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2021년 속도조절한 최저임금위 공익위원 다음 선택 관심
급격한 인상시 '일자리 감소, 소상공인·중소기업 피해' 차기 정부 몫4월 20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최저임금을 심의, 의결하는 기구인 최저임금위원회가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을 위해 올해 첫 전원회의를 열고 있다.ⓒ데일리안 류영주 기자노동계가 내년 1만800원의 최저임금 요구안을 제시하며 문재인 정부에 마지막 ‘촛불 청구서’를 내밀었다. 내년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파장은 다음 정부가 안게 되는 상황에서 문 대통령 스스로 포기했던 ‘최저임금 1만원 공약’이 임기 막판에 다시 부활할지 관심이다.
최저임금위원회 근로자 위원 측인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은 지난 2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최저임금위 제5차 전원회의 직전 기자회견을 열고 내년 최저임금 1만800원(시간급)을 요구안으로 제출한다고 밝혔다.
당초 노동계가 최저임금 1만원을 요구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이보다 800원 더 많은 금액이다. 올해 최저임금(8720원) 대비 인상률도 1만원으로 인상시인 14.7%보다 월등히 높은 23.9%에 달한다.
경영계는 충격적이라는 반응이다. 최저임금위 사용자위원 간사인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 전무는 이날 전원회의에서 “어떻게든 생존하고자 버티고 있는 소상공인과 영세·중소기업들에게 큰 충격을 주고 있다”면서 “경제 전체적으로 볼 때, 누군가의 소득은 또 다른 누군가의 비용이 될 수 밖에 없는데, 한쪽에 과도한 부담을 주게 되면 부작용이 나타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경영계는 아직 최저임금위에 요구안을 제출하지 않았으나, 그동안 ‘최소 동결’을 주장해 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요구안은 대략 가늠이 된다. 과거 급격한 인상에 따른 충격이 아직 가시지 않은 상태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도 지속되고 있기 때문에 최저임금의 안정화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게 경영계의 주장이다.
경영계가 ‘동결’을 요구안으로 내놓을 경우 노사 요구안의 격차는 2080원에 달하게 된다. 총 27명으로 구성된 최저임금위에서 근로자위원(노동계)과 사용자위원(경영계) 각 9명 중 이탈표가 있을 가능성은 희박하다.
결국 칼자루는 9명의 공익위원이 쥐는 셈이다. 공익위원들은 정부에서 위촉한다. 그들 중 당연직 1명(상임위원)은 정부 부처인 고용노동부 국장이다. 최저임금위 위원장인 박준식 한림대 교수를 비롯, 현 정권과 궁합이 맞는 진보 성향의 인물들도 공익위원에 다수 포진해 있다. 직간접적으로 정부와 여당의 입김이 미칠 수 있는 구성이다.
공익위원들 중 한 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올해 최저임금 결정 과정에서 사상 최저 인상률인 1.5%에 손을 들어준 지난해 최저임금위에 참여했었던 이들이지만,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 과정에선 상황이 다를 수 있다.
현 정부 들어 처음 2년간 최저임금은 29.1%나 인상됐다. 최저임금 1만원 공약을 내걸었던 문 대통령을 비롯, 정부와 여당이 가열 차게 밀어붙인 결과였다. 이로 인해 영세 사업주와 자영업자들은 큰 어려움에 빠졌고, 일자리 충격이라는 부작용까지 나타났다. 정권에 치명타가 될 만한 오판이었다.
뒤늦게 상황 파악을 한 정부와 여당은 ‘속도조절론’을 꺼내들었고, 문 대통령은 최저임금 1만원 공약을 사실상 철회하겠다고 선언했다. 지난해와 올해 최저임금 인상률이 각각 2.9%와 1.5%로 낮았던 이유다.
하지만 내년 최저임금은 상황이 다르다. 다시 최저임금을 끌어올려 경제와 고용에 큰 충격이 가해지더라도 현 정부와는 무관하다. 누가 차기 정권을 이끌게 될지 알 수는 없지만 지금까지 여론조사 지지율을 감안하면 여당의 비문(非文) 인사나 야당 인사가 될 가능성이 높다. 친문(親文) 인사에게 정권을 넘겨줄 여지는 희박해 보인다.
최저임금을 1만원까지만 올려도 최대 30만4000개의 일자리가 감소할 것이란 연구 결과(한국경제연구원, 최남석 전북대 교수에 의뢰)도 있고, 소상공인과 중소기업들도 폐업이 속출할 것이라며 아우성을 쳤지만, 그런 건 다음 정부에서나 벌어질 일인 것이다.
결국 최저임금위 공익위원들이 ‘공익’이 아닌 ‘정무’적 판단을 내린다면 문 대통령은 최저임금 1만원 공약을 이행하며 임기를 마무리 지을 수 있겠지만, 학생들은 아르바이트 자리를 잃고, 청년들은 더 좁아진 취업문에 고통 받고, 소상공인과 중소기업들은 한계 상황에 내몰릴 수밖에 없다.
재계 한 관계자는 “최저임금이 1만원 수준까지 오르면 가장 혜택을 보는 것은 기본급 비중이 낮은 대신 상여금 등으로 임금 총액이 높은 대기업 근로자들”이라며 “중소·영세기업 근로자들은 일자리를 잃을 위기에 놓이고, 청년 취업난은 더 심해질 텐데 대기업 노조의 입김이 무리한 인상 요구로 이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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