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글
[[ 9월의 당신에게 띄우는 편지 ]]
시 / 이 채
꽃 피는 봄날엔 할 말도 많았겠지요
꿈은 땀으로 흐르고
땀은 비처럼 내렸어도
어느 꽃도 만날 수 없는 그런 날이 있었겠지요
기도하는 꿈빛으로 아침이 찾아와도
누워서도 잠들 수 없는 그런 밤이 있었겠지요
별을 보고도 잠언을 읽지 못하고
어리석은 잣대로만 재고 산 가벼움에 대하여
고독한 진실과 홀로 견딘 무거움에 대하여
무심한 달빛창 바라보며 한숨도 지었겠지요
우연히 들었습니다
당신의 허전한 기침 소리를
당신이 가을로 깊어갈 때
노을처럼 내리는 그리움이 있다면
잉크처럼 번지는 외로움이 있다면
길어진 시간의 무게 때문입니까
얇아진 낙엽의 부피 때문입니까
9월의 당신이여!
삶에 대해 이야기하기엔 아직 이르니
이 저녁 노을이
저 들녘 낙엽이
왜 이렇게 쓸쓸하냐는 말은 조금 늦어도 좋겠습니다
우연히 보았습니다
타도록 몸을 말리는 울안의 빨간 고추가
번연히 가루가 될 것을 알면서도
제 몸 한번 뒤척이지 않고
버젓이 누워 있음을
그렇게 질기게 견뎌내고 있음을
나는 보았습니다
9월의 당신이여!
(( 출처 : 이채의 뜨락 ))
★뮤직비디오 '편지' - 15세의 너에게
https://youtube.com/watch?v=fThh8EjYIzE&si=GXCa2WUZ5t5hw_7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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