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 받은 10만원짜리 에브리타임 7만원에 팔아요."
"폐업했습니다. 도맷값도 안되는 가격에 가져가세요."
건강기능식품(이하 건기식) 중고거래가 허용된 후 첫 번째 명절을 맞아 각종 중고거래 사이트에 건기식 제품 판매글이 봇물 터지듯 늘어나고 있다. 추석을 앞두고 들어온 명절 선물 중 비교적 고가이면서 필요성이 엇갈리는 건기식을 현금화하려는 수요가 해당제품에 관심이 있거나 값싸게 추석 선물을 구입하려는 소비자를 찾아나서면서 매물이 쌓이는 모습이다.
12일 머니투데이가 중고거래 사이트 당근을 통해 서울시 종로구 세종로 주변에서 최근 올라온 중고 물건을 살펴보니 이 지역에서만 하루 수십개의 건기식 제품이 등록됐다. 건기식 카테고리로 검색하자 홍삼 녹용 흑염소같은 한약재 제품부터 비타민, 영양제, 프로바이오틱스, 오메가3, 유산균 제품 소개글이 예전 등록된 제품까지 끝없이 올라왔다.
중고거래 제품은 대표 건기식 브랜드인 정관장 홍삼 제품이 한 눈에도 가장 많았다. 가격은 시중 판매가격에 비해 상당히 저렴했다. 인기제품인 에브리타임은 온라인 판매가격보다 30% 할인된 가격에 판매하고 있었다. 다른 회사 제품들은 상대적으로 정가대비 할인률이 높았다. 고려인삼 등에서 판매하는 제품들은 절반에도 미치지 않는 가격에 매물이 올라왔다. 시중가보다 80~90% 싼 가격도 보였다. 매물이 쌓이면서 거래가 이뤄지지 않자 가격을 점차 낮추기도 했다. 구매자 중에는 명절 선물을 값싸게 구입할 수 있어 좋다는 반응이 있었다.
중고로 물건을 판매하는 사연은 제각각이었다. 같은 선물을 너무 많이 받았다거나 먹지 않아 판매한다는 글이 대부분이었지만 '도매상인데 폐업하게 됐다'라거나 '직원들에게 주고 남은 상품을 재판매한다'는 사례도 있었다. 여러개를 판매하는 이들은 다른 지역에서 또다른 건기식 중고품을 판매하고 있었다.
건기식 중고 매매 글이 쏟아진 배경은 지난 5월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건기식의 개인간 거래를 일시적으로 허용하는 시범사업을 시작한 후 첫 명절에 도래해서다. 명절에는 홍삼 등 건기식을 선물로 주고받는 사례가 많다. 식약처는 실온 보관인 미개봉 제품에 한해 소비기한 6개월 이상이면 건기식의 중고거래를 허용하고 있다. 거래를 허용하는 사이트는 당근과 번개장터다.
다른 제품과 달리 요건이 있다보니 거래위반 사례도 적지 않다. 한국소비자원이 지난 6~7월 당근 등 4개 중고거래 플랫폼과 네이버 온라인 커뮤니티를 조사한 결과 571건의 불법거래를 적발했는데 이중 절반이 넘는 294건이 건기식이었다. 124건이 당근과 번개장터 이외에서 물건을 판매하려 해 적발됐고, 개봉 상품 91건, 소비기한 위반 44건, 표시사항 위반 34건, 냉장 냉동 보관상품 7건 등(중복포함)이었다.
건기식 업계는 개인간 재판매 규모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중고거래 플랫폼 사업자의 데이터가 아니라면 전체 규모를 집계할 수 없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데이터를 갖고 있는 중고거래 플랫폼은 공개를 거부했다. 건기식업계 관계자는 "개인간 건기식 거래 허용으로 안전성 등 부작용이 우려되지만 시범사업으로 시행되는 만큼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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