찜통더위, 노동자들 이야기 "건설현장서 식염포도당 먹으며 버텨" 지난 27일 강남역 12번 출구 인근의 한 공사현장. 오전 10시 30분인데 기온은 섭씨 37도에 달했다. 오전부터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면서 15명의 인부는 작업을 서둘렀다. 지하 터파기 작업이 한창인 현장에선 노동자들이 편하게 쉴 공간은 어디에도 없었다. 공사현장 구석에서 얼음물을 얼굴에 댄 채 쉬고 있는 한 인부의 모습도 보였다. 안전모를 벗자 머리는 땀에 젖어 있었고, 얼굴엔 붉게 탄 자국이 선명했다. 현장 옆에는 노동자를 위한 회색 컨테이너가 있지만, 돌아가지 않는 선풍기 3대만 자리를 잡고 있었다. ━ 건설노동자들 폭염에 ‘식염 포도당’ 먹으며 버텨 직사광선을 막으려고 긴 바지와 긴 팔 상의를 입은 건설 노동자 A씨(30)는 “오후가 되면 덥다 못해 뜨겁다 보니 오전 7시부터 나와서 일을 시작했다”며 “너무 더울땐 아이스박스에서 얼음물을 꺼내 얼굴을 식히거나 식염 포도당을 먹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근무교대를 더 자주 하거나 얼음물 샤워를 하는 식으로 버티고 있는 중”이라며 “이렇게라도 안 하면 쓰러지니 어쩔 수 없다”고 덧붙였다. ━ 노인 일자리 사업…폭염에 74세 노인이 맨홀 청소도 폭염 속 거리로 나온 고령 노동자들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노인 일자리 사업에 참여해 취업한 배모(74)씨는 강남역 12번 출구 인근의 유흥가 맨홀 청소를 맡았다. 3명이 한팀이 되어 1명이 맨홀 뚜껑을 열면 나머지가 담배꽁초와 같은 쓰레기를 치우는 작업이다. 이들은 모두 고령의 노동자들이다. 배씨도 폭염에 오전 9시에서 오전 7시로 출근 시간을 2시간 앞당겼다. 그는 “강남 뒷골목이라 담배꽁초가 상당하다. 맨홀 안 1m 깊이의 흙을 파내 모두 청소해야 하므로 조금만 움직여도 땀 범벅이 된다”고 말했다. 도로에 사용되는 맨홀 뚜껑의 무게는 대략 24kg 정도로 청년이 들기에도 버거운 무게다. 강남역 인근에 있는 총 2035개의 맨홀을 하나씩 열어 청소를 해야 하는 반복된 작업에 배씨의 이마에선 땀이 뚝뚝 떨어졌다. 배씨는 “나이가 조금 더 먹었다면 몸에 힘이 안 들어가서 못할 일”이라며 “온몸이 땀범벅이라 주민센터 화장실에서 찬물에 머리를 헹구고 퇴근할 정도”라고 덧붙였다. 이렇게 하루에 5시간씩 근무하는 배씨는 한 달에 약 90만원을 번다. 역삼동 인근 지역에서 약 200명의 손님에게 요구르트를 배달하는 판매원도 거리에서 만날 수 있었다. 박모(63)씨는 폭염에 화상을 피하기 위해 긴 팔 유니폼을 입고 강남역 11번 출구 앞에서 흐르는 땀을 식히고 있었다. 그는 연신 땀을 닦아내면서도 ”땀 자국이 남지 않도록 땀을 흡수시키는 내의를 겹쳐 입었다”며 “카트를 들고 건물에 들어갈 수 없으니 유제품을 들고 직접 배달을 가야 하는데 마스크 때문에 더 숨이 차다. 여름에 제일 더울 시간에 일하느라 가끔은 정신이 아득할 정도”라고 덧붙였다. ━ 일주일 사이 택배 노동자 4명 근무 중 실신 강남역 인근에서 물건을 나르던 최모(55)씨는 “하루에 내 손을 거쳐 가는 택배가 약 600개인데 계속해서 택배가 밀려 스트레스가 너무 심한 상황”이라고 털어놨다. 택배 물량이 많아지니 배송시간이 지연되고, 그러자 고객의 컴플레인이 쌓이는 악순환이 반복된다는 것이다. 최씨는 “날이 더워지면서 사무실 내부에서 배송품 정리를 해주길 원하는 고객이 많아 계속해서 업무가 늘어진다. 택배차로 물건을 옮기기만 해도 땀이 비 오듯 쏟아져 옷도 여러 벌 챙겨 다닐 정도”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지난 25일 폭염에 따른 산업재해를 막기 위해 보호 대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무더위가 가장 심한 시간대인 오후 2~5시 사이에 전국 건설 현장이 공사를 중지하도록 지도하는 내용이 담겼다.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간 여름철(6∼8월) 폭염에 따른 온열 질환 재해자는 156명에 달하며 이 중 26명이 사망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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