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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전기차 빼세요”-“왜 당신 맘대로” 아파트 곳곳서 갈등
  • 해루미 브론즈 관리자
  • 2024.08.29 14:43 조회 451

“지하주차장 출입금지” 1인 시위
‘화재 나면 배상’ 서약서 요구도
전기차 차주는 재산권 침해 반발
정책 공백이 주민 간 갈등 부추겨


지난 25일 서울 강서구의 한 아파트 단지에 들어서자 ‘불안해서 못 살겠다’는 구호가 반복해서 들렸다. 아파트 주민 A씨가 스피커를 갖다 놓고 1인 시위를 하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었다. 그는 전기차들의 지하주차장 출입금지 조치를 거듭 요구했다.

이 아파트에 5년째 거주 중인 A씨는 “인천 청라 지하주차장 화재 이후 일부 공공기관에서도 전기차 지하주차장 출입을 막고 있다”며 “불이 나도 책임소재가 불분명하지 않나. 미리 사고를 예방하자는 차원에서 시위에 나서게 됐다”고 말했다.

최근 전기차 화재가 잇따르면서 전기차 포비아(공포증)가 확산하고 있다. 일부 일반 차량 차주나 아파트 측에서 전기차 소유자를 대상으로 사적 제재를 벌이기도 한다. 전기차 차주는 명백한 재산권 침해라며 반발하는 모습이다. 전기차 화재 방지를 위해 구체적인 정부 대책이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주민 갈등만 커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서울 구로구에 사는 전기차 차주 이모(44)씨는 최근 거주하는 아파트 측으로부터 지하주차장 출입 불가 통보를 받았다. 이씨는 즉각 항의했다. 그러자 관리사무소에선 화재 사고 발생 시 배상하겠다는 서약서와 해당 차량 제조사의 보증서를 제출하면 지하주차장 이용을 허락하겠다며 조건을 제시했다.

이씨는 법적인 근거도 없이 부대시설 사용을 제지당했다며 구로구 측에 항의했다. 그러나 구로구 관계자는 입주자대표회의에 참석해 직접 의견을 개진하라고 했다. 이씨는 “모든 전기차가 화재를 일으킨다는 근거가 있는 것도 아닌데 무력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서울 강서구에 사는 전기차 차주 한모(41)씨는 최근 황당한 일을 당했다. 지난 24일 누군가 한씨 차량에 꽂힌 충전기를 강제로 뽑아 놓은 것이다. 한씨는 아파트 지하주차장 충전기 근방에 CCTV가 없어 범인을 찾지 못했다. 한씨는 “최근 5년간 처음 있는 일”이라며 “전기차 포비아가 심해진 여파 같다”고 말했다.


앞서 서울시는 지난 9일 전기차 대책을 내놨다. 공동주택 지하주차장에 90% 이하로 충전을 제한한 전기차만 출입하도록 권고하는 내용이다. 이밖에 지자체나 정부 차원에서 전기차 화재 예방에 실효성 있는 대책은 별로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정책 대응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전기차 포비아가 만연한 상태에서 정부가 제 역할을 못하니 입주민끼리 싸우게 되는 것”이라며 “명확한 근거를 갖춘 대책을 제시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최근 아파트에 리튬배터리용 소화기를 갖추는 경우가 많은데 전기차 대용량 배터리를 감당하기에 턱없이 부족하다”며 “차라리 방화벽을 설치해 화재가 번지는 걸 막고, 대용량 스프링클러로 초기 진압에 집중하는 게 실효성 있는 대안”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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