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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노동자에 "건물명 영어로 써봐"…모멸감 준 서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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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7.08 10:37 조회 1,595


7일 오후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 행정관 앞에서 열린 서울대학교 청소 노동자 李모 조합원 사망 관련 서울대 오세정 총장 규탄 기자회견에서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사진=뉴시스
서울대의 50대 청소노동자가 일터에서 숨진 사건이 발생한 가운데 유족과 노동조합 측은 관리자 측이 고인을 포함한 노동자들에게 업무와 관련없는 영어·한자 시험을 강요하는 등의 방법으로 모욕감을 줬다고 주장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전국민주일반노동조합 및 유족 등은 7일 오후 서울대 관악캠퍼스에서 청소노동자 A씨 사망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열었다.

앞서 A씨는 지난달 26일 서울대 기숙사 청소노동자 휴게실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당시 A씨 가족은 퇴근 시간이 지났음에도 A씨가 귀가하지 않고 연락도 되지 않자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 관계자는 "자살이나 타살 혐의점은 보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유가족과 민주노총 측은 지병도 없던 50대 여성이 갑자기 사망한 배경으로 '강도 높은 노동과 군대식 업무 지시 등으로 인한 스트레스'를 지목했다. A씨가 근무했던 925동 여학생 기숙사는 건물이 크고 학생 수가 많지만 엘리베이터가 없다. 이에 매일 100ℓ 쓰레기봉투 6~7개, 음식물 쓰레기, 재활용 쓰레기 등을 A씨가 직접 운반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서울대학교가 청소 노동자들에게 시행한 시험지. /사진제공=뉴스1(민주노총 제공)
지난달 1일 새로 부임한 안전관리팀장이 '직장 내 갑질'을 했다는 폭로도 나왔다. 이 팀장이 매주 수요일 청소 노동자 회의를 만들어 '옷을 단정하게 입지 않거나 볼펜·수첩을 가져오지 않으면 1점 감점해 인사고과에 반영하겠다'고 압박했다는 주장이다. 더욱이 '관악학생생활관을 영어 또는 한문으로 쓰라'며 업무와 연관성 없는 필기 시험을 강요하고, 이 점수를 공개해 노동자들에게 모욕감을 준 것으로 전해졌다.

A씨의 남편 B씨는 기자회견에서 "지난해 시작된 코로나19로 학생들의 배달음식 주문이 늘면서 쓰레기의 양도 늘었다"며 "일이 많아져 1년6개월 동안 고된 시간을 보냈지만 학교는 어떤 조치도 없이 군대식으로 노동자들을 관리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내를 이 땅에서 다시는 볼 수 없지만 제 아내의 동료들이 이런 기막힌 환경에서 일을 해야 한다면, 출근하는 가족의 뒷모습이 마지막이 돼서는 안 된다는 마음으로 이 자리에 섰다"며 "학교는 근로자들의 건강을 챙기고 노사 협력으로 대우받는 직장이 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촉구했다.

이와 함께 유족과 노조 측은 서울대 측에 진상 규명 위한 산재 공동 조사단 구성, 강압적인 군대식 인사 관리 방식 개선, 노동환경 개선 위한 협의체 구성 등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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