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대출 가산금리 일제히 올려 신한 2.39→2.56%, KB 2.6→2.87% 저금리 상품 없애거나 한도 축소도 기준금리까지 인상 땐 대출자 비상 최근 신용대출 만기를 연장한 직장인 박모(32)씨는 기존 연 2.4%이던 금리가 3.1%로 인상된다는 통보를 받았다. 박씨가 하나은행에서 받은 대출 원금은 7000만원. 금리 인상으로 연간 이자 부담이 168만원에서 217만원으로 30% 가까이 늘었다. 박씨는 “아내가 따로 받은 신용대출 금리도 올라 부담이 크다”며 “고정지출이 많아 아직 대출 원금을 갚긴 어려운 상황인데 어떻게 빚 다이어트를 해야 할지 고민”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의 ‘가계부채 조이기’에 은행이 대출 문턱을 높이기 시작했다. 이자를 올리는 것은 물론이고, 대출 한도도 줄이는 추세다. 아직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리지 않았지만 은행은 가산금리를 조정하는 방식으로 대출금리를 인상하고 있다. 가산금리는 은행들이 대출 관리 비용과 업무 원가 등을 고려해 자체적으로 결정한다. 기준금리 동결이라도 가산금리는 은행 판단에 따라 올릴 수 있다는 뜻이다. 신용도 1~2등급의 경우 가산금리(신용대출)는 신한은행이 지난 1월 2.39%에서 6월 2.56%, KB국민은행이 2.60%에서 2.87%, NH농협은행이 2.21%에서 2.35%로 올렸다. 같은 기간 우리은행은 가산금리를 소폭 내렸다. 하지만 우대금리 혜택을 더 크게(0.74→0.36%) 줄여 결과적으로 대출자의 부담은 늘었다. 여기에 대출 한도도 줄이고 있다. 농협은행은 오는 6일부터 개인신용대출의 최고 한도를 기존 2억5000만원에서 2억원으로 낮춘다. 하나은행은 하나원큐 중금리대출과 사잇돌대출 등 4개 신용대출 판매를 지난달 30일 중단했다. 신한은행은 5월 마이너스통장 개설자 중 사용 실적이 적은 이들의 한도를 줄였다. 은행이 이처럼 대출 죄기에 나선 건 금융당국의 지침에 따른 것이다. 가계대출 증가세에 제동을 걸기 위해 금융당국은 올해 가계대출 증가율을 5%대에 맞추라고 요구한 상태다. 은행은 이 목표치에 맞추기 위해 매달 대출 총량을 관리하고 있다. 최근엔 압박 강도를 더 높이고 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지난 1일 시중은행장과 만나 “불요불급한 가계대출 취급을 최소화해 달라”고 요구했다. 도규상 금융위 부위원장은 2일 “금리 인상이 임박했음을 보여주는 신호가 도처에서 나타나고 있다”며 “저금리 상황에 익숙했던 시장 참여자들에게 이제 금리 상승 리스크 관리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경고했다. 이달부터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도 대폭 강화됐다. 규제 지역에서 6억원이 넘는 집을 담보로 대출을 받거나 1억원이 넘는 신용대출을 받으면 DSR 40%가 적용된다. 연간 대출 원리금 상환액이 연봉의 40%를 초과하면 안 된다는 뜻이다. 문제는 이미 가계대출 규모가 크게 불어나 있는 상황이라는 점이다. 기존 대출 연장이 여의치 않고, 여기에 기준금리 인상까지 가세할 경우 한계에 내몰리는 이들이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다. 이민환 인하대 글로벌금융학부 교수는 “대출 규제가 강화되면 기존 대출을 연장하는 과정에서 한도가 줄거나 대출금리가 오르는 경우가 잦아질 것”이라며 “상당수 대출자가 대출을 대환할 수도, 그렇다고 부동산이 깔고 앉은 대출을 갚을 수도 없는 상황에 부닥치면서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특히 상환 여력이 없는 한계 차주들이 문제”라며 “이른바 ‘영끌’ 투자에 나선 경우 투자 자산의 가치가 떨어지고 동시에 이자 부담이 늘어나는 이중고를 겪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홍지유 기자 hong.jiyu@joongan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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