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우리 농장에서 취급하지 않는 식물을 찾는 손님 부탁으로 다른 농장과 화훼단지들을 돌아다녔다. 마침내 그 식물을 취급하는 곳이 있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그곳에 찾아가 조심스럽게 구매할 수 있는지 여쭤봤다. 그랬더니 나에게 질문이 돌아왔다.
“비싼데, 괜찮겠어요?”
명품가방 살 돈을 모아 식물을 산다고 했던 손님이기에, 나는 비싸도 괜찮다고 했다. 그랬더니 사장님은 조용히 하던 일을 멈추더니, 나를 디지털 도어록이 설치된 온실로 데려갔다.
“이건 200만원 정도예요. 크기에 따라 1000만원이 넘는 것도 있고요.”
내가 찾는 식물은 ‘무늬 아단소니’라고 불리는 몬스테라(덩굴성 대형 관엽식물)의 한 종류다. 도어록을 열고 들어간 곳에는 다양한 무늬를 가진 식물과 인터넷을 통해서만 봤던 식물들이 가득했다. 저렴한 것은 몇십만원대고, 몇천만원을 호가하는 식물까지 있었다.
가격에 놀랐지만 그래도 같은 업계에 있는 사람으로서 최대한 침착하려 했다. 하지만 우리 농장에서 취급하는 식물 몇개를 팔아야 이 작은 화분 속 이름 모를 식물과 가격이 같을지 계산하다보니 머리가 아파왔다. 식물이 좋아 식물농장을 운영하고 있지만 경제적인 부분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문득 ‘나도 한번 해볼까?’라는 생각이 스쳤다. 시부모님이 일궈온 농장에서 함께 일하며 배우는 입장에서, 우리 세대만이 할 수 있는 무언가를 진행해 결과물을 보이고 나도 잘할 수 있음을 증명해보고 싶었다. 그래서 최근에는 이런 무늬종과 수입 식물이 유행하고 있고, 비싼 값에 거래되며 두꺼운 마니아층으로 우리가 도전해볼 만한 가치가 있다고 나름의 브리핑을 했다.
이에 대한 대답으로는 ‘유원동백’ 이야기가 돌아왔다. 5년 전, 동백나무에도 무늬종이 나타났다는 것이다. 이 무늬종은 충북 청주의 ‘유원’이라는 이름을 가진 농장에서 발견돼 ‘유원동백’으로 불리게 됐다. 기존의 녹색잎이 아닌 무늬를 가졌기에 희귀종으로 불리면서, 100만원 이상 가격에 거래됐다. 나는 우리 농장에서 흔히 봐서인지 그 가치를 몰랐다. 한때 비싸게 팔리던 이 동백은 여러 곳에서 개체번식이 되며 가격이 안정됐다고 했다. 이야기의 요지는 나의 요청에 대한 완곡한 반대를 의미했다.
처음에는 서운한 마음도 들었지만, 아쉬움보다는 더 많은 준비를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최근 유행하는 식물은 어느 정도 그 분야에서 자리 잡은 농장들이 존재하고, 후발주자로서 감내해야 할 리스크가 큰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런 새로운 작물에 대한 관심은 농사짓는 사람에겐 잠깐 스쳐가는 치기가 아닌 새로운 수입원으로의 연결이 될 수도 있다고 본다. 국내에서도 개인에 의해 ‘칼라디움 스노우 화이트박’처럼 조직 배양 등으로 새로운 식물이 개발되고 있다. 더불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실내에서 식물을 기르는 인구가 늘며 화훼시장 자체가 확장된 지금, 새로운 화훼작물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은 더욱 커졌다.
이러한 관심을 지속적인 현상으로 만들기 위해 내가 했던 생각처럼 단순하게 지금 비싼 값에 팔 수 있는 식물만을 생각하기보다는 계속 새로운 화훼작물이 시장에 소개될 수 있도록 농가와 정부가 연구를 함께했으면 한다. 식물의 가치를 알고, 그에 응당한 금액을 지불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인식이 만들어진 소비자들에게 국내에서 개발되는 화훼작물들로 그 소비의 다양성이 확장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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