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모씨(34)는 아이슬란드 여행을 준비하던 중 황당한 일을 겪었다. 김씨는 아이슬란드가 대중교통이 원활하지 않다고 판단해 네이버 여행 카페에서 동행인을 구했다. 동행인 2명이 더 모인 채팅방에서 한 사람이 “내게 할인 코드가 있다. 정가보다 저렴하게 차량을 예약할 수 있으니 내가 예약하겠다”고 말하며 나머지 사람들에게 입금해달라고 요청했다.
김씨가 돈을 보내자 동행인들은 그날로 연락이 끊겼다. 김씨는 “예약이 완료됐다는 확인 메일을 보여줬기 때문에 별 의심 없이 입금했다”며 “여행 카페에 사기를 당한 것 같다고 글을 올리니 비슷한 수법으로 피해를 본 사람이 많았다”고 토로했다.
최근 해외여행 동행인을 구하는 과정에서 예약금만 받고 연락을 끊어버리는 사기 범죄가 성행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낯선 이와 거래하기 위해선 신분을 철저히 확인하는 등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9일 사기 피해 정보공유 사이트 ‘더치트’에 따르면 김씨가 입금한 계좌번호의 피해사례만 22건이며, 누적 피해 금액은 2602만3204원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들 일당은 차량이나 숙소를 함께 예약하자며 동행인들을 모으고, 예약금을 입금받은 뒤 연락을 끊는 식으로 돈을 가로챘다. 이러한 수법으로 피해자들은 적게는 50여만원부터 많게는 130만원가량 빼앗겼다.
또 다른 피해자 이모씨(29)는 “동행인의 얼굴을 보기 전에 여권 사본을 확인했다”며 “동행인과 여행 전부터 불편한 관계가 되고 싶지 않아 다른 정보를 더 요구하지 않고 바로 입금했다”고 말했다. 윤모씨(26)는 “예약이 완료됐다는 확인 메일을 보여주니까 믿을 수밖에 없었다. 며칠 뒤에 여행 상품을 예약한 사람이 갑자기 교통사고가 났다며 사진을 보내줬고, 이 사진이 가짜 사진이라는 걸 알고 나서야 사기를 당했다는 걸 깨달았다”고 호소했다.
현재 전북 전주완산경찰서는 사기 혐의로 이들 일당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여행 동행 사기로 입건한 피의자를 지난 11월 검찰 송치했는데 그 후에도 비슷한 사건들이 다수 접수돼 수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낯선 이에게 송금하기 전 상대의 신분을 철저하게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김영식 서원대 경찰학부 교수는 “범인이 특정되는 것만으로도 수사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압박감을 줄 수 있다”며 “신분증과 계좌를 교차 검증하는 등 철저히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건수 백석대 경찰학과 교수도 “우리 사회가 다양화되면서 사기의 형태가 다양해지지만,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상대방을 속여 돈을 취득하는 것”이라며 “특히 개인 간의 거래는 기업이나 단체를 상대로 했을 때보다 위험성이 크다는 것을 인식하고 신중하게 거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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