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아침 7시20분께 부산 금정구의 대학수학능력시험 시험장인 부산대학교사범대학부설고등학교 앞은 수험생들을 활기차게 격려하는 응원이 아닌 차분하고 조용한 응원이 펼쳐졌다.
“어, 쌤(선생님)이다!” 교복을 입은 고등학생 2명이 외쳤다. “너희 실력은 충분하니, 컨디션 조절만 잘하면 된다!” 이들의 선생님이 박수를 치며 답했다. 다른 고등학교의 선생님들도 수능을 보는 제자를 위해 주먹을 불끈 쥐어 올리며 “힘내라”고 응원했다.
“(시험장) 정문까지 가방 들어줄게. 무겁잖아.” “엄마, 괜찮다.” 바로 옆에서는 수험생과 가족이 작은 승강이를 벌였다.
이들 근처에는 부산의 ㅎ고등학교를 졸업한 선배들이 각자의 응원 사진을 모아 만든 선간판이 눈에 띄었다. 선간판에는 “이제 꽃길만 걷자! 원하는 대(大)로 가버렷!”이라는 응원 글이 적혀 있었다.
힘찬 응원과 격려 속 입실
202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인 이날 전국 시험장 일대에서는 힘찬 응원과 격려가 이어졌다. ‘수능 한파’가 찾아오지 않으면서 수험생들은 담요나 두꺼운 외투 대신 가벼운 후드티나 운동복을 입거나 반바지를 입은 채 수험장 안으로 들어가는 학생들도 간혹 보였다.
수험생들은 가족과 선생님, 후배 등의 격려와 응원을 받으며 교문 안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수험생과 교문 앞까지 함께 온 학부모들은 자녀의 어깨를 두드리거나 안아주며 “긴장하지 말고 평소 하던 대로만 하고 와”라고 격려했다.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동원고등학교 앞에서는 경기체육고 기숙사에서 함께 생활해온 수험생들이 나란히 서서 학부모들을 향해 다 같이 큰절을 하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수험장을 찾은 학부모들은 곧장 돌아가지 않고 자녀들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들어가는 모습을 동영상으로 촬영하거나 손을 흔들며 한참 동안 지켜봤다. 학부모들은 자녀가 입실한 뒤에도 한동안 학교를 쉽게 떠나지 못한 채 마음속 응원을 이어갔다.
제자들을 응원하러 교문 앞에서 기다리던 선생님들은 “지금껏 했던 대로만 하면 돼”, “넌 잘할 수 있어”라며 아낌없는 응원을 보냈다.
예전처럼 떠들썩한 분위기는 아니지만 후배들의 응원은 올해도 이어졌다. 강원도 춘천여고 앞에서는 춘천시학생회연합 소속 학생 50여명이 ‘수능 대박’ 문구가 적힌 펼침막을 펼쳐 들고 고사장으로 향하는 선배 수험생들을 응원했다. 춘천고에서는 오전 8시10분께 교문이 닫힌 뒤 춘천고 후배 재학생들은 학교를 향해 절을 하며 선배들의 수능 대박을 기원했다. 속초고 앞에서도 후배들이 ‘재수 없어’, ‘적어라 그것이 정답이로다’ 등 다채로운 수능 응원 문구가 적힌 손팻말을 들고 선배들을 응원했다.
울산에서는 1년 후 치를 수능 분위기를 예습하러 온 학생도 있었다. 온산고등학교 2학년 서연우군은 어머니와 함께 수험장이 마련된 남구 신정고등학교를 찾아 1시간여 동안 입실하는 수험생들을 지켜봤다. 서군은 “제가 더 긴장되는 것 같다. 이제 남은 1년 동안 더 열심히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인천 대청·덕적·백령·연평도 등 섬 4곳의 학생 35명은 지난 8∼10일 육지로 나와 호텔에 묵은 뒤 이날 인천시가 제공한 버스를 타고 시험장에 도착했다. 서해 북단 섬에 사는 이들 수험생은 시험장이 없는 섬마을을 떠나 호텔에서 며칠간 숙식을 해결하며 수능 전날까지 막바지 공부를 이어갔다.
경찰 덕에 무사히 입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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