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 수수료 준다는 말에 떠난 40대 가장...도착하니 옆구리에 '소총' 들이댔다
지난 6월. 어린 딸을 둔 40대 A씨는 지인으로부터 한 가지 제안을 받습니다. 캄보디아에 한 투자회사가 있는데, 이체 한도가 큰 법인 계좌를 빌려주면 수수료 1.5%를 주겠다는 제안이었습니다. 운영하던 법인이 사실상 폐업한 상태에서 어린 딸을 어떻게 먹여살릴지 걱정하던 그는 그 제안을 받아들이기로 합니다. 투자회사 관계자들도 만나고, 계좌가 어떻게 사용되는지 확인도 하기 위해 캄보디아로 직접 넘어가기로 합니다.
6월 10일. A 씨는 캄보디아에 도착했고, 이튿날 투자회사란 곳에 도착했습니다. 캄보디아 프놈펜 도심에 있는 고층 건물이었습니다. '역시 돈 많은 투자회사구나' 신뢰가 갔습니다. 그렇게 직원들의 안내를 받아 6층으로 올라갔습니다.
그런데 분위기가 이상했습니다. 컴퓨터 수십대가 늘어서 있고 뜻을 알 수 없는 중국어가 여기저기서 들렸습니다. 중국인들은 실제로 A 씨의 계좌로 입금과 송금소리로 이 가능한지 확인했습니다. 분위기가 바뀐 건 그때였습니다. A 씨의 휴대전화와 여권을 뺏은 중국인이 알 수 없는 지시를 내리자, '타타타닥' 발소리를 내며 여럿이 달려 왔습니다. 캄보디아 군복을 입은 사람들이었습니다. 어깨엔 소총이 걸려있었습니다. 그리고 A 씨의 옆구리와 관자놀이에 총을 들이댔습니다.
덩치가 좋고 어렸을때부터 운동을 했던 A 씨였지만, 온 몸에 힘이 풀렸습니다. A 씨는 그렇게 간이 침대만 있는 601호 객실에 감금됐습니다. 복도엔 CCTV가 있있고, 바로 옆 침대엔 군복을 입은 조직원이 A씨를 바라보고 누워있었습니다.
A 씨가 감금됐던 601호, 옆 침대에선 조직원이 A씨를 감시 중이다.
■ 소주 2병 먹고 6층에서 뛰어내렸다...목숨건 탈주
6월 17일. A씨가 감금된 지도 벌써 일주일이 지났습니다. 그동안 A씨는 조직원들이 주는 밥을 한끼도 먹지 않았습니다. 혹시 뭐가 들었을지 믿을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힘은 점점 빠져가고, A 씨는 더이상 버티지 못하겠다는 생각에 용기를 쥐어짜내 탈출을 결심합니다.
6층 창문으로 뛰어내리면 4층 테라스가 있었습니다. 아찔했지만, 한국에 있는 어린 딸을 생각해 용기를 냈습니다. 조직원의 감시가 느슨해진 틈을 타 창문 밖으로 몸을 던졌습니다. 4층 테라스에 발이 닿는 그 순간부터 정신없이 뛰었습니다. 지하주차장까지 뛰어내려간 A 씨. 뒤를 돌아보니 총을 든 조직원들 둘이 쫓아오고 있었다고 합니다. 몸싸움이 일어났고, A 씨는 손을 다쳤습니다. 마침 길을 지나던 오토바이 택시를 잡아탔고, A 씨는 외쳤습니다. "코리아 코리아!"
택시 기사에겐 손짓 발짓으로 납치당했고, 탈출했고, 그래서 돈이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다행히도 택시 기사는 돈을 안 받고 대사관에 A씨를 데려다 줬습니다.
다행히 A 씨는 긴급 여권을 발급받아 6월 19일 한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습니다. 위치 추적이 두려워 며칠 간 꺼놓은 휴대전화엔 '가만두지 않겠다'는 섬뜩한 문자가 와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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