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 제로 30년 전쟁] [11·끝] 일상 속 탄소 발자국
지난 5일 오전 7시, 서울 강남구 도곡동에 사는 직장인 하지연(28)씨가 출근 준비를 마치고 집을 나섰다. 전날 비가 내린 탓에 집이 습해 제습기를 켜놓고 나왔다. 집에서 2.7Km쯤 떨어진 양재동 회사까지는 CNG(압축천연가스) 시내버스를 타고 갔다.
텀블러,머그컵을 사용하는 것 만으로도 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다./과학기술정보통신부
그는 회사 앞 카페에서 ‘아이스 카페라테’ 한 잔을 주문하는 것으로 하루 일과를 시작했다. 테이크아웃 잔을 들고 사무실에 들어가 아침 보고용 자료로 A4 용지 40장을 출력했다. 이때까지 하씨가 배출한 이산화탄소 총량은 1200g 남짓. 30년생 소나무 한 그루가 약 2개월간 흡수해야 하는 양을 특별할 것 없는 단순 일상생활에서 2시간 만에 뿜어낸 것이다. 하씨는 “평소 승용차 대신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등 나름대로 환경에 신경을 쓴다고 생각했는데 숫자를 듣고 깜짝 놀랐다”고 했다.
본지는 지구온난화 전문가들과 함께 평범한 20대 직장인 하씨의 ‘탄소 발자국’을 추적해봤다. 탄소 발자국은 개인이 직·간접적으로 배출하는 온실가스의 총량을 이산화탄소 배출량으로 환산한 것이다. 메탄, 아산화질소 등 다양한 종류의 온실가스를 가장 배출량이 많은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로 환산해 시민들이 탄소 배출량을 쉽게 이해하도록 하자는 취지다. 예를 들어 하씨가 아침 출근길 ‘아이스 카페라테’ 한 잔을 구매한다면, 원두 생산부터 가공·운송·사용·폐기에 이르기까지 전(全) 과정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의 양을 환산한 550g이 탄소 발자국이 된다. 일상 속에서 체감하기 어렵지만, 우리도 모르는 새 탄소 발자국은 지구 곳곳에 남는다.
직장에서 점심 메뉴 하나를 고를 때도 탄소 발자국은 따라다닌다. 이날 점심때 하지연씨는 동료들과 회사 근처 식당에서 냉면을 먹었다. 냉면 한 그릇에서 배출되는 탄소의 양은, 냉면 무게보다 더 나가는 2442g이다. 김상엽 한국기후환경네트워크 기획홍보국장은 “냉면의 탄소 배출량이 많은 이유는 바로 소고기 때문”이라며 “냉면 육수를 낼 때 소고기가 필요한데, 지구온난화 측면에서 소가 내뿜는 메탄가스는 이산화탄소보다 20~30배 더 많은 영향을 미친다”고 했다. 그래서 메뉴판에 적힌 된장찌개(370g), 해물칼국수(361g) 등은 상대적으로 탄소 배출량이 적다. 그린피스에 따르면, 소고기 1kg을 생산하는 데 무려 59.6kg의 탄소가 배출된다. 반면 돼지고기는 7.2kg, 닭·오리고기와 같은 가금류(家禽類)는 6.1kg으로 소고기의 10분의 1 수준이다.
하씨는 점심 먹고 회사로 돌아와, 화장실에서 손을 씻고 페이퍼 타올로 물기를 닦았다. 회당 2장씩, 이날 내내 10장을 썼고 여기서도 17g의 탄소 발자국이 남았다. 오후에도 각종 서류를 출력하며 A4 용지 30장을 더 사용했고 여기서도 87g의 탄소가 추가로 쌓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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