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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골'이 부른 착각, 김학범호 자만과 오판이 참패 불렀다
  • 대구정플라워 실버 파트너스회원
  • 2021.08.01 09:12 조회 1,291


자신감은 취하되, 자만은 경계해야 했다. 무려 10골을 넣으며 거둔 2연승 이면엔 모두 상대의 퇴장이나 페널티킥(PK) 등이 자리 잡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멕시코전에 나선 김학범호는 자만으로 가득했다. 뒤늦게 알아챘을 땐 이미 승부가 기운 뒤였다.


실제 김학범호의 지난 조별리그 루마니아전 4-0 승리와 온두라스전 6-0 승리 뒤에는 상대의 전반전 퇴장, 그리고 잇따른 PK 획득이 자리 잡고 있었다. 루마니아전에선 상대의 자책골 이후 전반 막판 상대의 퇴장으로 후반전을 11대10의 수적 우위 속에 치렀다. 이 과정에서 PK 포함 3골을 더 넣었다.

온두라스와 최종전에선 더 유리한 변수들이 작용했다. 전반 20분이 채 되기도 전에 두 차례나 PK 득점이 터졌고, 루마니아전보다 더 이른 시간에 상대의 퇴장으로 일찌감치 수적 우위까지 점했다. 이후 PK 1골 포함 4골을 더 넣으며 온두라스를 6-0으로 대파했다. 6골 중 절반이 PK였다.

2경기 연속 상대의 퇴장과 PK가 동시에 나오는 건 극히 이례적이었다. 승부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의외의 변수들이, 그것도 압도적으로 유리하게 작용한 상황에서 거둔 2연승이었던 셈이다. 더구나 대회 전부터 지적됐던 수비 불안은 2경기 연속 상대가 퇴장당하는 바람에 제대로 된 시험대에 오르지도 못했던 상황이었다. 루마니아나 온두라스 모두 퇴장 이후 공격에 무게를 두기 어려웠던 탓이다.

김학범(61) 감독의 냉철한 판단은 그래서 더 중요했다. 2경기 10득점-무실점이라는 기록이 앞선 의외의 변수에 따른 결과였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됐다는 의미다. 말 그대로 '지면 탈락'인 토너먼트 무대에서는 더욱 현실을 직시하는 것이 중요했다.


31일 일본 인터내셔널 스타디움에서 열린 멕시코와 2020 도쿄올림픽 8강전에서 꺼내든 김학범 감독의 선택은 그래서 더 아쉬웠다. 만만치 않은 상대, 더구나 토너먼트 첫 경기에서 오히려 안정보단 공격에 무게를 뒀기 때문이다. 앞선 2경기에서의 흐름이 자만으로 이어진 셈이다.

예컨대 이날 김학범호의 중원엔 김동현(24·강원FC)과 김진규(24·부산아이파크)가 섰다. 조별리그 3경기를 모두 선발로 출전한 원두재(24·울산현대)가 빠졌고, 최근 2경기 연속 선발에서 제외됐던 김동현이 김진규와 처음 호흡을 맞췄다. 안정보다는 공격에 더 무게중심을 두겠다는 김 감독의 구상이 묻어났다. 전반적인 경기 운영 역시 '맞불'에 가까웠다.

문제는 상대인 멕시코가 한국에 이어 조별리그 최다 득점 2위 팀(7골)이었다는 점, 그리고 앞선 2경기 상대들보다는 확실히 전력이 더 강했다는 점이다.

결과적으로 한국은 멕시코의 공격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전반 12분 만에 선제 실점을 내줬고, 전반 29분엔 추가 실점을 허용했다. 크로스에 이은 상대의 침투에 잇따라 무너졌다. 막판엔 오히려 PK 골까지 허용했다. 상대의 퇴장이나 PK 변수가 작용하지 않은 경기에서 결국 민낯이 드러났다.

김학범 감독도 결국 하프타임 김동현과 김진규를 모두 빼고 권창훈(27·수원삼성)과 원두재를 투입하며 변화를 줬다. 선발 라인업이 오판이었음을 인정하는 교체였다. 그러나 이미 승기를 잡은 멕시코는 쉽게 흔들리지 않았다. 이동경의 만회골로 지핀 추격의 불씨는 허무한 3연속 실점으로 완전히 사그라졌다. 결국 한국은 3-6으로 참패를 당했다.

김학범 감독도 결국 고개를 숙였다. 뉴스1에 따르면 그는 경기 후 공식 기자회견을 통해 "멕시코에 충분히 맞받아칠 수 있다고 생각해서 수비적으로 임하지 않았는데 계획대로 잘 안 됐다"며 "아직도 6골을 허용한 것이 실감나지 않는다. 나도 받아들이기 힘든 결과"라고 말했다.

이어 김 감독은 "사전에 대비를 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한)감독 책임이 크다"며 "내가 잘못해서 선수들이 힘든 경기를 펼쳤다. 감독의 능력 부족"이라고 덧붙였다. 자만과 오판의 대가는 컸다. 올림픽 역대 최고 성적에 도전하던 김학범호의 여정은 8강에서 막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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