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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의료 빨간불…40대 중환자, 빈 병상 찾다 숨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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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7.30 11:19 조회 1,347

119 신고 당시 감염의심 발열증상

병원들 “음압병상 포화”“인력 부족”… 신고 1시간 만에 겨우 응급실 찾아

치료 받았지만 늦어… 뒤늦게 확진, 응급중환자실 코로나 병상 전환

외상 등 일반 응급환자 갈 곳 없어… “유행 장기화 대비 정비 시급” 지적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4차 유행이 장기화하면서 우려했던 의료체계 과부하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서울에서는 코로나19 검사 결과를 기다리던 40대 남성이 갑자기 상태가 악화됐지만 입원할 병원을 찾지 못해 끝내 숨졌다. 병원 20여 곳을 연락했지만 음압격리병상이 없거나 의료진이 부족했던 것이다.

○ 병원마다 “음압격리병상 없어요”

27일 오전 A 씨(42)는 서울 영등포구 자택에서 전날 받은 코로나19 검사 결과를 기다리다가 갑자기 의식이 흐려졌다. 오전 10시 10분경 A 씨 어머니가 119에 신고했다. 구급대가 6분 만에 도착했지만 A 씨는 심정지 상태였다. 곧바로 심폐소생술이 시작됐다. 동시에 서울소방재난본부 구급상황관리센터는 A 씨가 입원할 수 있는 병원을 수소문했다.

당시 A 씨는 발열 증상을 보였다. 이런 환자는 코로나19를 의심해 응급실 내 음압격리병상에서 치료를 받는다. 그런데 구급대가 연락한 근처 병원 20여 곳 모두 “더 이상 환자를 받을 수 없다”고 했다. 음압격리병상이 환자들로 가득 찼기 때문이다. 응급 의료진이 다른 환자 치료에 매달려 있거나 생활치료센터 등에 파견돼 ‘환자 수용 불가’를 통보한 병원도 있었다.

입원 가능한 병원을 찾은 건 오전 11시 14분. 처음 119에 신고하고 약 1시간 만이다. 그렇게 A 씨는 오전 11시 35분경 국립중앙의료원 응급실로 옮겨졌다. 하지만 결국 숨을 거뒀다. A 씨는 나중에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병원 측은 코로나19 감염 후 증상이 갑자기 악화돼 숨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서울소방재난본부 구급상황관리센터 관계자는 “예전에는 심정지 환자가 1시간 넘게 응급실을 못 찾는 일이 드물었다”며 “(확진자가 늘어나는) 최근엔 일상처럼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 일반 응급환자도 열 있으면 ‘입원 불가’

음압격리병상 부족은 일반 응급환자의 치료도 지연시키고 있다. 응급환자는 통증 때문에 숨을 가쁘게 쉬어 산소 포화도가 낮거나 체온이 높아진 경우가 많다. 병원에선 만약에 대비해 이런 증상의 환자도 일단 코로나19 의심으로 분류하고 음압격리병상으로 보낸다.

전국의 응급실 521곳 중 음압격리병상을 1개라도 갖춘 병원은 80여 곳. 29일 오후 4시 기준 중앙응급의료센터 종합상황판에 ‘사용 가능’으로 표시된 서울 내 응급실 음압격리병상은 24개였다. 하지만 취재팀이 3곳을 무작위로 골라 전화해 보니 모두 “병상은 있지만 의료진이 부족하다”거나 “소독이 끝나지 않아 아직 환자를 받을 수 없다”고 답했다. 통계로는 여유가 있는 것 같지만 실제 가용 병상은 거의 없는 것이다.

지난해 12월 3차 유행 때도 똑같은 상황이 발생했다. 이후 정부는 중형 이상 응급실마다 음압격리병상을 갖추도록 했지만 적용은 올 12월 말로 유예된 상태다.

○ “유행 장기화 대비 못 하면 의료 대란”


사회적 거리 두기’를 4단계로 강화했는데도 확산세가 잡히지 않고 있다. 박영준 중앙방역대책본부 역학조사팀장은 29일 브리핑에서 “예전 유행보다 숨은 감염자 규모가 더 크다. 시간이 걸리고 쉽지 않은 싸움이다”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유행 장기화를 염두에 두고 의료 체계를 서둘러 재정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인술 충남대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당장 응급실 음압격리실을 지금의 2, 3배로 늘릴 순 없겠지만 남는 병상을 실시간으로 공유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 효율성이라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남궁인 이대목동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현재 코로나19 의심 환자를 모두 선제 격리하는 방식은 의료진과 의료 자원에 과부하를 유발하고 있다. 분류 기준 조정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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