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인턴·레지던트)들의 수련병원 이탈에 따른 의료공백을 메워온 간호사 등 보건의료 노동자들이 오는 29일 총파업 시작을 예고했다. 의료현장에선 반년 넘게 이어지고 있는 인력공백에 총파업이 겹치면 진료·수술 등에 적잖은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다만, 응급실·중환자실 등에서 필수 유지업무를 하는 간호사 등은 파업에 참여하지 않는다.
간호사, 의료기사 등이 속한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보건의료노조)은 지난 19일부터 23일까지 61개 병원 사업장에서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한 결과 찬성률 91%로 총파업을 가결했다고 24일 밝혔다. 투표에는 61개 사업장 조합원 2만9705명 가운데 2만4257명(81.66%)이 참여했고, 2만2101명(91.11%)이 총파업에 찬성했다. 보건의료노조는 “높은 투표율과 찬성률은 6개월 이상 지속된 의료공백 사태에 인력을 갈아 넣어 버텨온 조합원들의 절실한 요구를 보여준다”고 했다. 보건의료노조는 △조속한 진료 정상화 △의사들의 집단행동으로 인한 책임 전가 금지 △총액 대비 6.4% 임금 인상 등을 요구하고 있다. 파업을 예고한 61개 병원은 국립중앙의료원, 고려대의료원, 한양대의료원 등으로, ‘빅5’로 불리는 서울 주요 대형병원은 포함되지 않았다.
보건의료노조의 총파업 돌입 여부는 사용자(병원) 쪽과의 조정 결과에 달렸다. 앞서 보건의료노조는 임금과 단체협약(임단협) 교섭이 결렬되자 지난 13일 중앙노동위원회와 지방노동위원회에 노동쟁의조정신청서를 제출했다. 보건의료노조는 28일까지 조정에 실패하면 29일 아침 7시부터 동시 파업에 돌입하겠다는 계획이다.
간호사 등 노동자들은 전공의 집단행동으로 불안한 노동 환경에 놓이게 됐다고 토로했다. 부산의 한 상급종합병원에서 근무하는 간호사 ㄱ씨는 “올해 3월부터 갑자기 피에이(PA·진료지원인력) 업무를 맡게 됐다. 교육도 받지 않고 수술에 들어가 숙련되지 않은 업무를 하다 보니 불안한데, 업무 범위도 점점 늘고 있다”고 말했다. 송은옥 보건의료노조 고대의료원지부장은 “수련병원에선 간호사 등이 무급휴가를 가거나 본인 의사와 상관없이 피에이로 차출되는 경우가 많고, 이 때문에 원래 일하던 곳에 남은 인력도 더 힘들어져 불만이 큰 상황”이라고 전했다.
보건의료노조는 파업에 들어가더라도 응급실, 수술실, 중환자실, 분만실, 신생아실 등 환자 생명과 직결된 업무에는 인력을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의료공백 상황이 악화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파업이 예고된 서울의 한 상급종합병원 외과 교수는 “전공의들이 나간 이후 간호사들이 맡는 일이 많아졌다. 필수 유지업무 인력을 남기더라도 일부 수술이 연기될 가능성이 있는 등 파업 영향은 클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보건의료노조가 총파업에 돌입해도 진료 차질이 빚어지지 않도록 대응하겠다는 방침이다. 의사집단행동 중앙사고수습본부는 25일 제60차 회의를 열고 “파업 상황이 발생할 경우 응급센터 등의 24시간 비상진료체계를 유지하고, 파업 미참여 공공의료기관을 중심으로 비상진료를 실시할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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