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소영 기자] "직장인들도 잘리는 판에 알바하는 사람이 무슨 욕심을 내겠어요."
경영계와 노동계의 팽팽한 줄다리기 끝에 내년도 최저임금이 시간당 9160원으로 결정됐다. 이는 8720원인 올해보다 440원(5.1%) 인상된 금액으로 2022년 적용 예정이다. 하지만 이 같은 결정에 대해 노사는 불만족스러운 입장을 보였다.
경영계는 소상공인과 일자리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반발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입장문을 통해 "공익위원들이 제시한 내년도 최저임금은 중소·영세기업, 소상공인의 지급 능력을 명백히 초월했다"며 "이로부터 파생되는 모든 문제에 대한 책임은 경제 현실을 외면한 채 이기적 투쟁을 거듭한 노동계와 공익위원이 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노동계는 현 정부가 내건 '최저임금 1만원 공약'이 지켜지지 않았다는 비판의 목소리와 함께 엇갈린 입장을 보였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은 내년도 최저임금이 부족함에도 수용한다는 입장을 보였지만,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은 노동자에 대한 '기만'으로 규정하고 강도 높은 투쟁을 예고했다.
이처럼 내년도 최저임금이 어느 쪽에서도 환영받지 못하는 상황이 이어지는 가운데 14일 서울 마포구 일대 편의점에서 만난 아르바이트생들은 해고 불안감을 토로했다. 편의점 업계 역시 불편한 입장을 나타냈다. 업계는 인상된 최저임금을 지급할 여력이 없다며 난색을 보였다.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하는 A씨(50·여)는 "알바 하는 게 어딘가 싶죠. 진짜 제발 (최저임금) 좀 안 올려도 괜찮아요"라며 헛웃음을 지어 보였다. 그는 "주휴수당도 안 주려고 근무시간도 4시간으로 자르고 있는 마당에 시급을 올린다고요?"라고 되물었다.
이어 "사장님이 많이 힘들어하신다"며 "(편의점이) 겨울엔 추워도 춥다고 말 못 하고 여름엔 더워도 덥다고 말 못 하는 현실"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지금 직장인들도 잘리는 판에 시급제 알바하는 사람이 무슨 욕심을 내겠느냐"며 "지금도 잘릴 판인데. (뉴스) 보면서 죽을 것 같아. 고마운 게 아니라 생각이 있는 건지"라고 말끝을 흐렸다.
인근 편의점에서 단기알바로 일하는 B씨(28·남)는 "평소에는 사장님과 가족들이 번갈아가면서 운영하는 걸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이는 인건비 부담을 느끼는 일부 점주들이 아르바이트생 고용을 최소화하고 직접 매장을 운영하는 시간을 점차 늘려가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는 이번 최저임금 인상 결정에 대해 "당연히 저는 고용되는 입장에서 좋은 일이고 선진국들 따라서 최저임금이 올라가는 건 맞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우려가 크다"고 토로했다.
B씨는 "이분들도 사실 남는 게 크게 없다. 최근에는 코로나 때문에 노상도 못한다"며 "점주분들 입장에서는 안 그래도 코로나 때문에 어려운데 인건비가 너무 많이 나가면 결국에는 알바생을 자를 수밖에 없게 돼 악순환이 발생할 것"이라고 푸념했다.
이어 "인건비가 편의점 본사에서 지원을 해주는 부분이 아니고 경영주가 알아서 해야하는 부분이라 결국에는 밑에서 이뤄지는 싸움이라 나눠먹기 식으로 인건비가 나가면 이분들은 자르고 자기 가족들끼리 돌릴 수밖에 없고 여러모로 힘든 것 같다"고 하소연했다.
또 다른 편의점에서 일하는 C씨(54·여)는 "(시급을) 더 많이 주면 당연히 좋겠지만 저는 나이가 있다 보니 지금 일하는 것만으로도 만족한다"고 말했다. 이어 "임금 오르는 거 당연히 좋다. 하지만 저만 일하는 것도 아니고 알바생이 6~7명이 된다. 사장님은 안 좋으실 것"이라고 전했다. 또 "밤에는 솔직히 문을 닫는 게 이득인데 본사와의 계약조건에 따라 중간에 변경이 어려운 것 같다"고 덧붙였다.
최근 수도권의 코로나19 확산세로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 적용을 받는 자영업자들은 이중고를 우려했다. 다른 편의점에서 점주 대신 편의점을 운영하는 50대 여성 D씨는 "월급쟁이 경영주라 내가 알바생들에게 (월급을) 주고 그런 건 아니라 사실 최저임금 인상이 직접적인 상관은 없다"면서도 적자를 고민했다.
그는 "사실 요즘 편의점이 장사가 많이 안 된다. 이번 주는 거리두기 4단계 때문에 더 안 좋았다"며 "편의점이 회사랑 호텔 근처다 보니 재택도 들어가고, 호텔도 그렇고 그만큼 (수익이) 빠졌다"고 전했다. 이어 "사실 (점주가) 제 월급 주고 알바비 주고 지금도 가져가시는 게 하나도 없다. 그런데 이제 인상이 된다면 (수입이) 마이너스가 날 수도 있다"고 걱정했다.
D 씨의 우려와 같이 최근 자영업자의 인건비 부담이 늘면서 비교적 매출이 적은 심야시간대 아예 영업을 하지 않는 편의점도 늘고 있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GS25의 심야 시간 미영업점 비중은 2018년 13.6%, 2019년 14.7%, 2020년 16.4%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지난 6월 말 기준으론 18.1%까지 높아졌다.
세븐일레븐 역시 심야 시간대 영업을 하지 않는 점포 비율이 2018년 17.6%, 2019년 18.4%, 2020년 21%로 매년 증가 추세다. CU도 심야시간대 문을 닫거나 무인으로 영업하는 점포 비중이 2018년 19%, 2019년 20%, 2020년 20%로 조사됐다.
심야 영업을 자율에 맡기는 이마트24는 지난달 말 기준 5509개 점포 가운데 4300여개 점포가 밤 시간대 무인으로 영업하거나 영업을 하지 않는다.
일반 점포와 무인점포의 중간 형태이자 심야에 무인으로 운영할 수 있는 이른바 '하이브리드 점포'도 증가 추세다. 상반기 편의점 4사의 무인 매장 수는 990개로 총 매장 수 4만5277개(지난해 말 기준)의 2.19% 수준인 것으로 집계됐다.
D 씨는 최저임금 인상 후 발생할 수 있는 업계 변화에 대해 "내년이 되면 거의 (점주 운영 체제로) 될 것 같다"며 "(매장이) 어디 안쪽에 위치하면 무인매장도 괜찮은데 길거리에 있는 매장 특성상 관리가 어려워 무인매장을 하고 싶어도 그러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편의점주협의회(협의회)는 성명을 내고 "편의점을 비롯한 자영업자의 현실을 외면한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 결정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협의회는 "지난해 점포당 월평균 매출에서 인건비, 월세, 각종 세금을 제외하면 점주 순수익은 200만원 남짓"이라며 "지금도 최저임금을 지급할 여력이 없는 편의점이 상당수"라고 전했다. 이어 "지금까지 점주들이 근무시간을 늘리면서 인건비를 줄였다"며 "인상된 최저임금이 적용되는 내년부터는 그렇게 하더라도 줄 수 없는 상황"이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김소영 기자 sozero81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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