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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식하자니 냉면 1만7000원, 집밥 먹자니 시금치 43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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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8.02 10:56 조회 1,253

비빔밥 9000원 삼겹살 1만6684원
수박 1통 4만원 육박 “장보기 겁나”
코로나에 폭염 따른 흉작 겹쳐
즉석밥·햄·라면·과자·빵 다 올라


1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성산동에 사는 주부 박혜진(44)씨는 저녁 찬거리를 사러 집 앞 수퍼마켓에 갔다가 한숨을 쉬었다. 냉동실에 얼려 뒀던 삼겹살과 함께 먹을 상추 등 쌈야채, 된장찌개에 넣을 호박·양파·버섯, 저녁식사 후 간식으로 먹을 아이스크림을 샀을 뿐인데 5만원이 나왔다. 나물을 좋아하는 남편을 위한 시금치(200g, 4300원)와 복숭아(백도 3개, 1만6000원)는 고민 끝에 다시 내려놓았다. 박씨는 “여름과일을 좋아하는데 요즘은 비싸서 사먹을 엄두도 내지 못한다”며 “재택근무에, 온라인수업에 하루 세끼 꼬박 밥상을 차려야 하는데 장보기가 겁난다”고 말했다.

농축산물 가격이 큰 폭으로 오르며 ‘밥상 물가’가 껑충 뛰고 있다. 라면·햄 같은 생필품 가격과 외식비도 덩달아 고공비행을 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에 연이은 폭염 영향이 크다.



1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농산물유통정보에 따르면 시금치(4㎏) 도매가격(지난달 30일 기준)은 평균 4만2980원으로 한 달 새 121% 올랐다. 상추 평균 도매가격(4㎏)도 한 달 새 2만1944원에서 3만8460원으로 74% 뛰었다.


수박 가격은 지난달 30일 상품 기준 평균 2만3909원으로 한 달 전(1만8317원)보다 30.5% 올랐다. 일부 소매업체에서는 가격이 4만원에 육박하는 수박이 등장하기도 했다. 신선식품을 배송하는 오아시스는 새벽배송 상품 기준으로 강원도 양구 수박(10㎏ 미만) 1통을 3만9200원에, 마켓컬리는 양구 수박 한 통(7㎏ 이상)을 3만4800원에 판매했다.

말복(8월 10일)을 앞두고 육계(肉鷄) 소매가격이 2년6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축산물품질평가원 축산유통정보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육계 소매가격은 ㎏당 5991원으로 2019년 1월 28일(5992원) 이후 약 2년6개월 만에 가장 비싸졌다. 지난해 말과 올해 초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기승을 부리던 때보다 가격이 더 올랐다. 이는 폭염이 장기간 이어지면서 육계의 폐사가 늘어난 탓이다. 올해 들어 지난달 29일까지 폐사한 육계 수는 18만9651마리로 전체 폐사 가축의 65.1%를 차지했다.

여기에 라면·과자·햄 같은 공산품 가격과 외식비도 줄줄이 오름세다. 연초부터 즉석밥, 두부, 통조림 등이 가격 인상에 나섰고, 대표적인 ‘서민 제품’으로 꼽히는 라면도 값이 올랐다. 오뚜기는 이달 1일부터 진라면 등 주요 라면 제품 가격을 평균 11.9% 인상했다. 농심은 이달 16일부터 신라면 등 주요 라면의 출고 가격을 평균 6.8% 올린다. CJ제일제당은 지난달 1일부터 스팸 같은 햄·소시지 같은 육가공 제품 20여 종의 가격을 평균 9.5% 올렸다. SPC삼립은 지난 3월 전통크림빵, 신선꿀호떡 등 양산 빵 20여 종의 가격을 평균 9% 올렸다. 풀무원도 올해 들어 두부, 콩나물, 떡 등의 가격을 인상했다.

김밥 6개월 새 2.9% 칼국수 2.2% 상승



한국소비자원 가격정보 종합포털 ‘참가격’에 따르면 올해 6월 서울 지역 기준으로 대표 외식 품목 8개 가운데 7개 품목이 올해 1월보다 상승했다. 이 중 가격 상승률이 가장 높은 품목은 냉면으로 6개월도 안 된 기간에 평균 9000원에서 9500원으로 5.6%가 뛰었다. 서울시내 유명 냉면집으로 꼽히는 음식점의 가격은 이미 1만원을 넘은 지 오래다. 서울 곳곳에 체인을 보유한 B음식점의 메밀 100% 순면 냉면 가격은 1만7000원에 달한다. 이는 냉면의 주재료인 메밀 가격이 크게 올랐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냉면에 이어 가격 상승률이 높은 종목은 1인 가구의 대표 메뉴로 꼽히는 김밥(1줄)이다. 올 1월 대비 2.9% 오른 평균 2731원을 기록하며 3000원을 향해 가고 있다. 이어 비빔밥이 2.6% 오른 평균 9000원, 칼국수가 2.1% 오른 7462원 등을 기록했다.

이런 외식비 급등세는 통계청의 6월 소비자물가 동향에서도 나타난다. 외식 물가지수는 전국이 113.47(2015년=100)로 1년 전보다 2.28% 올랐다. 이는 2019년 2월(2.86%) 이후 2년4개월 만에 최고 상승률이다.

폭염으로 올 들어 닭 19만 마리 폐사

밥상 물가가 급등한 이유로는 폭염 영향이 크다. 한국뿐 아니라 미국·브라질 등 주요 농산물 생산국이 기상 이변으로 작황이 부진하다. 국내에선 지난달에만 폭염으로 돼지·오리 등 가축 22만8000여 마리가 폐사됐다. 신선제품뿐 아니라 밀·옥수수 같은 곡물과 고기를 주요 재료로 사용하는 가공품 가격까지 치솟는 이유다. 여기에 코로나19 여파로 노동력까지 부족한 상황이다.

천소라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최근 농산물 가격 급등은 기후나 작황 같은 요인의 영향이 크고, 기름값 인상으로 인한 물류비용 증가도 한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여름철 수급 불안에 대비해 정부 비축, 계약재배 등의 물량을 선제적으로 확보키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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