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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C방 2시간 제한…업주들 "손님을 무슨 수로 내쫓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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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7.12 09:42 조회 1,483

카페·목욕탕 1시간 제한 이어 정부, 단속에 준하는 ‘강력 계도’
업계 “행정 편의주의 연발”
전문가들도 의견 엇갈려 “방역에 도움” “실효성 없다”

“PC방 2시간 이용 제한은 정말 현실을 모르는 탁상행정입니다.”

24일 오후 4시, 서울 동작구의 한 PC방에서 만난 사장 김모(37)씨는 한숨을 내쉬었다. 사흘 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가 내놓은 ‘PC방 방역관리 강화 방안’에 대한 토로였다. 최근 서울 강북구·강남구 등지 PC방에서 30~50여명의 코로나 집단감염이 발생하자 정부는 ‘PC방 이용자는 2시간 이내로 머무를 것을 강력 권고한다’고 밝혔다.

3년 전 개업한 김씨는 하루 평균 손님 500~600명을 받았지만, 코로나가 터진 작년 3월부터는 손님이 100명 수준으로 확 줄었다. 결국 아르바이트생 2명을 관두게 하고 혼자서 카운터, 청소, 음식 조리 등 매장 관리를 하루 14시간씩 하고 있다. 김씨는 “이용 시간 체크하려면 아무것도 하지 말고 손님 올 때마다 일일이 입장 시간을 수기로 적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작년 영업시간이 밤 9시로 제한됐을 때도 ‘한 판만 더 하겠다’는 손님들 컴퓨터를 강제로 끄느라 거의 싸움이 날 뻔했는데, 강제도 아닌 ‘2시간 이용 권고’를 손님들이 따를지 의문”이라고 했다.




방역 당국이 코로나 확산을 막겠다는 명분으로 PC방을 비롯해 식당·카페, 목욕탕 등 여러 업종에 속속 ‘이용 시간 제한 강력 권고’를 내리고 있지만, 현장에선 “유명무실한 행정 편의주의”라는 지적이 나온다. 의무가 아닌 ‘강력 권고’인 탓에 지키지 않아도 이용자나 업주에겐 어떤 처벌도 없다. 이런 규제가 있는지 아는 사람도 별로 없다. 그래도 정부는 단속에 준하는 수준의 ‘강력 계도’를 하겠다는 입장이고, 자영업자들은 “코로나로 직격탄을 맞은 상황에서 사실상 손님을 내쫓으라는 권고가 현실적이지 않다”고 말한다.


본지가 지난 23~24일 서울 동작·관악·영등포구 일대 PC방 15곳을 돌아본 결과, ‘2시간 이용 제한’이 제대로 지켜지고 있는 곳은 한 곳도 없었다. 서울 시내 한 PC방 직원 이모(39)씨는 “코로나 이후 매출이 반 토막 나 손님 한 명이 아쉬운 상황”이라며 “손님들이 3시간은 앉아 있어야 음료수라도 시키는데 사실상 먹거리 장사인 PC방에서 2시간 이용 제한을 하라는 건 말이 안 된다”고 했다. 이용자들도 비슷한 반응이었다. ‘리그오브레전드’ 게임을 2시간 30분째 하던 대학생 김모(23)씨는 “시간 제한이 있는 줄 몰랐다”며 “이용 시간이 제한되면 다른 PC방에 가서 게임 할 것”이라고 했다.

방역 당국이 지난 1월 전국 카페·식당에 ‘커피·음료, 간단한 디저트류만 주문한 2인 이상 손님은 1시간 이내만 머무르라’고 강력 권고한 조치 역시 비슷한 상황이다. 60여석 규모의 개인 카페에서 일하는 직원 정모(24)씨는 “지침을 물어보는 손님도 없고, 우리도 암묵적으로 넘어간다”며 “커피 내리고 설거지하기도 바쁜데 일일이 시간을 체크하기 어렵다”고 했다.

지난 3월에 내려진 ‘전국 목욕탕 1시간 이용 제한’ 권고 역시 “무용지물”이란 얘기가 나온다. 23일 찾은 서울 동작구 신대방동의 한 목욕탕. 직원 이모(42)씨는 “1시간 이내로 이용해달란 안내문을 붙여 놓긴 했지만 원래 1시간은 목욕하고 나오기 빠듯한 시간”이라며 “주기적으로 탕에 들어가 안내는 하는데, 요새 손님이 거의 3분의 1로 줄어 한산한데 감염 위험이 있으니 나가달라고 부탁하기도 뭣하다”고 했다. 정부의 이용 시간 제한 조치를 환영하는 손님들도 있다. 박모(65)씨는 “워낙 목욕탕에 오래 있는 사람들이 많아 코로나에 걸릴까 불안했는데, 이용 시간을 줄이는 것은 잘하는 일”이라고 했다.

‘이용 시간 제한’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도 갈린다. 최원석 고려대 안산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체류 시간을 줄이면 코로나 환자 발생 시 노출되는 사람의 숫자를 줄일 수 있어 의미가 있다”면서도 “피해 업종의 자영업자들과 적은 수(數)라도 확진자를 줄이고 싶어하는 방역 당국이 서로 균형점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방역에 대한 긴장감이 풀어진 상황에서 이용 시간 제한 권고는 실효성이 없다”며 “정부가 집단감염 사례에 대응하는 시늉을 내는 것에 불과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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