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설 명절 연휴 기간 서울 용산구 서울역에서 귀성객들이 고향으로 출발하는 KTX를 타고 있다./뉴스1
추석 KTX 표 구하기 전쟁이 벌어지는 가운데, 명절 기간 승차권 취소로 인해 공석으로 운행되는 좌석이 20만개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취소 수수료율이 워낙 낮은 탓에 복수로 표를 구매한 이들이 시간이 임박해 취소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일종의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란 지적이 나온다.
9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윤종군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 5년간 명절 연휴 기간 코레일 열차 승차권 취소율은 평균 판매량(331만6619매) 중 41%(135만8496매)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STR 운영사인 SR은 같은 기간 평균 판매량(55만7685매) 가운데 15%(8만704매)가 취소됐다. 취소된 표는 코레일과 SR이 재판매에 나서지만, 이들 중 상당수는 결국 공석으로 운영된다. 올해 설의 경우 19만5244매가 재판매로 이어지지 않았고, SR도 5만4000여표가 공석 처리됐다.
코레일은 명절이면 평소보다 열차 운행을 대거 늘려 200만장가량의 표를 판매한다. 이번 추석의 경우 지난달 21일부터 전 국민 대상 예매가 시작됐다. 부산, 대구, 대전, 광주 등 주요 지역으로 향하는 기차표는 예매 시작 5분 내에 모두 매진됐다. 한 이용 승객은 “온 가족이 모여 코레일 휴대전화 애플리케이션, PC 등으로 예매 시도를 했지만 한 장도 하지 못했다”고 했다.
상황이 이러니 기승하는 건 암표다. 중고 거래 사이트에는 ‘추석 KTX 기차표 양도’라는 글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온라인에선 표를 구하지 못했다면 일단 타고 걸릴 경우 부가운임의 0.5배를 지급하는 방법을 쓰라는 팁이 공유되기도 한다. 한쪽에선 표가 대량 취소되는데, 한쪽에선 표를 구하지 못해 암표까지 구하는 기형적 현상이 생겨나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티켓의 취소 수수료율이 워낙 낮아서 벌어지는 현상이라고 지적한다. 명절 기간 일반 승차권의 경우 출발 하루 전에 취소하면 400원만 내면 되고, 당일 3시간 전까지 취소하면 운임의 5%만 내면 된다. 3시간부터 출발 시간 1분 전에 취소한다 해도 수수료가 10%밖에 안된다. 한 철도대 교수는 “출발 시간 몇분 전에 취소하면 다른 사람이 일정을 맞추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임박한 시간대에 이뤄지는 취소 수수료율을 크게 올려야 한다”고 했다.
코레일은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매해 취소 수수료로만 수백억원의 수익을 올린다는 지적이 계속되는데다, 수수료율을 올릴 경우 소비자 부담이 커진다는 점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KTX 가격이 12년째 동결이었다며 가격 인상론을 들고 나왔다가 뭇매를 맞았던 기억도 있다. 코레일 측은 “출발이 얼마 남지 않은 빈 좌석 운임을 할인해 판매하거나, 역귀성, 역귀경 잔여 좌석을 할인하는 방식으로 공석을 줄여갈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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