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운전 사고 후 A씨는 사지 마비, 인지 저하, 언어 장애를 겪고 있다. 심부정맥 혈전증 및 폐색전증으로 입원 치료 중이다. 간병인 도움 없이는 거동하기 힘들다. A씨 가족 제공.
어떤 법으로 기소됐느냐에 따라 형량 차이가 크다. 제1 윤창호법상 음주운전 상해사고 법정형은 1~15년 징역 또는 1000만원~3000만원 이하 벌금이다. 사망사고 법정형은 무기 또는 3년 이상 징역이다. 반면 교특법상으로는 상해, 사망사고 모두 5년 이하의 금고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그친다.
‘정상적 운전이 곤란한 상태’여야 한다는 법원…난감한 수사기관
문제는 제1 윤창호법 적용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는 점이다. 제1 윤창호법 적용 기준은 ‘운전자가 음주 영향으로 정상적인 운전이 곤란한지’ 여부다. 수사기관과 법원의 자의적인 해석이 개입될 여지가 크다.
법원이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니 수사기관도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 검찰은 제1 윤창호법으로 기소할 경우 피의자의 음주사실에 더해 정상 운전이 불가능했다는 점까지 입증해야 한다. 부담이 가중되는 셈이다. 자칫 패소할 수도 있다. 때문에 보다 안전하고 쉬운 교특법 위반으로 기소한다는 설명이다.
“윤창호법 있는데 왜 솜방망이 처벌?” 눈물짓는 피해자 가족
가족과 떨어져 홀로 지내며 새벽 5시에 일어나 일터로 나가던 A씨였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사태 이후, 2년 가까이 타지역에 사는 가족들을 만나지 못했다. 일하는 병원에 폐를 끼칠까봐 전화로만 서로의 안부를 주고받았다. 그러던 A씨는 하루아침에 간병인 없이는 일상 생활이 어려운 상태가 됐다. 가족도 무너져 내렸다. 간병비라는 무거운 짐도 더해졌다. 한 해 6000만원에 달한다.
A씨 가족은 제1 윤창호법의 ‘고무줄 잣대’가 제정 취지를 빛바래게 한다고 호소하고 있다. A씨 동생은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언니는 사지 마비, 인지 저하, 언어 장애를 겪고 있다. 숨만 간신히 쉬고 있을 뿐 식물인간 같은 상황”이라며 “피해자와 가족은 정신적, 신체적 피해를 평생 안고 살아가야 한다. 가해자는 징역 1년6개월이 나왔다. 피해자만 죽으라는 게 이 나라 법인가”라고 토로했다. 또 “윤창호법 적용 기준이 무엇인지 알고싶다”며 “언니 한 명이 아니라 수많은 음주운전 피해자와 그 가족을 위해서라도 법 허점을 메워야 한다”고 울먹였다. 가족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글을 올렸다.
법조계 “객관적 기준 마련해야”…교특법 손질 의견도
법조계에서도 법 보완의 필요성에 공감했다. 법률사무소 라미의 이희범 대표변호사는 “법률가들도 음주운전 사고 발생시 어떤 혐의로 기소될지 예측하기 어렵다. 혈중알코올농도 0.1% 이상이면 제1 윤창호법을 예상할 수 있지만 이것마저 확실하지 않다”며 “수사기관도 국민 공분을 샀거나 널리 알려진 사건은 제1 윤창호법을, 단순 사건에는 교특법을 적용시키는 등 주관적으로 운용되는 측면이 분명 있다”고 짚었다.
jjy4791@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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