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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뉴스] 이건희 밀고 아트페어 끌고…미술시장, 5000억 찍고 1조도 넘본다
  • 대구정플라워 실버 파트너스회원
  • 2021.07.05 09:34 조회 1,684
지난 2월 서울옥션 ‘제159회 미술품 경매’에서 10억 4000만원에 팔린 김창열의 ‘물방울’(1977). 6년여만에 작품가를 두 배 이상 끌어올리며 ‘작가 최고가’ 기록을 다시 썼다. 올해 상반기 최대 돌풍 중 하나로 꼽히는 김창열의 ‘물방울’은 1∼6월간 131억원어치가 팔렸다(사진=서울옥션).

[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드라마틱한 반전이다. 아니 그 이상이다. 피부로만 체감하던 대역전 스토리를 수치로 확인했다. 올해 상반기 경매시장의 총 거래액이 약 1483억원으로 집계됐다. 상반기 통게로만 볼 때도 최근 5년래 이런 호황은 없었다. 지난해 490억원으로 바닥을 쳤을 때보다 3배 이상 뛰었고, 상반기 중 시장이 가장 좋았던 2018년 1030억원보다도 50%쯤 늘어났다. 2019년 826억원, 2017년 998억원과는 비교가 안 된다.

이는 2일 한국미술시가감정협회가 발표한 ‘2021 상반기 국내 미술품 경매시장 결산’에서 나온 성적이다. 양대 경매사인 서울옥션·케이옥션을 비롯해 아트데이옥션·아이옥션·에이옥션·마이아트옥션·칸옥션·꼬모옥션 등 8곳의 지난 1월부터 6월까지 온·오프라인 거래액을 모두 더한 결과다.

낙찰총액으로 합산한 총 거래액의 수직상승에 비해 낙찰률 자체에는 큰 변화가 없다. 올해 상반기 낙찰률은 65.4%로, 지난해 64.5%, 2019년 65.8%, 2018년 68.7%, 2017년 67.9%와 비교해 유의미한 차이랄 게 없는 거다. 결국 이는 낙찰총액을 끌어올린 변수가 출품작 수에 있었다는 뜻이 된다. 올해 상반기에 경매시장에 나온 출품작은 모두 1만 6822점. 지난해 1만 4224점, 2019년 1만 2458점, 2018년 1만 2820점에 비해 2600∼4300여점이 늘었다. 이를 정리하면 그간 때를 엿보고 있던 미술작품이 올해 쏟아져 나왔고 그에 화답하듯 무섭게 팔려나갔다는 뜻이 된다.

이 규모가 과연 어느 정도인지는 한 해 전체를 총괄한 연간 매출액에 비춰볼 때 극명하게 드러난다. 지난해 상반기·하반기를 합산한 경매시장의 낙찰총액은 1153억원에 불과했다. 또 2019년을 합산한 총액 역시 1565억원. 올해 상반기만의 1483억원과 별반 차이가 없다. 5년래 가장 시장이 좋았던 2018년 총액도 2194억원에 그쳤더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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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4년간 국내 미술품 경매시장 낙찰총액&낙찰률(다이어그램=문승용 기자)

결국 이 같은 역대급 성적을 쥔 올해 상반기 경매시장 매출규모는 곧 하반기 미술시장을 가늠할 지표가 된다. 전체 미술시장에서 경매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은 대략 30% 안팎이다. 이외에 화랑과 아트페어 등에서 거둔 성과가 합쳐져 미술시장의 규모가 나오는데. 한국 미술시장은 지난 13년간 5000억원의 벽을 넘지 못했다. 2017년에 기록한 4942억원이 2007년(6045억원) 이래 최고치였다. 하지만 하반기에 상반기 수준의 결과가 그려진다면 경매시장에서만 3000억원 달성이 무난할 전망이다. 이는 곧, 전체 미술시장이 5000억원대를 찍고 감히 1조원까지 넘보는 것도 가능하다는 얘기다.

김창열 낙찰률 91.3%…이우환 낙찰총액 1위 지켜

경매시장을 비롯해 상반기 미술시장을 뜨겁게 달구며 유입된 ‘뭉칫돈’의 공세는 하반기에도 그대로 이어질 듯하다. 당장 미술시장의 상승세를 견인한 작가군의 활약이 여전히 기대치를 높이고 있다. 컬렉터의 상반기 관심사의 1순위는 단연 김창열(1929∼2021)이었다. 지난 1월 타계한 이후 시장에 똑똑 떨어진 ‘물방울’의 열풍은 가히 압권이었다. 다작 덕에 그간 경매에서 적잖은 작품이 거래됐지만, 이번 만큼 경매마다 10∼20여점의 출품작을 내놓으며 경매시장 상승률에 정비례한 수직상승을 보인 적은 없다. 그 기세로 김창열의 ‘물방울’이 상반기에 기록한 낙찰총액은 약 131억원. 낙찰률은 무려 91.3%까지 치솟았다. 10점을 내놔 9점 이상이 팔렸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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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환기의 1971년 작품 ‘27-XI-71 #211’. 지난달 22일 서울옥션이 연 ‘제161회 미술품 경매’에서 30억 5000만원을 부른 새 주인을 만났다. 불황에 묶여 있던 김환기 전면점화의 거래 재개는 ‘큰손’의 지갑이 다시 열렸다는 신호로 읽힌다(사진=서울옥션).

상반기 작가별 낙찰총액 2위를 기록한 김창열 위에는 이우환(85)이 있다. 낙찰총액 187억원, 낙찰률 86%를 쓰며 지난해에 이어 낙찰총액 작가 1위 자리를 지켰다. 지난해 상반기에 이우환은 61억원어치를, 한 해 총액으로는 149억 7000만원어치를 팔았다. 여기에 지난해부터 올해 6월 이전까지 ‘꺼진 등’이었던 김환기(1913∼1974)의 부활도 ‘청신호’로 읽힌다. 김환기는 한동안 한국 미술시장의 바로미터였다. 불황의 끝을 달리기 전까지 미술시장은 김환기가 이끌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홀로 끌어올린 낙찰액만 2019년 249억 6000만원, 2018년 354억 7000만원, 2017년 253억 9800만원에 달했다. 하지만 시장이 가라앉으며 김환기도 가라앉았다. 원체 고가인 터라 불황에 같이 묶였던 거다. 하지만 실로 오랜만에 ‘낙찰!’ 사인이 떨어졌다. 지난달 22일 서울옥션 경매에서 전면점화 ‘27-XI-71 #211’(1971)이 30억 5000만원에 팔리며 올해 상반기 경매시장에서 거래된 작품 중 2위를 꿰찼다. 드디어 ‘큰손’의 지갑이 다시 열렸다는 신호기도 하다.

이건희컬렉션 서울전에 10월 최대 아트페어 예고

올해 상반기를 후끈 달군 가장 핫한 이슈였던 ‘이건희컬렉션’은 미술품과 미술시장에 대한 관심에 불을 지폈다. 대표적인 사례가 마르크 샤갈(1887∼1985). 국립현대미술관이 기증받은 1488점 중 한 점이던 샤갈의 ‘붉은 꽃다발과 연인들’(1975)과 같은 시기, 같은 지역에서 그려졌다고 소개된 ‘생 폴 드 방스의 정원’(1973)이 지난 5월 케이옥션 경매에서 42억원에 낙찰된 거다. 덕분에 이 작품은 올해 상반기를 통틀어 가장 비싸게 팔린 ‘낙찰가 1위’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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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크 샤갈이 1973년에 그린 ‘생 폴 드 방스의 정원’. 지난 5월 26일 케이옥션 ‘5월 경매’에서 42억원에 낙찰되며 상반기 미술시장에 드리운 ‘이건희컬렉션’의 영향력을 확인시켰다. 올해 상반기 미술품 경매시장에서 가장 비싸게 거래된 작품이다(사진=케이옥션).

이건희컬렉션은 여전히 하반기에도 미술시장에 강력한 아우라를 들이댈 예정이다. 당장 7일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할 ‘국가 기증 이건희 소장품 활용방안’이 화제를 이어간다. 또 먼저 스타트를 끊은 박수근미술관·대구미술관에 이어 이달부터는 이건희컬렉션을 본격적으로 공개하는 서울전시도 예정돼 있다. 21일부터 국립현대미술관이 서울관에서 60여점을 내놓는 특별전을 열고, 그즈음 국립중앙박물관도 비슷한 규모의 전시를 계획하고 있다.

역시 상반기에 돌풍을 일으킨 ‘아트페어’, 그중에서도 국내 최대 규모의 ‘키아프’(KIAF·한국국제아트페어)가 10월 중순 큰장을 예고한 것도 주목할 점이다. 지난 2월 화랑미술제가 불황을 완전히 잠재운 것도 모자라 5월 ‘아트부산’은 8만명을 불러모아 350억원어치 미술품을 팔아치웠다. 특히 20주년을 맞는 키아프는 벌써부터 가열 조짐이다. 키아프를 주최하는 한국화랑협회 관계자는 “예년보다 30% 이상 많은 화랑·갤러리가 참가를 희망했고, 대형부스를 신청한 곳도 50% 이상 늘었다”고 귀띔했다. ‘내놓는 족족’ ‘없어서 못 파는’ 역대급 장터에 대한 기대가 벌써부터 예사롭지 않은 거다.

미술계 전문가들은 “하반기에도 이어질 미술시장의 호황 조짐”을 의심하지 않는다. 다만 뜨거운 분위기 탓에 너도나도 몰린 미술품 투자열풍에는 경계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김영석 한국미술시가감정협회 이사장은 “여전히 시장수요가 극소수의 특정 작가에 편중된 점은 우려할 일”이라며 “미술품 투기욕구를 부추기는 요소들에 대한 개선을 마련해야 이 상승세를 이어갈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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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아트부산 2021’ 전경. 나흘 동안 8만여명을 불러모아 350억원어치 미술품을 팔아치웠다. 하반기 미술시장에도 뭉칫돈이 몰릴 것이란 기대감 중에는 오는 10월 중순 예정된 국내 최대 규모의 아트페어 ‘키아프’(KIAF·한국국제아트페어)가 있다(사진=이데일리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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