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임순현 기자 = 서울 지하철 객차안에서 여성이 쓰러졌는데도 남성 승객들이 '성추행 누명'을 쓸까 봐 구조하지 않고 외면했다는 글이 4일 인터넷에 게시되면서 큰 논란이 됐다.
게시자는 "쓰러진 여성이 짧은 반바지에 장화를 신어 신체 노출이 조금 있었다"며 "이 때문에 해당 칸에 있던 어떤 남성들도 그 여성을 부축하거나 도울 생각을 하지 않더라"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 글만을 근거로 5일 여러 매체에서 이른바 '3호선 핫팬츠녀'라는 다소 자극적인 제목으로 보도하면서 포털사이트에서 종일 높은 관심을 끌었다.
해당 보도가 급속도로 퍼지면서 온라인상에서는 이 여성을 돕지 않은 주위 남성들을 비판하는 주장과, 남성이 모르는 여성을 선의로 도왔다가 나중에 성추행범으로 몰릴 수 있기 때문에 당연한 행동이었다는 의견이 엇갈렸다.
그러면서 이 사건이 성별 갈등으로까지 번졌다.
남성 방문자가 많은 일부 커뮤니티에서는 남성이 억울하게 성범죄 누명을 쓰는 일이 많다며 이를 여성의 과잉 대응 또는 의도적 무고 탓으로 돌리는 글이 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당시 여성 승객이 쓰러진 사실을 119에 최초 신고했다고 주장하는 네티즌이 6일 밤 인터넷에 글을 올리면서 사건은 반전을 맞았다.
이 작성자는 "3일 제 앞에 서 있던 20대 여성분이 제 위로 쓰러졌다. 순간 남자 여자 할 것 없이 그분 주위로 몰려왔다"며 "여성 한 분과 남성 두 명이 그분 들어서 압구정역에서 내렸다"고 주장했다.
이어 "심지어 딱히 핫팬츠도 아니었고 장화도 신고 있어서 성추행이니 뭐니 할 상황은 전혀 아니었다"며 쓰러진 여성이 노출이 있는 옷을 입고 있어 남성 승객들이 돕지 않았다는 것도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이 사건과 관련, 압구정역 승강장이 촬영되는 CCTV를 확인한 역무원에게서 당시 상황을 보고 받은 서울교통공사(이하 공사) 측은 7일 연합뉴스에 이 사건의 실체는 보도된 내용과 다르다고 설명했다.
공사에 따르면 3일 오후 5시 50분께 3호선 객차 내에서 여성 승객이 쓰러졌고, 이어 성별이 명확히 식별되지 않은 승객이 객차 내 인터폰으로 승무원에게 신고했다.
열차가 압구정역에 들어와 멈춘 뒤 신고를 받고 대기하던 역무원이 쓰러진 여성을 승강장으로 옮겨 구호 조치를 했다고 한다.
공사 관계자는 "현장에 있던 역무원에게서 '자신을 의사라고 알린 남성이 여성을 도왔다'고 들었다"며 "CCTV 확인한 역무원은 '남녀를 가리지 않고 쓰러진 여성을 돕는 분위기였다'고 보고했다"고 말했다.
이후 현장에 도착한 119 구급대원이 정신을 차린 여성에게 병원에서 치료받겠느냐고 물었지만 여성이 '괜찮다'며 잠시 휴식을 취한 후 귀가하면서 사건이 일단락됐다는 것이다.
결국 지하철 열차 내에서 여성이 쓰러졌는데도 '성추행 누명'을 우려한 남성 승객들이 아무도 돕지 않고 외면했다는 내용의 글과 이를 그대로 인용한 보도는 내용 일부를 과장하거나 왜곡한 '가짜 뉴스'인 것으로 파악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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