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에쓰오일은 이미 도입…GS칼텍스·현대오일뱅크도 논의중
워라밸 장점 있지만 지역 이탈·안전 우려 지적도
(서울=연합뉴스) 김영신 기자 = 최근 국내 대기업 제조현장 근무 형태가 '4조2교대'로 전환하는 흐름을 보이면서 다수 기업에서 활발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4조2교대는 4개 근무조 중 2개 조는 하루 12시간씩 주·야간 교대 근무를 하고, 나머지 2개 조는 쉬는 근무 형태다.
제조업 현장에서는 하루 8시간씩 근무하는 4조3교대 근무가 통상적인데, 젊은 세대 직원들을 중심으로 "몰아서 일하고 몰아서 쉬겠다"는 요구가 늘면서 4조2교대가 근로 현장의 새로운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국내 대기업 중 4조2교대를 가장 먼저 도입한 곳은 포스코다.
포스코는 2010년부터 4조2교대를 시범 실시한 뒤 2011년부터 전면 도입했다. 기존 4조3교대 체제보다 휴무일이 연간 103일에서 191일로 증가했다.
정유업계는 다른 업종보다 4조2교대 논의가 활발하다.
에쓰오일이 2년 간의 시범 운영을 거쳐 올해 초부터 도입한 데 이어 SK이노베이션도 4조3교대를 4조2교대로 전환을 검토하기 위해 노사 공동 태스크포스(TF)를 최근 꾸렸다. GS칼텍스와 현대오일뱅크도 관련 논의를 진행 중이다.
철강업계에서는 포스코에 이어 현대제철이 4조2교대를 추진 중이다.
이밖에 반도체 소재 기업 SK실트론도 올해 초부터 4조2교대를 시범 운영하고 있다.
4조2교대를 시행하면 하루 근무시간이 12시간으로 늘면서 업무 강도는 세지지만, 연간 총 근로시간은 동일하게 유지되므로 휴무일수가 4조3교대보다 80일 이상 증가한다.
근로자 입장에서는 일주일에 절반은 일하고 절반은 휴무인 셈이라 개인 시간이 많아진다. 최근 각 기업에서 목소리를 키우는 MZ세대를 중심으로 돈보다는 '워라밸'(삶과 일의 균형) 향상 차원에서 4조2교대가 필요하다는 요구가 크다.
한 기업 관계자는 "4조3교대와 비교해 야간 근무가 적어 피로도가 적고 휴무가 많아지면서 여행, 휴식 등 개인 시간이 많아진다는 점에서 4조2교대에 대한 의견이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재계에서는 대기업을 중심으로 제조 현장에서 4조2교대가 확산할 것으로 전망이 대체적인 가운데, 기존 3교대 근무를 완전히 대체할지에 대해서는 우려도 나온다.
오랫동안 4조3교대로 근무하며 패턴이 고착화한 시니어 직원 중에서는 하루 근무가 12시간으로 늘어나는 데 대해 부담을 호소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고 한다.
일각에서는 지역 경제 측면에서 부작용도 지적한다. 쉬는 날이 4일로 늘다보니 이전에는 공장이 있는 해당 지역에서 시간을 주로 보내던 근로자들이 길어진 휴무일에 외지로 떠나거나, 거주 환경이 더 좋은 대도시 등 타지역으로 이사를 갈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4조3교대에서 4조2교대로 전환을 추진 중인 기업이 있는 한 지역의 커뮤니티에는 "자녀 학군, 교통 등이 더 좋은 타 도시로 이사를 갈 예정"이라는 글이 여럿 있다.
또한 길게 쉬고 출근을 했을 때 업무 적응·몰입도가 떨어져 현장 안전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있다.
4조2교대 도입에 대한 찬반 논란은 최근 MZ세대 직원들의 적극적인 의견 개진과 맞물려 각 기업 노사에서 주요 현안으로 부상했다. LG화학에서도 노조에 4조2교대 도입을 사측과 논의해 도입하라는 직원들의 요구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4조2교대를 도입한 기업들은 시범운영 기간을 충분히 둬서 지적되는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직원들의 만족도가 큰 근무 체제로 정착시켰다는 입장이다.
에쓰오일 측은 "4조3교대에 비해 교대 횟수가 줄어들며 업무 인수인계 중 문제 발생 가능성이 감소하고 업무 연속성을 유지해 안정적으로 공장을 운영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며 "근무자들의 피로가 감소해 안전성이 높아지고 업무 몰입도를 높이는 데 기여하는 것으로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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