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사 이후 최대 인파 몰려
핼러윈 참사 2주기를 사흘 앞둔 지난 26일, 서울 마포구 홍대 일대엔 10만명 가까운 인파가 몰렸다. 참사 이후 최대 규모였다. 경찰과 지방자치단체의 인파 관리로 인명 사고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행정력이 미치지 못한 골목에선 때론 아찔한 상황도 발생했다.
이날 오후 8시 기준 홍대 일대에 모인 사람은 9만8000여 명으로 2022년 7만여 명, 지난해 9만7600여 명보다 많았다. 같은 시각 용산구 이태원엔 1만8000여 명, 강남역 일대엔 5만6000여 명이 몰렸다. 서울시 관계자는 “참사 2년이 지나자 핼러윈을 즐기려는 젊은이들이 주요 도심으로 몰려나오고 있다”고 했다.
이날 본지 기자들이 찾은 홍대 거리는 핼러윈 분장을 한 젊은 남녀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좀 지나갈게요” “밀지 마세요” 같은 비명이 곳곳에서 들려왔다. 분장을 한 사람들이 사진을 찍느라 곳곳에서 멈춰 섰고, 좁은 골목에선 병목현상이 나타났다. 한 클럽 앞에선 입장을 기다리는 줄이 100명 가까이 늘어서기도 했다. 100m를 이동하는 데 20분이 걸릴 정도로 인파가 골목 곳곳에 가득 차 있었다.
이날 홍대에 경찰 193명, 소방관 40명을 비롯, 마포구 직원과 자율방범대 등 341명 인력이 배치됐다. 당국은 홍대 전역의 구획을 나눠 주요 도로뿐 아니라 클럽 등 거점마다 울타리를 설치하고 우측 통행을 유도했다. 보행자들이 위험을 호소할 때마다 경찰관들이 나타나 “여기 서 계시면 안 돼요” “지나가 주세요”라며 적극적으로 보행을 통제했다.
다만 이날도 거리 곳곳에선 경찰 제복과 유사한 복장을 착용한 사람들이 눈에 띄었다. 경찰이 아닌 사람이 경찰 제복을 착용하면 현행법에 따라 처벌받는다. 게다가 2년 전 핼러윈 참사 때처럼 실제 경찰이 등장해도 경찰로 분장한 사람으로 오인돼 구조가 지연될 위험성도 있다.
밤이 깊어지면서 거리 여기저기선 사고가 우려되는 모습도 보였다. 오후 11시가 넘어가자 일부 취객이 비틀거리며 차도로 내려갔다. 다행히 이럴 때마다 주변에 대기하던 경찰이 “인도로 올라가세요”라며 경고 방송을 했다. 대중교통으로 귀가하려는 시민들로 인도가 가득 차 차도로 밀려나는 경우도 발생할 뻔했지만, 경찰 수십 명이 ‘인간 울타리’를 치기도 했다.
비슷한 시각 이태원의 인파 관리는 다소 느슨해지기도 했다. ‘세계음식문화거리’에선 남녀 10여 명이 드럼을 연주하며 행진을 벌였다. 큰 소리가 들리자 행인들은 가던 길을 멈추고 일행을 촬영하는 데 여념이 없었다. 일부 행인들이 앞다퉈 이들 일행을 따라가며 인파가 뒤엉켰다.
만성적인 불법 주정차 문제 또한 여전했다. 홍대 거리 곳곳에는 오토바이가 인도 중앙과 가장자리를 가로막고 불법 주차돼 있었다. ‘차 없는 거리’라는 호칭이 무색하게 오토바이들이 쉴 새 없이 오가며 아슬아슬하게 인파 사이로 곡예 운전을 하는 모습도 보였다. 일부 배달 기사들이 차 없는 거리를 오토바이를 타고 운행하다가 과태료가 부과돼 경찰과 언쟁했다.
경찰·소방 관계자는 “112·119에 들어온 신고가 거의 없었다”며 주말 핼러윈 인파 관리가 일단은 성과를 거뒀다고 자평했다. 그러나 긴장을 늦추기엔 이르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시는 지난 25일부터 다음 달 3일까지 이태원에 최대 13만명이 올 것으로 보고 이태원에만 안전 요원 4200명을 투입한다는 방침이다. 같은 기간 서울시 전체에 투입하는 안전 요원 1만명의 40% 규모다.
또 서울시는 이태원 등 홍대, 강남역, 건대, 성수, 명동, 익선동, 압구정 8곳을 ‘중점관리지역’으로 선정했다. 이곳은 자치구·경찰·소방과 협력해 현장 순찰을 하고 ‘인파 관리 CCTV’를 통해 24시간 인파 모니터링을 한다. 행정안전부도 이태원·홍대·명동·성수·건대, 부산 서면, 대구 동성로, 대전 중앙로 등 12곳에 현장상황관리관을 파견한다.
서울시 관계자는 “핼러윈 참사로부터 2년이 흐른 만큼 내·외국인이 다시 이태원 등 주요 거점에 밀집하고 있다”며 “대형 참사는 찰나의 부주의와 대응 미비로 발생할 수 있는 만큼 경각심을 가지고 인파 관리에 만전을 기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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