선청 부서도 사실상 공중 분해됐다. 현 정부에서 일부 복원됐지만 여전히 미흡한 실정이며, 당시 정책적 대응을 못 한 게 뼈 아픈 부분이다.”
-검찰은 마약 범죄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나.
“정부가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하면서 검찰도 여러 방안을 검토 중이다. 텔레그램 등 비대면화 된 마약 플랫폼 등을 수사기관이 위장 잠입해 공략하는 방안도 연구 중이다. ‘박사방’ 조주빈 사건 이후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디지털 성범죄 사건에서는 위장 수사가 가능하도록 법령이 개정됐는데, 아직 마약 수사에는 위장수사가 합법적으로 허용되지 않는 상태다. 어떻게든 제도화해서 마약사범들의 놀이터를 망가뜨려야 한다.”
-마약 범죄 재범률이 30%대에서 꺾이지 않고 있다.
“성범죄 등에 비춰볼 때 제일 재범률을 획기적으로 떨어뜨릴 수 있는 것은 전자발찌다. 재범 위험성이 높다고 판단되는 사람한테 전자발찌 제도를 운용 중인데 일부 마약 사범에도 적용해야 한다. 이른바 ‘드라퍼(운반책)’ 등 마약 사범에게 적용해 이들의 발을 묶어야 한다. 마약이 온라인으로 주문 거래가 주로 이뤄지지만 실제로 마약은 오프라인으로 이동한다. 이동을 차단하기 위해 전자발찌만큼 좋은 제도가 없다. 인권 문제 등 반론이 있을 수 있지만 반드시 공론화가 필요하다. 수사기관의 의지만으론 부족하고, 입법화가 필요한 사안이다.”
-최근 지자체 CCTV를 통한 수사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데.
최근 서울시 CCTV 안전센터 등과 마약범죄 관련 대응체계 구축 방안을 마련했다. 검찰에서 백팩을 메고 두리번거리다가 마약을 숨겨놓는 등 마약사범의 특정한 패턴 등을 안전센터에 교육하면서 실제로 마약사범 검거도 늘어나고 있다. CCTV에 인공지능(AI)을 접목하는 방안도 연구 중이다. 일일이 CCTV를 다 볼 수 없으니 AI에게 학습시켜 마약사범 의심행위를 적발하는 것이다. 요즘 마약사범들은 CCTV가 없는 산으로 가서 마약을 묻어놨다가 적발되기도 한다.”
-해외로 도피 중인 마약 사범에 대한 비판 여론도 있다.
“외교적인 문제와 결부된 특이한 경우들이 있다. 타국에서 재판이 진행되면 주권 문제가 있기에 송환이 다소 늦게 이뤄진다. 하지만 시차는 조금 있지만, 해외 마약왕이라는 사람들은 지금까지 거의 다 검거했다. 검찰은 국제마약 공조 수사에선 거의 세계적 수준을 갖고 있다. 국제마약 파트에서는 권위가 있는 맹주라고 볼 수 있다. 검찰 수사관 등도 태국, 필리핀 등 전 세계 각지에서 활약하고 있다. 국민이 답답해할 수 있는 부분이 있지만, 검찰을 믿어주시면 좋겠다.”
-재벌가 등 마약 사범 양형 기준에 대한 인식도 좋지 않다.
“동감한다. 우리는 마약 청정국 시절 영향으로 처벌에 대해 관용적 접근을 한 측면이 있다. 하지만 이제 더 이상 관용을 베풀기 어려워졌다. 검찰에서 양형 기준도 대폭 수정하고 있고, 대법원 양형위원회에서 마약 사범에 대한 강화된 처벌 및 양형 기준을 지난 1일부터 시행하고 있다. 실제로 법원에서 실형 선고 비율이 높아지는 것이 관건이다.”
-국민이 마약 범죄에 대해 어떤 인식을 가져야 하나.
“국민께서 마약만큼은 절대 용납하지 않겠다는 의식만 가져주셔도 충분하다. 우리 자식들 단계에서 더 이상 마약 문제로 머리가 아파서는 안 되기 때문에 수사 당국은 무관용으로 대응하고 있다. 마약은 하루아침에 절대 없어지지 않고, 백년대계로 봐야 한다. 거의 총력을 다하고 있지만 현행 제도상 지구력이 부족한 부분도 있다. 마약 범죄가 갈수록 심각해지는데 지금처럼 ‘검찰을 해체하자’고 해버리면 힘이 빠진다. 제일 우려되는 것은 수사기관을 쪼개 범죄 대응 역량이 떨어지는 것이다. 검찰청을 폐지하자는 건 지금 대학교 수준까지 공부해 놓은 실력이 있는데 갑자기 초등학교 6학년으로 돌아가라, 새로 공부하자는 얘기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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